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앞두고 결심한 게 있다. 글 꾸준히 쓰기, 운동 꾸준히 하기, 영어 회화 공부 꾸준히 하기다. 셋 다 늘 작심 한 달 정도로 끝났던 것들이다. 새해에 다짐하는 뻔한 계획들이 다 모인 '나의 새해 다짐'이지만 연말까지 다짐한 대로 꾸준히 하는 사람은 뻔하지 않으니 그 뻔하지 않은 그룹에 나도 올해는 꼭 속하고 싶다.
오늘은 세 가지 중 '영어 공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제껏 영어를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우리 세대의 대부분이 그렇듯 나도 시험을 위한 과목으로 처음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딱히 영어에 재능도 없었다. 당연히 영어는 늘 관심사 밖이었고, 영어 성적도 그저 그랬다. 그나마 단어를 외우고 문제 풀기만 열심히 하면 점수 올리기가 쉬웠던 독해는 나름대로 점수가 나왔지만, 영어 듣기는 언제나 하위권이었다. 귀가 뚫리지 않으니 입은 말해 무엇할까.
귀도 막히고 입도 안 뚫렸지만 그간 영어 때문에 불편함을 겪거나 좌절하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영어와 이별했다. 외적동기인 시험, 취업 등 때문에 억지로 영어 공부를 해왔는데 해야 할 목적이 사라지니 공부할 필요가 없어졌다. 내적동기는 제로인 상태였기 때문에 영어를 내 삶에서 빼버리는 건 너무나 간단했다.
그랬던 내가 새해가 되고 매일 일과 중 틈새 시간이 날 때마다 영어 공부를 하는 중이다. 영어회화어플을 이것저것 다운로드하고 그중 마음에 든 어플을유료 결제도 했다.
영어를 잘하고 싶어진 계기는 특별한 건 없다. 작년 어느 날 갑자기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니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멋져 보이고 부러웠다. 자연스럽게 나도 영어를 잘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크게 자리 잡았다. 점수를 잘 받기 위한 영어가 아닌 언어로서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든 건 처음이었다.
뭐든 '시작'은 잘하는 나라서 마음이 동하자마자 행동으로 옮겼다. 어플을 다운로드하여 공부해 보고, ebs 라디오도 들어보고, 영어회화책도 사고, 유튜브의 양질의 영상을 보기도 했다. 여러 방법을 시도해 보긴 했는데 나아진 건 없었다. 아마도 나한테 맞는 방법을 못 찾았고, 그러다 보니 오래 지속되기가 힘들었던 게 아닐까 싶다. 당연히 실력도 제자리였다. 평소의 나라면 여기서 그만두었다.이번엔 달랐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해졌다.
영어를 잘하고 싶어 지면서 모국어 외에 언어를 하나 이상 자유롭게 구사하는 사람들이 더 대단해 보였다. 그들이 단순히 외국어 하나를 더 구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언어가 가지고 있는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까지 누린다. 얼마나 넓고 깊은 세계를 품고 있는지 모른다.
자라온 환경 덕분에, 혹은 언어능력이 뛰어나 영어를 배우기에 더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난 오로지 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고 심지어 들인 공만큼 결과물이 나올지 안 나올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렇게 굳이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까지 영어 공부를 다짐하는 건 잘 해내고 싶기 때문이다.
영어를 할 줄 알게 됐을 때 내가 얻게 될 많은 정서적 이득이 너무나 기대된다. 내 안에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그 세계는 제발 경험해 보라고 언제나 기다리고 있었을 거다. 이제야 천천히 발을 담가보려 한다.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머리가 팽팽 잘 돌아갈 때 이런 내적동기가 발현됐다면 어땠을까. 나의 20대, 30대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거다. 잘하고 싶어 지니 지금에서야 영어를 모르고 지나온 시간이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시간을 돌릴 수는 없고 다가올 시간이라도 영어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아봐야지.
지금부터 영어공부를 한다면 40대엔 그래도 기본적인 영어회화는 가능하겠지? 그렇게 되길 바라고 그럴 거라 믿는다. 나에게 남은 인생이 약 40년이라면, 무려 삶의 반은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살게 되는 거다. 상상만으로도 내가 멋지고 기특해진다.
언젠가 지금 쓴 이 글도 영어로 쓰고 말할 줄 아는 내가 되길 바라며오늘도 틈틈이 영어 공부 해야지.
새해에는 흘러가는 시간을 잠깐 멈추어 세워 나의 '일상을 살피는 마음'을 가지려고 합니다. 의미 없이 지나친 순간도 그러모으면 하루를 사는 비타민 한 줌이 될 거라 믿어요.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 쓰는 작가 다섯이 꾸려가는 공동매거진 <일상을 살피는 마음>을 구독하고 당신의 일상에도 영양을 듬뿍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