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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조 Apr 25. 2023

추모하는 일

오래된 생각




누군가를 추모하는 일에 있어서 다른 용기는 필요 없다. 그를 안 지 얼마나 되었든, 어떤 관계였든 간에 추모라는 행위는 그 하나로 사방에 퍼지는 위로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몇 년 전, 유명한 가수 하나가 유명을 달리했다. 겨울이었던 것 같다. 아니, 그 이후에는 둘이 되고 셋이 되었다. 이렇게 쓰고 나니 참 간단한 사실인 것을 그날 새벽에는 참 적잖이 놀랐다. 노래를 여러 번 즐겨 들었고, 말을 하는 버릇이나 사람들을 대하던 태도를 좋아했던 터라 나 또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앞다투어 사람들이 글을 올리고, 기사를 올려댔다. 결론적으로 여태껏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행적에 대해 떠드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죽은 자가 터벅터벅 걸어와 '나는 생전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니었는데' 하고 이야기할 리 만무하므로.




첫 번째,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남자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 그룹의 정체성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멤버였고, 적당한 위트와 상대를 배려하는 말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그 우수 가득한 눈이 나는 무척이나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는 팬사인회에서 결혼을 한다는 팬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좋은 사람에게 가는 거지?'/'그래 다행이다.' 아마 이런 비슷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참, 여리고 선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게시한 인스타그램의 내용 중에는 검은 개의 사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I have a black dog' - 윈스턴 처칠이 자신의 우울증을 검은 개에 빗댄 표현. 아름다운 그는 이제 자신의 검은 개와 행복하려나.




두 번째, 그녀는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진 여자였다. 내 나이 또래였으며, 나는 그녀의 발그레한 얼굴을 매스컴에서 볼 때마다 나는 왜인지 유약한 나비를 떠올렸다. 그녀는 특이한 고양이를 키웠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자 했으나 몇 번의 반발이 있었고, 사람들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많았다. 너 때문에 그룹의 앨범이 엎어졌다느니, 남자를 밝힌다느니 하는 루머들. 대체 왜? 같은 여자로 태어나 브래지어는 풀어버렸을 때 더 편하다. 지나고 보니 고작 그뿐이었고, 신기하게도 알고 보니 나와 멀지 않은 동네에 살던, 어쩌면 평범한 한 명의 여자였다. 나는 가끔 아직도 그녀가 피처링에 참여한 노래를 찾아 듣는다. '하루살이'




세 번째, 그녀는 두 번째에 적어놓은 그녀와 친한 친구인 듯했다. 내막은 모르지만 어찌 되었건 연예인은 한편으로는 너무나 외로운 직업인 것인지 유약하고 연한 빛깔의 그들은 누구보다 친했다고 한다. 그녀는 영상 속에서 고해성사를 하듯이 '네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는 말을 남기고 얼마 되지 않아 우리 곁을 떠났다. 몸이 날쌔고 가벼워서인지 달리기를 잘하기로 유명했던 그녀. 나는 사람들이 그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표현인 새빨갛고 예쁜 체리를 떠올렸다. 그녀가 떠나던 날에도.




네 번째, 몇 개월과 몇 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 며칠 전 마주한 다른 기사 속 그. 당일 아침에는 친구의 말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프로그램에서, 혹은 유튜브의 짧은 영상 속에서 예쁘게 웃던 그도 떠났다고... 몇몇 사람들은 다시 추측을 일삼고, 팬들은 서로 위로를 하는 가운데. 소속사 가까이 마련해 둔 추모 공간에는 흰나비가 나타나 사람들이 놀랐다는 이야기도 오늘 퇴근길에 접했다. 생전, 그의 마지막 글에는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민들레 홀씨 사진이 있었다. 힘이 들었겠거니, 견딜 수가 없었겠거니 하는 나의 사담보다도... 그저 당신은 이제 우리가 알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결정을 했고, 그날 당신이 원하던 것을 이루었다면 모쪼록 그 마음이 평안하기만을 바라는 것이 예의라는 생각이 들 뿐.




그러니까 이렇게 한 번 더 상기하건대, 누군가를 추모하는 일에 있어서 다른 말은 필요가 없음이 확실하다.

이 글에 써 놓은 그 누구도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 내가 일반적인 대중으로서 그들을 안 지 얼마나 되었든, 그 어느 위치에서든 추모라는 행위는 그 하나로 다른 목적 없이 진실하면 좋겠다. 그래야만 한다.




- 기사에 딸린 추모글들을 읽다가 문득 적어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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