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이령 Apr 21. 2022

오래된 미래

계절타는 진이령_春     



벽장엔 과거가 가득하다   

 

찢고 해괴(解塊)해달라고

뜨겁게 우려달라며 우는 과거들이  

   

과거들은 

그런 나로 너를 적시라고

점잖게 속삭인다.     


나는 그 얌전한 모습에 반해

목을 축인다.     


짙은 향과 오감을 사로잡는 농염함

전신을 타고 감각을 일깨우는 과거들  

   

벽장 가득 켜켜이 쌓인 과거들 위엔 

오래된 미래가 위용을 뽐낸다.  

   

과거들의 무덤이자 명예의 전당

지독한 고독과 인내를 버텨내고 나면

과거들은 빛나는 미래가 된다.   

  

과거들은 기꺼이 오늘을 보내고

내일을 기다리며

머지않아 맞이할 미래를 위해 

존재한다




차를 마시고 보이차 압병도 살겸 차 상점에 다녀왔습니다. 

공간은 따스하고 부드러웠고 곳곳에 전시되어있는 차가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점장님께서 우려주시는 차를 마시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때 제 눈길을 끌었던 것이 ‘오래된 미래’라는 라벨이 붙어있는 커다란 차통이었어요. 

그 차통을 보니 과거가 현재를 수 만 번 인내하면 맞이할 수 있는 밝은 미래가 떠오르더군요.    

 

제 나이보다 많은 차를 마시며 오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찻잎이 지나온 긴 세월에 대한 감상에 빠져들게 되더군요. 어떤 차는 오래 묵힐수록 값어치가 비싸지고 맛과 향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고독했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과거에 머물러있거나 현재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이들과 기회가 된다면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과거는 어땠는지, 왜 현재가 견디기 힘든지, 과연 미래는 어떻게 될는지에 관해서요. 말씀드렸듯 어떤 차는 오래 묵을수록 값어치가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 과정이 절대 쉽지는 않겠지요. 그렇지만 여러분들의 과거 역시 값어치 있는 오래된 미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치셨나요? 괴로우신가요? 아니면 혹시 외로우신가요?

과거를 끊을 수 없고 현재는 고통이며 미래는 불투명한가요?  

   

그런 당신에게 위로와 보이차 한 잔을 보냅니다. 

작가 진이령이었습니다.    

                 



https://www.porlery.com/cast/3897 에서 오디오로 들어보세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산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