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사용할 수 있는 공통 구문]
"맞습니다"라는 언제나 사용할 수 있는 프리 패스 문구이다. 일단 '맞습니다'를 지르고 보자. 상대방의 의견에 공감을 하는 연습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자주 쓸수록 좋다. 상대방을 인정해 주는 말이기 때문이다.
간혹 착한데 너무 정직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종종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 이렇게 산통을 깨곤 한다. 자신은 솔직하다면서 스스로 미덕이라 여긴다. 나아가 대화를 끊고 폰으로 검색을 해서 진위 확인을 꼭 하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행동은 미운털이 박히거나 적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럼 정말로 의견 차가 있는 문제는 어쩌란 말인가?
그때에도 서두에 형식적으로라도 “맞습니다”라고 일단 지르는 것이 좋다.
거짓을 말하라는 것이 아니다. 일종의 말하는 스킬 정도로 생각하자. '맞습니다.' 선 공감 후 나는 내 할 말을 미주알 고주알 다 하면 된다. '공감이 있느냐 없느냐'라는 큰 차이를 만든다. "맞습니다"구문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협상 시에도 쓸 수 있다. 상대가 틀렸더라도 일단 첫마디는 "맞습니다"로 시작한다. 그리고 공감을 하고 상대의 말을 다 들어준다. 그 후에 논리를 꺼내어 조곤조곤 협상점을 찾는다.
"맞습니다"는 대화의 백신이다. 상대의 공격성을 누그러뜨리는 면역 체계의 장을 형성한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라포 형성(rapport building)이라 부른다. 라포는 신뢰, 공감, 존중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심리적 동맹 상태다. 상담사가 내담자의 방어막을 해체할 때, 영업맨이 고객의 경계를 풀 때, 협상가가 상대방 진영에 잠입할 때 반드시 구축해야 하는 심리적 동맹 인프라, 고도의 휴먼 네트워킹 시스템인 것이다.
협상 심리학의 대가들은 이걸 "호감의 법칙"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사람은 자신에게 호감을 준 사람의 말에 설득당하기 쉽다. 상대방 말에 "맞습니다"하고 하는 순간, 상대의 뇌는 "이 사람 내 편이네"라고 착각한다. 그 순간 방어 기제는 약해지고, 당신의 다음 문장은 생크림빵과 연유처럼 부드럽게 침투한다.
더 무서운 건 "상호성의 원리"다. 만일 당신의 “맞습니다” 멘트가 선량한 토끼 눈빛과 입을 동그랗게 모은 놀란듯한 표정 연기까지 더해질 때, 상대는 빚진 느낌까지 갖게될 수도 있다. (불행히도 이는 선천적인 면이 있다. 당신이 강호동 상이라면 정말 빛독촉이 되어버릴수도…)
당신이 "맞습니다"로 상대를 인정해주면, 상대도 당신 말을 들어줘야 한다는 무의식적 의무감이 발동한다. 이건 논리가 아니라 본능이다. 타이밍이 무기다. "맞습니다"로 먼저 받아주고, 3초 뒤에 본심을 꺼내는 게 프로의 순서다.
협력업체 이사 : 이번에 원자재 가격이 너무 올랐습니다, 더군다나 외국인 근로자들도 다 도망가서 일할 사람도 없습니다. 공급가격을 20% 정도 인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 : ( 뭐 20프로? 아 놔 이 아저씨 또... 갑자기 고혈압 모드를 부르네...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
에헴... 맞습니다 맞고요.. 얼마나 힘드실지 저도 안타깝습니다. 뭐가 남아야지 장사를 하지요. 이래가지고 어떻게 회사가 굴러가겠습니까? 회사에 딸린 식구들도 많은데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찐 공감받으셈..)
그런데 말입니다.... (본심이 드러난다~~~)
부장: 최 대리, 이번 프로젝트 납기 일주일 당겨. 고객사에서 난리야.
최 대리: (버럭!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 일정이... X 이건 폭망)
최 대리: (표정관리) 맞습니다. 고객사 일정이 급하시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끄덕끄덕)
그런데 말입니다, 일주일 당기면 외주 업체 두 곳이 동시 투입되어야 하는데, 품질 검수 시간이 없어서 불량률이 20% 이상 나올 수 있습니다.
(3초 침묵) 차라리 핵심 모듈만 먼저 납품하고, 나머지는 일주일 뒤 추가 납품하는 게 고객사 입장에서도 안전합니다. 제가 고객사 담당자분께 직접 설명드릴까요?
부장: 그래, 그렇게 해봐.
여기서 핵심은 '그런데 말입니다' 타이밍이다. (끄덕끄덕) 3초 공감 후 3초 침묵 팩트 폭격. 이 리듬이 상사의 뇌를 '이 놈 일 잘하네' 모드로 전환시킨다.” (단, 따발총 화법의 상대라면 침묵은 스킵해야 한다.)
사고 차주 : 당신 왜 운전을 이따위로 해?
나 : 맞습니다 제가 더 잘했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사고 차주 : (호구를 보았다...)
이 세상에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말아야 할 사람도 있다. 사람 가려서 하자.(사고 차주가 잘생긴 사람이라면 예외)
면접관: 실무 경험이 부족해 보이는데, 괜찮겠어요?
나: 맞습니다, 맞고요. 저는 실무 경험이 좀 부족합니다. (X)
면접관: 다음 분~
능력, 성과, 전문성에 대한 공격은 절대 인정하지 마라. 이때는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로 받아쳐야 한다. "맞습니다"는 관계 형성용이지, 자해용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맞습니다" 뒤에 붙이는 문장을 바꿔라. 같은 느낌, 다른 효과.
"맞습니다 + 그런데 말입니다~"
"맞습니다. 그 부분은 충분히 공감됩니다. 그런데 저희 입장도 한번 들어주시겠습니까?"
(강한 전환으로 내가 주도권을 잡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다. (예) 협상 테이블용)
"맞습니다 + 맞고요~"
"맞습니다, 우리 부장님 말씀이 다 맞고요, 그래서 제가 대안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부드러운 연결 어미로 상대와의 라포관계에서, 마치 모공 사이로 난 솜털 다루듯 섬세한 개선효과가 있다.)
"맞습니다. + 그래서 일단은~"
"맞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A안부터 검토하고, B안은 다음 주에 재논의하면 어떨까요?"
(대화의 흐름을 잠시 정리하고 매듭을 짓거나, 마무리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시간 벌기용으로 사용)
핵심은 "맞습니다" 뒤에 반드시 내 논리를 붙이되, 상대를 공격하지 않는 것이다. "당신이 틀렸다"가 아니라 "우리 둘 다 맞다, 그런데 내 방식이 더 안전하다"로 유도하라.
표정도 중요하다. 눈빛은 진지하게, 놀란듯한 표정이 잘 먹힌다. (화장실이나 휴게실로 가서 입을 동그랗게 모으고 ”아이고 맞습니다요오~”하고 말해보면 감이 온다.) 웃으면 안 되고 무표정도 안 된다. 3초 동안 고개를 끄덕이며 "나 당신 말 진지하게 듣고 있어요" 시그널을 보내라. 이게 라포의 비언어 신호다.
타이밍도 생명이다. 상대가 말을 끝내기 전에 "맞습니다" 지르지 마라. 기본 매너도 없는 놈으로 찍힌다. 상대가 숨 쉬는 타이밍, 문장 끝나는 타이밍을 노려서 (쑉~!) 들어가라.
절대 금지: "맞습니다" 하고 끝내지 마라. 그럼 진짜로 다 인정한 꼴이 된다. 반드시 "맞고요" 또는 "그런데 말입니다"로 연결해서 내 논리를 펼쳐야 한다. 공감은 무기가 아니라 무기를 꺼내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맞습니다, 맞고요"는 협상의 윤활유다. 라포, 호감, 상호성. 세 가지 심리 메커니즘이 여섯 글자에 압축되어 있다. 공감 먼저, 논리는 그다음. 이 순서만 지켜도 호구 탈출 성공이다.
실전 미션: 오늘 회의에서 "맞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 번만 써봐라. 단, 화장실에서 표정 연습 후에. (표정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