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임질게요” 힘 실어주기

[타깃] 후배 직원에게

by 박멀미


[타깃] 후배 직원에게


[암기 구문] "내가 책임질게요"


리더라면 필히 새겨야 할 핵심 구문이다. 적절하게 사용하면 아우라 폭발이다. 주로 동료, 부하 직원에게 사용할 수 있으며, 때로는 일감을 의뢰하는 협력업체에도 사용할 수 있다.


때는 바야흐로 말단(末端 ) 직원이 큰일 (大事)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간 실무자들은 3년, 5년 동안 시키는 일만 하면서 제도권(制度圈)의 보호 아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회사의 인원은 줄고, 작은 인원으로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시대적 소명(召命)이 주어졌다.


실무자들은 권한이 늘어난다. 그에 비례해, 현장에서 리스크를 수반한 난제(難題)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세태(世態)가 작금(昨今)의 현실이다. 자연히 사회 초년생이라는 태생적인 약점을 갖고 있는 신참들은 상사를 찾게 되는 것이 순리(順理)이다.


그런데 시대가 악(惡) 하다. 미꾸라지 같은 요리조리 상사가 있다. ('놈' 자는 알고리즘이 싫어하는 금칙어일 듯. 그럼에도 사회적 분노를 식힐 길이 없기에, 상위 노출을 양보하고, '' 자를 쓰지 않을 수 없다.)


요리조리 상사는 난제를 갖고 온 직원에게 즉답(卽答)을 피한다. "알아서 해봐요" 혹은 "이전 기록 참고해서 해봐요" 와 같은 원론적인 답변을 하거나 혹은 결정을 내려주는 일을 보류한다. 모호(模糊) 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결과가 나올 때쯤 되어서야 자신의 입장을 정한다. 성과가 가시적(可視的)이면 숟가락을 얹어서 자신의 공(功)으로 취한다. 그리고 실패할 것 같으면 "어 당신 누구세요? 왜 일을 이 지경으로 했을까" 회피(回避) 하는 것이다. 마치 '만 나이' 무법 시절, 생일이 빠른 자들이 요기 붙었다 조기 붙었다 해서, 형인지 동생인지 알 수 없게 만들어, 나이 생태계(生態系)에 교란(攪亂)을 주었던 행태와 유사하다. (사실 내가 빠른 자다 쏘리.)



[핵심 원리]


Listening Comprehension : 이경영의 "진행시켜"


이경영의 "진행시켜"



이렇게 강호(江湖)의 의리가 모두 사라진 작금(昨今), 한 줄기 광명과 같은 멘트가 있으니. 바로 "내가 책임질게요"이다.


이경영의 전설적인 한 마디, "진행시켜"를 아는가. 그 한 마디에 전 국민이 전율했다. 사실 이경영의 명언처럼 '진행시켜'가 원래의 취지에 더 부합하는 용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진행시켜'라는 용어는 회장급이나 되어야 쓸 수 있을 법하고, 카리스마가 동반되어야 하는 고난도의 멘트이기에 대중화의 난제(難題)에 봉착(逢着) 하게 된다.


이에 능구렁이 부장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순(順) 한 맛 버전인 "내가 책임질게요"를 선언적(宣言的) 대안으로써 제언하는 바이다. 이 멘트는 새로운 직장문화의 패러다임을 확립하기 위해서 장려되어야 한다. 여러모로 기대효과가 있는 멘트이다.


첫째, 청자의 불안정한 멘탈을 안심시켜서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한다. 신참에게 '이제 뛰어도 된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달리기 시합에서 출발 총소리와 같은 역할이다. 총소리 없이는 아무도 안 뛴다.


둘째, 화자의 입장에서도 유익(有益)이 있다. 늘어난 부하직원의 권한으로 점점 일이 편해져서 월급루팡이 되어가던 상황에서, 자신이 책임(責任)을 질 상황을 만들어,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이다. 일종의 자기 결박(自己結縛) 전략이다. 입이 무거우면 뇌도 게을러진다.


마지막으로 요리조리 놈 상사에게 무기력하게 희생당한 신참들의 원혼(冤魂)을 달랠 수 있는 의미도 있다. 이 멘트 하나로 당신은 '그 상사'와 다른 사람이 된다. 직장 생태계(生態系)에 선한 영향력의 씨앗 하나를 심는 것이다.


"잘 되면 니 탓, 안 되면 내 탓"이라는 호인(好人) 적 대사를 사자후(獅子吼)로 외쳐보자. 당신의 그릇은 회사를 품고도 남게 될 것이라 사료(思料)되는 바이다.



[Sample Dialog]


Dialog 1: 납기 vs. 품질의 기로에서 (제조업 현장)


최 대리 : 부장님. A사에 나가기로 한 물건. 외관이 B급 나온 거 어떻게 할까요?
재작업 하려면 납기 못 맞출 것 같아요...

나 : 물건 보내요. 내가 책임질게요 (쿨한 척)

최 대리 : 우오오... (부장님, 갑자기 왜 이렇게 멋있어 보이지...?)



Dialog 2: 신규 거래처 첫 미팅, 후배가 혼자 나가는 날


최 대리 : 부장님, 저 내일 C사 미팅 첫 번째로 혼자 나가는 거잖아요. 가격 협상까지 해야 할 것 같은데... 단가 얼마까지 제시해도 될까요? 겁이 좀 나서요.

나 : (3초 침묵 & 끄덕끄덕) 기준 가격에서 5% 까지는 최 대리가 재량껏 해요. 그 이상 필요하면 나한테 문자하고.

최 대리 : 근데 잘못되면요...

나 : (중저음으로) 잘못되면 내가 책임질게요.

최 대리 : (표정이 확 펴지며) 알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나 : (속마음 : 야, 나도 떨려... 잘 좀 해줘라 최 대리야...)



[잘못된 용례]


용례 1: 촉새 모드의 ‘책임질게요’


최 대리 : 부장님. A사에 나가기로 한 물건. 외관이 B급 나온 거 어떻게 할까요?

나 : (경박한 하이톤으로) 물건 보내욧~! . 내가 책임질게욧~!

최 대리 : (이거 잘못돼서 부장님 잘릴 수도...저 말 믿어도 되나?)


'촉새 모드'로 말하지 말기. 중저음으로 구사하자. 경박한 하이톤은 도리어 화(禍)를 부른다.

이경영 "진행시켜" 10번 듣고 오기



용례 2: 계산없이 지르는 폭탄 선언


협력업체 박 사장 : 이번에 저희 생산 설비 교체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서요. 혹시 선급금 30%를 좀 먼저 주실 수 있을까요? 계약서 쓰기 전에라도요.

나 : (분위기에 취해서) 그러죠 뭐. 내가 책임질게요!

박 사장 : (오... 이분 다루기 쉽겠는 걸...)

재무팀 김 과장 : (다음 날 아침, 결재 들어온 거 보고) 부장님, 이게 뭔가요?
나 : (꿀먹...)


아무 계산 없이 지르는 "내가 책임질게요"는 책임이 아니라 무책임이다. 상대에게는 '호구 감지 레이더'만 켜줄 뿐이다.



[변형 팁]


1) "제가 책임질게요"

→ 연차가 낮거나, 직급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나'보다 '제가'가 한 톤 낮아서 더 자연스럽게 먹힌다. 후배 입장에도 쓸 수 있는 버전.


2) "내가 위에 말해둘게요."

→ 직접 책임지기에는 권한이 없을 때. 정확히는 '내가 방패가 되어주겠다'는 의미다. 책임 선언보다는 한 단계 아래지만, 후배 입장에서는 마찬가지로 든든하게 들린다.


3) "혹시 문제 생기면 나한테 먼저 얘기해요."

→ 완전한 책임 선언이 부담스러운 상황, 혹은 아직 신뢰 형성이 덜 된 신참에게. '문 열어뒀다'는 신호를 주는 것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이다.



[주의사항]


이 구문은 특별한 주의사항이 있다. "내가 책임질게요"를 내뱉기 전에 쫌생이 모드가 되어야 한다. 반드시 구석에 기어 들어가 미리 내가 입을 대미지를 계산을 해 놓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도 고려해 본다. 이때의 멘탈은 10원짜리 하나라도 지켜야 한다는 마음가짐이다.


확률 상으로도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판단이 서고, 최악의 경우에도 감내할 수 있을 때 호인 모드로 지르는 것이다. 지를 때는 카리스마 작렬이지만, 계산은 혼자 숨어서 짠내나게 하는 것. 안 그러면 회사 말아먹는다.


“남자는 주도면밀해야 한단다” - 영화 '대부'




오늘의 요약.

하나. "내가 책임질게요"는 후배의 얼어붙은 등짝을 녹이는 구문이다. 이 한 마디가 팀의 실행력을 올린다.

둘. 이 구문은 지를 때는 멋있지만, 계산은 반드시 그 전에 (아무도 안보이는 곳에 숨어서) 짠내나게 끝내야 한다.

셋. 요리조리 미꾸라지 상사와의 차별화는 '책임'에서 시작된다. 같은 상사 직함이라도, 전혀 다른 등급이다.


실전 과제.

동료 직원이 판단을 물어올 때, 즉답을 피하지 말고 3초 안에 "내가 책임질게요"를 써본다. 톤은 중저음. 끝을 내린다.

이번 주 안에 팀원 한 명에게, 그 사람의 업무 결정에 "내가 위에 말해둘게요" 또는 "문제 생기면 나한테 먼저 얘기해요"를 써본다. 그리고 반응을 관찰한다.


(경고) 본 글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참고 자료이며, 모든 실행에 대한 불상사는 본인에게 있습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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