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의 시작까지. 뉴진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
새로운 청바지의 시대가 열렸다. 뉴진스(Newjeans) 이야기이다.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시절부터 이른바 ‘민희진 감성’으로 인기를 끌던 아트디렉터 민희진 대표가 어도어(Ador)를 창립하고 내놓은 첫 걸그룹이다. BTS를 만든 하이브의 방시혁 대표가 민희진 대표를 스카웃하여 자회사를 설립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어도어가 신생 기획사라기에는 이미 상당한 자본력이 밑받침 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뉴진스는 2022년의 끝과 2023년의 시작을 ‘attention’ 시키는데 성공했다. 2022년 7월 22일 데뷔한 이래로, 미니 1집 <NewJeans>의 트리플 타이틀곡(Attention, Hype Boy, Cookie)을 국내 음원차트 상위권에 안착시키는가 하면, 12월 19일 발매한 싱글 1집 선공개 곡 ‘Ditto’로 리스너들의 겨울 감성을 사로잡으며 차트 1위를 탈환했다. 2023년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뉴진스 팬클럽 이름(버니)이자 상징이기도 한 토끼 그림의 앨범 자켓을 검은색 버전으로 출시하면서 작년부터 올해까지 성공적인 마케팅의 행보를 이어갔다. 해당 앨범의 ‘OMG’ 또한 ‘Ditto’에 이어 차트 2위를 차지하는 중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 1월 초까지 대중음악 트렌드는 뉴진스로 설명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왜 뉴진스인가?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자연스러움’을 빼고 논할 수 없다. 검은색 긴 생머리에 ‘attention’ 후렴구 조합은 샴푸 광고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소위 말해 ‘샤랄라’한 느낌의 음악과 비주얼 조합이다. 음악을 뜯어보면 ‘you-got-me-looking-for-atten’까지 한 음으로 이어지다가, ‘tion’ 부분에서 힘을 뺀 상태로 한 옥타브의 동일한 음을 올려버린다. 그럼에도 인위적이지 않다. 이 정도는 가뿐하다는 느낌으로 가창한 후, 이어지는 세 개의 상승 코드 (Gb-Ab-Bb)가 주문을 외우듯 공백을 메우며 그녀들의 안무를 보고 싶게 만든다. 대중에게 각인된 첫 장면이 마치 영화 <엽기적인 그녀> 속 전지현의 머리 쓸어올림처럼 너무 완벽했던 셈이다.
자연스러움의 다른 말은 ‘자극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가사를 들여다보면 누군가를 비난하지도, 세상에 문제제기를 하지도, 아름다움을 뽐내지도 않는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 드는 순수한 마음(attention, Hype Boy, Cookie, Hurt, Ditto, OMG)을 노래했다. 이는 현 시점 대중음악 시장에 나와있는 타 걸그룹의 콘셉트와 정확히 반대되는 지점이다. 민희진 대표는 tvN <유 퀴즈 온더 블록> 인터뷰에서 과거 소녀시대의 성공 이유를 ‘정-반-합’으로 설명한 적이 있는데, 뉴진스 또한 해당 전략으로 기획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소녀시대의 ‘Gee’(2009)가 13년 만에 뉴진스로 변주(Variation)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댓글이 뉴진스 무대 영상에서 괜히 최다 추천을 받은 게 아니다.
자연스러움, 무해함의 비결은 그 어느 것 하나도 튀지 않는 ‘밸런스’에 있다. ‘Ditto’는 싱글 1집 선공개곡으로 뉴진스의 무대보다 보컬이 집중되는 곡이었는데, 모든 멤버의 목소리가 비슷한 느낌으로 이어진다.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의 목소리 중 어느 하나 튀는 목소리가 없다. 특별히 보컬 실력이 부족하거나, 혹은 너무 뛰어나서 귀에 유독 꽂히는 목소리가 없다. 마치 뉴진스라는 하나의 악기가 한 곡을 연주하듯, 조화를 이뤄 진행된다. 이는 굉장한 균형감을 형성하며 듣는 이에게 편안함을 자아낸다.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에 최적화된 셈이다. 스피커가 아닌 에어팟 시대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기 딱 좋은 구성이다.
옷장에 청바지는 필수 아이템이다. 입고 싶은 티셔츠가 있을 때, 어떤 바지를 매치할지 고민이 될 때는 자연스레 청바지를 찾게 된다. 걸그룹 음악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리스너들에게는, 어떤 음악을 들을 지 고민이 된다면 쉽게 손이 가는 게 걸그룹 음악일지도 모른다. 무대와 뮤직비디오를 보면 멋있는데 음원을 들으면 피곤하다든가, 콘셉트를 이해하려면 유튜브를 틀어놓고 최소 삼십분은 공부해야 하는 수고 없이, 언제든 그냥 들으면 무해하고 자연스러워 잘 어울리는 음악. 옷장 속 청바지 같은 존재인 뉴진스라는 그룹이 나와버려 든든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