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를 건너 온 파인애플 쿠키
하와이에서 친구가 보내 온 쿠키 상자를 처음 받았을 때, 나는 꽤 놀랐다. 평소 연락을 자주 주고받는 편도 아니고, 무언가를 챙겨 보내는 성격의 친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같이 보낸 휴가에서 잠깐 내비친 나의 고민에 아마도 마음이 많이 쓰였을 친구는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달달한 간식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귀여운 쿠키를 사버린 것이다. 나는 상자를 열어 쿠키를 꺼냈고, 잠시 그 달콤한 향기를 맡았다. 쿠키는 파인애플 모양을 하고 있었고 각기 다른 맛과 색깔을 가진 쿠키들이 상자에 가득 담겨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그 작은 쿠키에서 느껴지는 것은 단순한 간식 이상의 어떤 것이었다. 그 향기와 포장에는 친구의 마음과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요즘 들어, 나는 매일 아침 잠에서 깨는 일이 점점 버거워졌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점점 희미해졌다. 몸과 마음이 모두 무기력한 채로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며, 더 이상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도, 목적도 점차 잃어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 무너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함이 가슴속에 자리 잡았다. 그 불안한 마음 때문에 나는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볼까, 아니면 약을 받아볼까 하는 생각도 자주 했다. 그만큼 나는 내가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지쳐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런데 쿠키 상자를 받은 날 밤, 문득 '약 대신 이 쿠키를 먹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친구가 보내준 쿠키라는 의미를 넘어, 이 쿠키가 나의 작고 따뜻한 약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믿음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나는 쿠키를 하나씩 아껴 먹기로 했다. 힘들 때마다, 마음이 무거울 때마다, 이 쿠키가 나의 작은 위안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 쿠키를 입에 넣었을 때, 그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내 마음을 살짝 다독여주었다. ‘혼자가 아니야, 괜찮아’라는 말이 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듯했다. 친구의 마음이 느껴지는 이 쿠키 덕분에, 나는 나 자신을 다독일 용기를 조금씩 얻었다. 아마도 이 쿠키는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사랑’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