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제작진 선생님들께 부탁 드립니다.
유퀴즈에서 섭외해줬으면 좋겠다. 작곡가 방용석님. 이 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요즘 3040의 심금을 울리는 전설의 OST, <슬램덩크>의 주제가인 <너에게 가는 길>을 작곡한 분이다.
현 시점 <아바타>를 꺾고, 212만명의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성적을 올리고 있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본 이 후로 <너에게 가는 길>을 무한 재생하고 있는 분들 많을 거다. 정말이지 뜨거운 코트와 너무 찰떡인 노래다. 노래를 듣기만 해도 ‘바스켓맨’으로 새로 태어난 것 같은 기분. 노래가 재생되는 3분 동안 강백호, 채치수, 정대만, 서태웅, 송태섭, 그리고 안경선배 권준호로 빙의하기 쌉가능이다. 시작부터 사정없이 때리는 드럼 비트가 ‘코트에 맞닿는 농구공 소리’를 연상케 하고, 이어지는 강렬한 기타리프와 박상민 가수의 보컬이 에너지를 끓어오르게 한다. 1절에서 2절로 넘어가는 간주부분에 거친 숨소리가 북산고의 경기장면을 소환하면서 애니메이션과 혼연일체를 이룬다. 그야말로 ‘스포츠물 OST’의 정석 같은 곡이다. 이 명곡을 누가 작곡했는지 궁금해져 습관처럼 크레딧을 찾아봤는데, 작사와 작곡란에 모두 방용석이라는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 (크...)
여기서 더 궁금해졌다. 방용석님이 과연 슬램덩크만 작업하셨을까? 방용석님의 이름을 꾹 눌러서 진입하니, 이 분이 작업하신 수많은 OST들이 쏟아졌다. (선생님 제가 몰라 뵀습니다.) 목록을 보는 순간 한 번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바로 이 곡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날 수 없어 만나고 싶은데 그런 슬픈 기분인 걸.’ 전주만 들어도 무지개가 펼쳐지며 아름답고 아기자기하고 신비롭고도 아련한 그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알잘딱깔센’ 그 자체 OST, 바로 <카드캡터 체리>다. 슬램덩크 OST를 듣고 나서 왠지 그 시절 만화 주제가 특유의 순수한 열정을 더 느끼고 싶어서 <카드캡터 체리>를 연달아 선곡해 들었는데, 모두 방용석 음악감독님의 작품이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분은 정말 천재가 분명하다는 생각으로 팬심을 가득 담은 채 작곡 목록을 더 열심히 내려보았다.
무릎을 털썩 꿇었다. 방용석 음악감독은 그야말로 레전드 그 자체였다. 최소 90년대생 이상이면 다 아는 노래,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하니. <달려라 하니>의 주제가를 작곡하신 분이었다. 그러니까 <슬램덩크>에 <카드캡터 체리>, <달려라 하니>까지. 유년기의 일부분을 방용석 선생님께 빚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만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만하게 행복했던 시절의 기억을 주옥같은 OST로 소환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방용석 선생님을 향해 외치고 싶어졌다. (선생님 어디 계신가요?)
방용석 음악감독에 대해 더 궁금해져서 위키백과를 털었다. 1959년생이시고 작곡가 겸 음악감독이며, 2500편 이상의 광고와 200편의 애니메이션 음악을 작업하셨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음악과에서 작곡을 전공하였고,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재즈와 필름 스코어링을 전공했으며, 중앙대학교 강단에도 서셨기 때문에 국내 ‘상업음악’과 ‘교육계’ 모두 이끌어 온 분이라고 한다. (다수의 음악교육 책도 펴내셨다.) 1986년 광고음악계 대부인 가수 ‘김도향’ 대표의 ‘서울 오디오’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쌓으신 것으로 보인다. <달려라 하니> 작곡은 1988년이다.
위키백과를 읽다가 또 한 번 놀라웠던 부분은 방용석 선생님의 조카가 ‘방예담’님이라는 것이다.
방예담은 2012년 <K팝스타2>에 출연해 춤도 노래도 다 되는 신동으로 주목받았으며,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있다가 아이돌 그룹 <트레져>로 데뷔한 바 있다. (현재는 탈퇴하였고, 소속사를 나온 상태이다.) 뿐만 아니라, 방예담님의 아버지이자 방용석 음악감독의 사촌인 ‘방대식’님은 <드래곤볼>, <이누야샤>, <파워디지몬>, <포켓몬스터> 등 2000년대를 주름잡는 애니메이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셨다. 이쯤 되면 음악가 집안이라고 할 수 있다. (끼라는 게 정말 무섭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음악을 애정하는 리스너인 나는 방용석 음악감독님을 정말 만나고 싶어졌다. 대중의 입장에서 만날 수 있는 루트가 매체밖에 없으니, 애정하는 인터뷰 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하시어 슬램덩크 열풍을 비롯한 애니메이션 부흥에 대해, 그리고 주제가를 작업하신 배경에 대해 꼭 좀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 (선생님, 부탁드립니다. 제작진 선생님, 방용석 선생님. 의미없는 공허한 외침인가요.) 이런 상상도 해봤다. 방용석 음악감독이 유퀴즈에 출연해 이 노래를 기타치며 불러주시는 상상.
<슬램덩크> 이전에, 2020년 초반 <검정고무신> 다시보기가 유행이었는데 검정고무신 주제가뿐만 아니라 라면송도 작곡하셨다니. (뿐만 아니라 <포켓몬스터> ‘우리는 모두 친구’, <디지몬 어드벤처> ‘안녕 디지몬’도 방용석 선생님 작품이라고.) 이쯤되면 유퀴즈의 출연하셔야 하는 이유 10000%이다. 선생님께서 기타 한 대 들고 나오셔서 OST를 직접 불러주신다면 뭉클할 것 같다. 이왕이면 초대가수로 박상민님도 나와주셨으면. 욕심이 점점 과해진다. <슬램덩크>를 비롯해 유년시절 애니메이션에 과몰입한 90년대생의 부작용 증상이라고 여겨주시고 유퀴즈에서 이 일을 꼭 해내주셨으면 좋겠다. 제작진 선생님들 꼭 좀 부탁드립니다. 예? (절실합니다. 진지.)
방용석 선생님, 좋은 추억 만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음악평론가 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