〈줄 서지만 망하는 가게〉 시즌 2-3화
계약은 끝났다.
상권 B, 골목 안쪽 1층.
18평. 18석 예정.
이제 남은 건 메뉴였다.
김도윤은 노트북을 열었다.
파일 이름은 이번엔 단순했다.
menu_v1
그 안에는 14개의 메뉴가 적혀 있었다.
윤태진이 화면을 가만히 보더니 말했다.
“많네요.”
“줄인 겁니다.”
“왜 14개죠?”
김도윤은 잠시 멈췄다.
“혹시 손님이 선택할 게 없다고 느낄까 봐요.”
윤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하니까 늘리는 겁니다.”
화이트보드에 두 개의 단어가 적혔다.
선택권
집중도
“메뉴가 많으면 선택권은 늘어납니다.”
“좋은 거 아닙니까?”
“아니요. 책임이 분산됩니다.”
윤태진은 말을 이었다.
“메뉴가 많다는 건
‘이 중 뭐라도 하나 걸리겠지’라는 생각입니다.”
가게의 방향이 흐려진다.
BETA가 시뮬레이션을 실행했다.
[메뉴 14개 운영 시]
평균 원재료 재고 품목 42개
폐기율 상승 가능성 18%
주방 동선 복잡도 증가
[메뉴 8개 운영 시]
재고 품목 24개
원가 통제 용이
조리 표준화 가능
김도윤은 조용히 화면을 넘겼다.
“그럼 몇 개가 적당합니까?”
“이번 콘셉트는 저녁 체류 중심입니다.”
윤태진가 답했다.
“8개.”
메뉴를 하나씩 지우기 시작했다.
시그니처 파스타.
스테이크 변형 메뉴.
트렌드성 한정 메뉴.
지울 때마다 손이 멈췄다.
“이건 자신 있는데요.”
“그 자신감이 비용입니다.”
윤태진의 말은 차갑지 않았다.
정확했다.
남은 메뉴는 9개.
김도윤은 한 개를 더 지웠다.
“왜요?”
“제가 좋아하는 메뉴라서요.”
잠시 정적.
“손님이 좋아할 이유는 부족합니다.”
윤태진은 미소 지었다.
“이번엔 감정이 아니라 타깃이 기준이군요.”
화이트보드에 최종 구조가 그려졌다.
메인 5개
세트 2개
사이드 1개
시즌 한정 1개
총 9개가 아니라 8개.
시즌 한정은 순환 구조.
“회전형 메뉴는 실험입니다.”
윤태진이 말했다.
“실패해도 고정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가격도 다시 설계했다.
목표 객단가 19,000원.
단품은 15,000~17,000원.
세트는 21,000~23,000원.
“세트 판매율을 60% 이상으로 설계합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구성으로 유도합니다.”
단품은 기본.
세트는 경험.
가격이 아니라 구조로 선택을 만든다.
BETA가 예측을 띄웠다.
[메뉴 8개 구조 시 공헌이익 평균 57% 예상]
[재고 회전율 안정]
[주방 인력 2인 체계 가능]
김도윤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시즌1은 뭘 팔지 고민했죠.”
“이번엔?”
“어떻게 팔지 고민합니다.”
저녁이 되자,
그는 골목을 다시 걸었다.
이 상권의 사람들은
천천히 걷고,
천천히 이야기했다.
그 시간에 맞는 메뉴.
복잡하지 않고,
과시적이지 않고,
지속 가능한 구조.
BXD 로그 시즌2-3
메뉴 14개 → 8개 축소
타깃 중심 삭제 결정
세트 중심 객단가 설계
재고·동선 단순화
실험 메뉴 순환 구조 도입
BETA가 마지막 문장을 남겼다.
[메뉴는 많을수록 친절해 보이지만,
적을수록 강해집니다.]
가게는 아직 오픈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안다.
불안은 메뉴를 늘리고,
확신은 메뉴를 줄인다.
시즌2의 주방은
이미 절반은 정리되어 있었다.
메뉴 수는 전략의 명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메뉴가 많아질수록 재고·동선·원가가 복잡해진다.
선택권이 많을수록 브랜드는 약해진다.
매출 상위 20% 메뉴만으로 운영 가능한가?
지금 메뉴 중 ‘불안해서’ 유지하는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