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사용할 수 있는 공통 구문]
[누구에게나 사용할 수 있는 공통 구문]
회사에서 뼈때리는 장면이 있다.
분명 내가 말한 건 맞는데, 아무도 이해를 못 한다. (버럭!) "그러니까 제 말은요..." 다시 설명해도 듣는 사람들 표정은 '???' 모드. 답답함에 혈압이 오른다. 왜 이럴까? 논리가 부족해서? 지식이 부족해서? 아니다. 문제는 추상어다. 나도 모르게 추상명사를 사용하고 있을 수 있다.
"시너지를 창출해야 합니다."
"구조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핵심 역량을 강화해야죠." (아 몰랑 뭔 소린지…)
듣는 사람은 지루하고, 나는 설득에 실패한다. 반면 잘 나가는 녀석들은 딱 한 방만 친다. "예를 들어볼게요." 그러고는 구체적 사례를 턱 던진다. 순간 분위기가 바뀐다. "오~~ 그런 말이었군요(띠용~!)".
말은 논리로 이기는 게 아니라, 이미지로 이긴다. 해결책은 단순하다. 사례 하나만 던져도 현자가 될 수 있다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는 이미 밝혔다. 은유와 비유는 시적 장치가 아니라, 사유의 기본이자 시작이며 끝이다. 우리 뇌는 추상을 구체로 번역할 때 비로소 이해한다. "갈등은 전쟁"이라는 은유와 "갈등은 춤"이라는 은유는 완전히 다른 행동을 유발한다. 단어 하나가 사고 자체를 바꾼다.
실험이 있다. 연구자들이 범죄를 "바이러스"로 비유한 집단과 "맹수"로 비유한 집단에게 범죄에 대한 대책을 물었다. 그러자 ‘바이러스 집단’은 예방과 교육을, ‘맹수 집단’은 처벌과 감금을 제안했다. 비유 한 방이 정책에 대한 방향을 바꾼 것이다. 비유는 상대를 이해시키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행동을 촉구하는 효과도 있다.
비유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첫째, 낯선 것을 낯익은 것으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추상명사는 낯설다. 구체적 사례는 낯익다. 인간의 뇌는 구체적 경험을 통해 추상 개념을 은유적 형태로 체험한다.
둘째, 사례를 들 수 있다는 건 지식이 내재화되었다는 신호다. 반대로 사례를 못 대면? 그건 아직 제대로 모르는 것이다. 설득력은 사라진다.
셋째, 비유는 '직관'을 작동시킨다. 논리는 머리로 듣지만, 비유는 가슴으로 받는다. 과거 비유법의 달인이었던 정치인 노회찬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과 일본이 사이가 안 좋지만,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연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누리당이 야권연대를 비판하자...)". 한 방에 끝이다.
"예를 들어볼게요" 구문은 흐름을 완전히 바꾼다. 지루한 설명 → 생생한 장면. 의심 → 납득. 저항 → 동의. 말은 설명보다 설득이 이긴다.
부장 : 우리가 성공하려면, <중요하고, 안 급한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팀원들 : ?? (더위 먹으셨나…)
부장 : (표정관리) 에헴. 예를 들어볼게요. 중요하고, 안급한 일은 영어 공부, 기존 고객 관리, 품질 개선 활동 같은 것들입니다. <중요하고 급한 일>은 어차피 하게 됩니다. 반면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그런데 실력 차이는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팀원들 : (끄덕끄덕) 오~~ 그런 말이었군요! (띠용~!)
부장 : (쑉~!) 그래서 이번 달부터 주 2시간은 품질 개선 기획에 쓸 겁니다.
팀원들 : (3초 침묵) 그럼 지금 당장 뭐부터 할까요?
협력업체 이사 : 부장님, 이번에 단가를 15%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원자재 값이 너무 올랐어요.
나 : (쑉~!) 맞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지난해 D사도 똑같은 이유로 20% 올렸습니다.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했죠? 6개월 계약 물량을 12개월로 늘려드렸습니다. 그 대신 인상폭을 8%로 조정했죠. 이번에도 그렇게 가시죠. (끄덕끄덕)
협력업체 이사 : (3초 침묵) 음… 그럼 물량을 좀 더 보장해 주시면…
나 : 그럼 그렇게 진행하시죠. (썩소)
나 : 최 대리, 자네 어떻게 이렇게 이쪽 정보를 빠삭하게 잘 알고 있나?마치 간첩 같구먼..
최 대리 : ?? (뭔 소리야…)
사례와 비유는 평소에 갈고닦아야 한다. 갑자기 하려면 어렵다. 자주 범하는 실수는 적합하지 않은 예시를 드는 것이다. 공돌이 용어로 '억지끼워맞춤'이라고나 할까? 맥락 없이 비유를 던지면 상대는 당황한다. 신뢰는 추락한다.
신입 : 부장님, 예를 들어볼게요. 거북이와 토끼 경주 아시죠? 부장님은 지금 토끼처럼…
부장 : (버럭!) 뭐? 내가 토끼라고?
신입 : (고혈압 모드 급발진) 아니 그게 아니라…
부장 : 나가.
사례와 비유를 아래에서 위로 쓸 때에는 두 번 생각해 볼 것. 위에서 아래로, 혹은 동료에게 던질 때보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같은 버튼을 상황별로 약간 바꿔 쓸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릴게요." → 상사나 고객에게 쓸 때. "예를 들어"보다 격식 있고 신중한 느낌.
"사례 하나만 보시죠." → 회의나 프레젠테이션에서. 청중의 주의를 확 끌어당긴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 추상적 개념을 설명할 때. 비유임을 명시해서 오해를 줄인다.
모든 변형의 핵심은 동일하다. 추상 → 구체로 흐름을 바꾸는 것. 듣는 사람의 뇌에 이미지를 심는 것. 그 순간 설명자에서 설득자로 바뀔수 있다.
첫째, 타이밍을 잡아라. 상대가 혼란스러워할 때, 추상어가 난무할 때, "예를 들어볼게요"를 (쑉~!) 꽂는다. 그 순간 흐름이 바뀐다.
둘째, 사례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그런 경우가 있잖아요" 같은 애매한 말은 소용없다. 회사명, 날짜, 수치, 인물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라. 그래야 리얼리티가 살아난다.
셋째, 미리 준비해 두면 좋다. 사례는 즉석에서 나오지 않는다. 평소에 자기 업무 관련 사례 3~5개는 암기하듯 익혀 두어라. "이럴 땐 이 사례, 저럴 땐 저 사례" 패턴화하면 실전에서 막힘이 없다.
넷째, 비유는 보편적인 것으로 골라라. 너무 전문적이거나 마니아층만 아는 비유는 역효과다. 누구나 아는 동화, 스포츠, 영화, 역사적 사건 정도가 적당하다.
마지막으로, 꼭 기억해 둘 것. 비유의 경우에는 민감한 주제는 꼭 피하자. 성, 종교, 정치, 역사와 같은 주제들이다. 성문제, 위안부를 비유의 소재로 삼았던 사례 등 한순간에 패가망신했던 사례들이 많다.
정리.
첫째, 사례는 논리보다 강하다. 추상어 대신, 구체적 사례로 꽂아라.
둘째, 비유는 사고를 바꾼다. 단어 하나가 정책을 바꾸고, 행동을 유발한다.
셋째, 평소에 사례를 쌓아두고, 민감한 주제는 피하고, 타이밍을 노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