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왼쪽 가슴에 문제가 생겼다

by 작은나무

노래 가사 중에 '왼쪽 가슴'이 들어간 걸 찾아보면 대부분 사랑하는 이를 왼쪽 가슴에 품고 슬퍼하거나 설레하는 내용이다. 난 올해 마흔 살에 다정한 남편과 초등 아이가 둘 있는 유부녀이기 때문에 그 노래들의 상황처럼 왼쪽 가슴에 문제가 생긴다면 안될 일이다. 근데 내 왼쪽 가슴엔 진짜 문제가 생겨버렸다. 엄지 손톱만 한 크기의 종양이 자리 잡은 것이다. 그건 악성종양, 일명 '암'이었다.


2025년 12월, 나는 국가건강검진 대상이었기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별생각 없이 위내시경과 유방초음파를 유료로 추가하였다. 채혈, 소변, 엑스레이 등 여러 검사를 하고 초음파 검사실로 들어갔다. 갑상선부터 유방, 상복부, 하복부(자궁) 초음파를 진행했는데 다른 부위를 할 때보다 유방 초음파의 시간이 다소 길게 느껴졌다.


"언제 마지막으로 유방 초음파 찍으셨어요?"

"2년 전이었던 것 같아요. 왜요? 문제 있나요?"(나중에 찾아보니 5년 전 2020년이 가장 최근 유방초음파였다)

"그건 나중에 의사 선생님이 말씀해 주실 거예요."


불안감이 살짝 엄습했지만, 누구나 신체 여기저기에 생각보다 많은 결절(혹)이 있고 대부분은 물혹 등 건강에 문제가 되는 것은 없다는 걸 알아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모든 검진이 끝나고 우울증, 평소 신체활동 등의 문제를 간략히 진료하는 의사 진료를 봤다.


"위 내시경상 문제는 없고요, 우울증도 없고, 신체활동도 괜찮네요. 그런데.. 유방에 안 좋아 보이는 결절이 2개 있으니 소견서를 써줄게요. 추가검사를 해보세요."


나보다는 남편이 훨씬 걱정을 하고 불안해했다. 남편은 당장 유방을 전문으로 보는 유방외과를 가서 다시 초음파를 보자 했고, 나는 오늘 예약 가능한 곳이 집 근처에 없으니 일단 일주일 뒤로 예약을 하겠다고 했다. 별일 없을 텐데 미리 너무 불안해하지 말라고 남편을 달랬다. 나는 진짜 괜찮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잔병치레도 잘하지 않고 병원이라곤 아이들 진료를 위해 보호자로 가는 일이 90% 이상이었다. 더욱이 전혀 몸에 징후가 없었다. 멍울이 잡힌다든지, 유난히 피곤하다든지, 가슴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다든지 등의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이상해 보인다는 결절이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편은 그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고, 다음날 나를 설득했다. 집 근처에 오늘 진료 가능한 병원이 있어서 예약해 놨으니 퇴근하고 가보라고. 난 전혀 급하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남편이 불안해하는데 굳이 진료를 늦출 필요가 없었다. 퇴근하고 집 근처 유방외과에 소견서와 초음파 영상 cd를 제출하고, 다시 유방초음파를 봤다.


"초음파 영상 cd를 봤는데 조직검사가 필요한 거 같긴 해요. 지금 초음파를 다시 봐도 여기 이건 문제가 안 될 것 같은데, 좌측 2시 방향의 결절은 모양이 좋지 않네요. 혈관도 보이고요. 빨리 조직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잠시 밖에서 기다리세요. 오늘 바로 할게요."


갑자기 체온이 내려간 건지 온몸에 소름이 돋고 추워지기 시작했다.


10여 분을 기다린 뒤, 조직검사실로 들어갔고 '총조직검사'라는 걸 했다. 국소 마취를 하고 긴 바늘로 가슴을 찔러 이름 그대로 총을 쏘듯 탕탕 소리와 함께 의심이 되는 세포의 일부 조직을 떼어내는 검사다. 6-7번의 탕탕 소리가 울렸고 내 몸 안에 있던 일부를 떼어냈다.


"암일 수도 있나요?"

"이 정도면 10% 확률입니다."

"그건 높은 확률일까요?"

"네"


여러 검색으로 정보를 봐 온 남편 말로는 보통 의심 조직에 따라 악성일 확률이 2~10%, 10~50%, 50~90%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10%라는 건 굉장히 애매하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10%라는 숫자보다는 그걸 말하는 의사의 분위기에서 직감했다. 내 몸에 문제가 생겼을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클 것이라고.


조직검사 결과는 주말을 제외하고 5일이 걸린다고 했고, 그렇다면 그다음 주 월요일이 '운명의 날'인 것이다. 월요일 아침 9시 5분쯤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올게 온 것이다. 조직에 문제가 없다면 문자가, 문제가 있다면 전화가 갈 것이라는 안내를 받은 상태였다. 전화를 받았다.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어요."

"안 좋나요?"

"조직검사 한 것 중 1개는 괜찮지만 1개가 0기암 상피내암이에요. 초기라고 볼 수 있어요."


전화를 해준 간호사는 본인도 유방암이었지만 잘 극복했다며 위로를 해주었고 내원해서 의사 진료를 보고 상급 병원 예약 절차를 진행하라고 했다.


아, 진짜 이렇게 암이 걸릴 수도 있구나. 나 아직 마흔도 안 됐는데. 이제 진짜 건강관리 잘하려고 마음먹고 헬스장도 가고 열심히 운동하고 있었는데 암세포가 먼저 선수를 치네. "너 건강관리 좀 해라. 잔병치레 없다고 자만하지 마라"고. 근데 좀 더 생각해 보니 어쩌면 내가 선수를 친 거였다. 암세포가 더 자라기 전에 딱 잡아냈기 때문이다.


0기암에 대해 찾아보니 암 중에서도 완전 초기에 해당되었고 그만큼 예후도 좋았다. 암이 안 걸렸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미 나에게 왔다. 과거를 짚어보며 내가 뭘 잘못했는지 돌아볼 필요도 없다. 미래에 치료가 혹시라도 잘 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괜한 걱정을 미리 할 필요도 없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잘 치료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바뀌고 나이가 바뀌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한 해의 마지막을 암진단을 받으며 마무리하니 마음이 조금 서글펐다. 마흔을 이렇게 요란하게 맞이할 줄이야. 작지만 강한 암세포가 보낸 경고장을 아무 준비도 없이 받아서 아주 당황스럽긴 하다. 아직도 내 몸은 내가 느끼기엔 건강한데 몸속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체감되지 않아 더 그런 것 같다.


그렇지만 당황스러운 감정과는 별개로 난 내가 암환자라는 걸 잘 받아들였다. 벌써 생겨버린 나쁜 세포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전에 잡아낸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진단을 받았던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마지막에 드는 생각은 '지금 발견해서 얼마나 다행인가'이다. 물론 막상 수술을 해보니 0기가 아닌 1기인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일어나지 않은 좋지 않은 상황은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잘 싸워서 내 몸에서 내보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