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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 May 30. 2023

가왕의 감각은 녹슬지 않는다

조용필 <Road to 20 - Prelude 2> EP 앨범 리뷰


조용필 <Rad to 20 - Prelude 2> EP 앨범 자켓.  ©YPC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앨범은 가왕 조용필의 새 앨범이다. 타이틀곡 ‘Feeling Of You’와 ‘라’가 수록되어있는 EP 앨범, <Road to 20 – Prelude 2>. 가왕은 올해 데뷔 55주년을 맞아 정규 20집을 발매할 예정인데, 그 과정으로 가는 두 번째 프렐류드(전주곡)이 되는 앨범이 이번 앨범이다. 전주곡이라기에는 앨범이 너무 좋은데, 과연 정규 20집은 어떤 스케일일까. 1번 트랙의 ‘Feeling Of You’를 지나 2번 트랙의 ‘찰나’, 3번 트랙의 ‘세렝게티처럼’, 4번 트랙의 ‘’까지 듣고 나면 세상을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받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앨범 전체 느낌이 매우 세련됐고, 동시에 진취적이며 가뿐하다. 활기찬 구석도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Feeling Of You’는 신스팝 장르의 곡이고, ‘라’는 조용필이 처음으로 도전한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장르이다. ‘라’를 처음 듣고나서는, 조용필 선생님이 국내 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로 등판하셔서 마지막 순서를 찢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조용필 "Feeling Of You" Official MV. 한국적인 요소가 돋보인다. 추수 감독 작품 ©YPC
조용필 "라" Official MV_La Visualizer. 세상 힙하다. 예술의 경지. ©YPC

1번부터 4번트랙까지 자꾸 듣게되는 마력은 조용필 선생님의 꽂히는 보컬과 화려한 사운드도 있겠지만, 가사도 한몫한다. 전곡 김이나 작사가가 단독으로 썼다. 1번 트랙 ‘Feeling Of You’의 가사를 조용필 선생님 목소리로 들으니, 이 곡이 내게 ‘삶의 지평선 같은 곡’이 되어버렸다. 지나고보면 별 것 아닌 일들로 불안에 떠는 우리네의 모습과, 그런 모습들에게 ‘모든 날이 숨쉴 수 있게’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라는 가사. 조용필이어서 더욱, 울림이 있다. 


떠나고 나서보면 별게 없었어 
큰일 같던 것도 별일이 아닌 먼지처럼 
괜히 바둥거렸어 
돼야만 한다고 믿었던 일들도 
멈추고 나서 보면 착각이었어 
나는 어디에,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이제 뜨겁게 불을 피워 
이제 느껴봐 너의 꿈을, for you 
The feeling of you 
모두 비워봐 머릿속을 
이제 들어봐 너의 마음, for you 
The feeling of you 
이름도 붙지 않은 거릴 걷다가 
발길이 닿지 않는 어느 외딴 먼 곳에서 
하루쯤은 따분하고 싶어 
늘 불안해서 채우고만 싶던 
모든 날들이 숨을 쉴 수 있게 
걱정 없이 밤을 새도 좋겠지 
(중략)
네 기분은 어때? 
그 무엇보다 제일 중요해 
너의 마음이 
더 고민하지 말고 
오늘을 위해 살아가야지 
지금을 위해 
우린 이렇게 함께 있지 
미랜 끝없이 펼쳐 있어, for you 
The feeling of you 
어둠 이겨낸 새벽으로 
비를 밀어낸 하늘 위로, for you 
The feeling of you 

- 조용필 'Feeling Of You' (2023), 김이나 작사.


2번 트랙 ‘찰나’는 사랑 노래다. 이 곡은 ‘시작하는 연인들의 차 안에서 울려퍼진다면’이라는 한줄평을 썼다. 드라이브할 때 듣기 딱 좋은 노래다. 나이가 들었다고 시작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노래하지 말라는 법 없다. 오히려 젊거나 어중간한 가수가 불렀다면 밋밋했을 터. 가왕의 감각이 느껴지는 트랙이었다. 3번 트랙 ‘세렝게티처럼’은 컨셉이 확실한 곡이다. 광활한 초원을 상상하며 듣게 된다. 이 노래의 묘미는 가장 마지막 가사에 있는데, ‘맨 처음의 꿈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 돼’라는 부분을 마지막으로 부르며 끝음처리를 하는 부분이 상당히 울림있다. 


우리가 처음 마주친 순간
내게 들어온 떨림
그때는 뭔지 나는 몰랐어
햇살이 붉게 물드는 창밖
저녁노을의 끝에
자꾸만 걸려 너의 얼굴이
반짝이는 너 흐트러진 나
환상적인 흐름이야
어쩐지
워어! 느낌이 달라
워어! 눈뜨는 아침이
워어! 이렇게 빛나
생각해 생각해 생각해 봐도
우리 마주치던 순간에 와~
나는 분명하게 기억해 워어!
결정적인 찰나
반짝이던 찰나
(중략)
재미없기로 소문났었던 내가
썰렁한 말에
실없이 웃고 많이 들뜨네
봐봐 모두들 멋쩍은 눈빛
나조차 적응이 안 돼
사람의 일은 알다 모르지
반짝이는 너 흐트러진 나
환상적인 흐름이야
어쩐지
워어! 느낌이 달라
워어! 낯설은 세상이
워어! 너 혼자 몰라
(중략)
할 말이 끊기고 가까워질 때면
농담이나 툭툭
화제를 돌리고 돌리며
할 얘기가 넘치는 척
여유 부리는 척
너의 집 근처에 가까워질 때면
다른 길로 빙빙
핸들을 돌리고 돌리며
길눈이 좀 어두운 척
괜히 헤매는 척
(중략)
그렇게 빤히 날 바라다볼 때면
머릿속이 윙윙
진정해 침착해 침착해
지금 나는 어지러워
너무 어지러워

- 조용필 '찰나' (2023), 김이나 작사.


조용필 신곡 "찰나" [Moment]- Road to 20 - prelude1  ©YPC
거침없이 푸른 하늘
고개 들어 달려가
멈춤 없이 흐른 물을
온몸으로 부딪혀
우린 모두 기억하지
맨 처음의 그 용기를
세상으로 내던져진
우렁찼던 생명을
오!
빌딩들 사이로 좁아진 시선을
더 넓은 곳에 놔두고
사람들 틈으로 구겨진 어깨를
두려움이 없이 열어봐
여기 펼쳐진
세렝게티처럼 넓은 세상에
꿈을 던지고 예~
그곳을 향해서 뛰어가보는 거야
드넓은 초원 위에 서서
비바람에도 버티는
뿌리내린 나무처럼
온몸으로 버텼어
오!
늘 같은 생각에 갇혀선 안되지
그럴 땐 힘차게 일어서
낯익은 거리를 처음인 것처럼
새로운 눈으로 돌아봐
여기 펼쳐진
세렝게티처럼 넓은 세상에
꿈을 던지고 예~
그곳을 향해서 뛰어가보는 거야
아름다운 모든 소리 들리지
이 땅이 들려주는 이야기
이렇게 펼쳐진
세렝게티처럼 넓은 세상을
우린 눈앞에 조그만 것들로
가끔 잊어버릴지 몰라
맨 처음의 꿈을
그 맨 처음의 우릴
맨 처음의 꿈을
다시 한번 기억해야 돼

- 조용필 '세렝게티처럼' (2023), 김이나 작사
조용필 신곡 "세렝게티처럼" [Like serengeti]- Road to 20 - prelude1 ©YPC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이제 ‘쉰 다섯 (55주년)’이 됐다고 농담을 하며, 잠실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하는 조용필의 모습은 귀감이 된다. 다른 콘서트에서 굿즈로 파는 응원봉을 전석 무료로 나눠주는 스케일하며, 두 시간 되는 러닝타임 동안 게스트 없이 위대한 탄생 밴드와 함께 무대를 꽉 채우는 모습까지. 더군다나 부르는 모든 곡이 히트곡이다. 1975년 솔로로 데뷔하며 히트한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시작으로, 80년대는 매해가 히트곡이었고, 2013년 <Hello> 앨범의 ‘Bounce’로 23년 만에 국내 차트 1위, 그 이후로 지금까지 선보이는 트렌디한 행보까지. 올 타임 레전드란 수식어를 빼고 표현하기 어렵다.


[가왕 조용필] 꿈 | 221204 4K | 조용필&위대한탄생 서울 콘서트 막콘 | 4K 고화질 ©Youtube '아기표범'

세상과의 싱크가 잘 맞는 아티스트들이 있다. 조용필이 그렇고, 현 시대엔 아이유가 그렇다. 조용필의 30대가, 아이유의 20대가 매년 앨범으로 발표됐는데, 그 이야기와 노래들을 대중이 사랑해주었다. 싱어송라이터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 아닐까. 나영석 피디는 침착맨 유튜브에 출연해 ‘자신이 3말 4초 (30대 말, 40대 초)에 창의력이 폭발했고 그 때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꺼내면 대중이 좋아해주는, 이른바 '세상과의 싱크가 잘 맞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는데, 그런 기분은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나영석 프로듀서는 그것을 ‘’이라고 표현했지만, 조용필 선생님을 보면 그건 운이라기보다는 ‘명석함’과 ‘노력’에 가까운 것 같다. 지금까지도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찾아듣고, 공부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을 보면. 정말이지 대중을 진심으로 사랑해야 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왕의 감각은 녹슬지 않았다. 조용필은 여전히 세상과의 싱크를 맞춰나가고 있다.


음악평론가 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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