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진 Jan 23. 2022

개꿈은 개꿈으로 끝난다

아무튼 랑카위 #1

아무튼 랑카위 #1


2021년 11월 24일 랑카위로 돌아왔다. 1년 하고도 10개월만이다. 랑카위에 도착하는 순간 한국에서 지낸 짧지 않은 시간들이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듯, 무게를 잃었다. 바로 눈 앞의 것만이 현실인 양, 한국에서의 시간들이 모두 꿈처럼 느껴졌다. 간간히 떠나기 전과 달리 느껴지는 무릎의 통증이 긴 밤을 달려 온몸으로 일했던 한국에서의 시간들이 실제했음을 알려준다….. 그것 외에는 모든 것들이 아득하다.


2014년 11월 25일, 랑카위에 처음 온 날이었다. 늦은 밤 랑카위에 도착해 비행기 밖으로 첫 발을 내딛는 순간 훅 덮쳐 온, 습기 가득한 미지근한 밤공기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다. 함께 한 번도 와보지 못한 아니 들어보지도 못했던 미지의 공간에 대한 설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갖게 되는 탱탱한 긴장감까지 말이다. 


7년이다. 랑카위와 한국을 오가며 살게 된 것이 7년이나 되었다. – 참으로 우습게도 날 랑카위로 끌고왔던 그 분은 지금 이곳에 없다.- 랑카위에 산다고 하면 사람들의 첫 질문은 “왜”, 혹은 “어떻게”가 아니라 “어디”에 꽂힌다. 랑카위가 어디냐는 뜻이다. 나도 그랬다. 


<트루뉴욕, 브루클린>을 쓰기 위해 뉴욕에 머물 때였다. – 정확히 말하면 뉴저지지만 여튼 - 이른 새벽 걸려온 전화를 잠에 취해 받았고, 랑카위라는 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열어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랑.카.위? 거기가 도대체 어디야? 영화나 드라마는 고사하고 스치듯 들어본 적도 없는 낯선 지명. 말레이시아에 있는 제주도랑 비스무리한 섬이라는 정도가 전화를 걸어온 이의 설명이었다. –제주도는 개뿔….어디다 비교하냐.- 


나이가 들면 바닷가가 보이는 자리에 작은 집 하나를 구해 방 하나 정도 손님을 위해 내어주며 살고 싶었다. – 물론 돈 받고 -  해질녘이 되면 텃밭에서 자란 이런 저런 것들로 밥상인지 술상인지 모를 것을 한 상 차려 손님과 나눠먹으며 살아온 이야기, 사는 이야기, 혹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는 개~꿈같은 소망이 있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이역만리 타국으로 한 통의 전화를 타고 당장 그렇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일년 내내 햇살이 가득한 남쪽나라 아름다운 섬에서 열심히 일만 해주면 게스트 하우스 (월급)사장자리를 내어주겠다고 말이다. 분명 전화를 받느라 잠에서 깼는데 꿈같은 소리를 하네. 정신이 번쩍 들어 

“ 뭐라고? 그냥 몸만 오라고? 와서 같이 사장이름달고 게스트하우스 하나 잘 키워보자고? 응? 진심이냐? 뭐 6대 4? 나는 7대 3도 괜찮아. 아니라고? 나중에 사업이 궤도에 올라 당신이 투자한 돈 다 회수하면 그때는 5:5로 해주겠다고? 아니야 안그래도 돼~ 알았어 알았어. 간다 가. 콜!”


그때의 나는 미쳤던가? 뭐 전후좌우 재는 게 3분만에 끝나냐? 평소에 잘해와봐야 다 소용없다. 결정적인 순간에 저지른 모자란 짓 하나가 그간 잘한 일들을 싹 다 갈아 마셔 버린다. 그때의 내가 왜 그랬을까? 

아마도 방송작가가 되겠다며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웠을 떄도, 내 꿈을 찾아 떠나겠다며 뉴욕으로 덜컥 날아갔을 때도, 소설커머스계의 삼성이라고 불리던 쿠팡을 떠나 블로거로 살 때도 늘 한 만 큼 돌려받았으니 이번에도 그러리라 믿었던 것인가 보다. 결론만 말하자면 그 믿음 덕분에 인생 최악의 선택을 했다. 쉬운 선택이었던 만큼 쉽게 잃었음은 당연하고, 선택한 것보다 더 크게,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