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복잡하고 해야 할 건 많다

by 작은나무

1차 병원에서 진단을 받자마자 대학병원 두 군데에 초진 예약을 해두었다. 한 곳은 차로 15분 거리 규모가 조금 작은 병원이고, 한 곳은 차로 35분 거리지만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 비해 규모가 더 컸다. 혹시 모를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거리가 조금 멀어도 규모가 더 큰 병원으로 선택을 했다.


일주일을 기다리고 드디어 대학병원 초진 날. 2주 전 건강검진을 받을 때처럼 공복 상태로 병원에 갔다. 9시 30분 예약이었지만 서둘렀다. 여러 후기를 봤을 때 첫날은 여러 가지 검사로 시간이 꽤 많이 걸린다고 했기 때문에 일찍부터 집을 나섰다.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8시.


조직슬라이드와 CD, 조직검사결과지, 진료의뢰서 등을 제출하고 신용카드처럼 생긴 진료카드도 만들었다. 8시 30분 유방암센터로 가서 교수님 진료를 기다렸다. 일찍 왔으니 조금 일찍 진료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완전 오산이었다. 상투적이지만 가는 날이 장 날이라고 하필 그날 진료실의 컴퓨터가 고장 났다 안 났다를 반복한 것이다. 나중에 간호사에게 들었는데 1년 중 하루 정도 이런 날이 있다고 했다. 2시간을 기다린 후 드디어 진료를 볼 수 있었다.


2시간을 기다렸지만 진료는 2분. 짧은 진료 후 나를 기다리고 있는 각종 검사들이 있었다. 우선 나는 40세 미만 유방암 환자여서 원래는 비급여인 브라카 검사라는 유전자 검사를 급여로 할 수 있었다. 혈액으로 하는 것인데 이 검사에서 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발견되면 앞으로 유방암, 난소암, 췌장암 발생률이 높다는 것이므로 추후 치료나 관리 방향을 이에 맞게 설정할 수 있다. 혈액으로 알 수 있는 검사라고 한다.


건강검진 때와 똑같이 채혈을 하고 소변 검사를 하고 흉부 엑스레이, 유방 엑스레이, 심전도, 골밀도 검사를 했다. 그리고 건강검진 때와 다르게 유방 mri를 찍었고 뼈스캔을 했다.


나는 ct는 1번 찍어봤고(뇌 ct를 건강검진 때 어떤 건지 궁금하여 4-5년 전쯤 한번 찍었는데 엑스레이처럼 아주 짧고 간단했던 기억이 있다.) mri는 찍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말하는 조영제의 느낌이 불쾌하다, 이상하다, 혹은 mri를 찍다가 폐소공포증이 있는 걸 깨달았다, 너무 답답했다 하는 등의 후기를 볼수록 약간은 두려우면서도 한편으론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어쨌든 이미 여러 번 해본 검사 몇 가지를 끝내고 드디어 mri실 앞 도착. 우선 조영제가 들어갈 수 있도록 손목에 주삿바늘을 찔렀다. 역시 주사는 따끔하다. 안 아플 순 없나 보다. 내 이름이 불리고 들어가니 사진과 영상으로만 보던 큰 기계가 있었다. 내가 찍는 건 유방 mri기 때문에 침대에 똑바로 눕는 게 아니라 엎드린 자세로 찍는다고 했다. 상의를 탈의하고 가슴 위치에 있는 하얀 통에 가슴을 넣었다. 그리고 엎드리니 얼굴 부분도 뚫려있어 바닥이 보였다.


촬영 시간은 30분. 주기적으로 울리는 쾅쾅하는 소리가 시끄럽긴 했지만 딱히 거슬리진 않았다. 사실 약간 잠이 들어서 그런 것도 있다. 선잠이 들었다가 큰 소리가 나면 살짝 잠이 깼다가를 반복했다. 이런 검사 중에 잠이 드는 걸 보면 난 어디서나 잘 자긴 한다. 덕분에 mri가 답답하다든지 하는 건 전혀 느끼지 못했다. 똑바로 누워서 찍으면 갑갑함이 있을까 궁금했다(그리고 결국 2주 후 똑바로 누워 찍는 mri도 찍게 되었다)


마지막 검사는 뼈스캔. 이름부터 왠지 심상치 않다. 여기서 뭔가 나오면 정말 큰일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뼈스캔을 위한 주사를 맞고 4시간 후에 촬영을 한다고 했다. 다른 검사와 달리 뼈스캔은 공복 상태가 아니어도 되어서 남편과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다시 검사실로 돌아가 뼈스캔 시작.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다가 어떻게 내 뼈가 스캔되고 있는 건지 궁금해 눈을 떴다가 깜짝 놀랐다. 내 얼굴보다 조금 큰 정사각형의 판이 완전 코 앞에 와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스캐너였던 거다.


몸은 움직이면 안 되니 가만히 있고 눈동자는 자유롭게 요리조리 굴려보았다. 왼쪽 위쪽에 모니터가 있었는데 거기에 내 머리뼈가 보였다. 그리고 스캐너가 머리부터 아주 천천히 몸 아래쪽으로 내려갈 때마다 모니터에 내 뼈가 점점 더 드러났다. 신기했다. 그리고 어떤 이상이 있을까 봐 걱정이 됐다.


뼈스캔을 마지막으로 병원을 나선 시간은 오후 4시 30분. 병원에 8시간 반을 있었던 거다. 그럼에도 오전 진료가 밀린 탓에 흉부 ct와 유방 초음파는 찍지 못해 다시 또 병원에 가야 했다. 12월 중순부터 나는 한 주는 검사를 하기 위해, 한 주는 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 가기를 반복했다. 1월 마지막주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병원에 한 번도 안 가는 주를 보내고 있다. 집 앞 병원도 갈 일이 없던 내가 대학병원을 매주 가게 되다니 사람 일은 역시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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