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서 초진 후 골밀도, 심전도, 흉부 엑스레이처럼 짧게 끝나는 검사와 유방 mri, 뼈스캔 등 제법 시간이 걸리는 검사까지 했지만 내가 해야 할 검사는 아직 남아있었다.
이 때문에 2025년의 마지막 일정과 2026년 첫 일정은 모두 병원이었다. 새해가 되며 공식적으로 한 살을 더 먹고 나이 앞자리가 바뀌고 다시 간 병원(그래도 병원 나이로는 아직 38세). 남아있는 검사는 흉부 ct와 유방초음파였다.
유방 초음파는 이미 2주 동안 건강검진센터, 1차 유방외과에서 두 번 했지만 대학병원에서 혹시 모를 전이나 유방의 다른 부분에 있을 수도 있는 암세포 검사를 위해 또 하였다. 초음파는 유방에서 끝나지 않고 갑상선이 있는 목부터 쇄골, 겨드랑이까지 골고루 하였다. 나쁜 세포가 또 있는지 혹시 가슴 외에 다른 부위에도 뭐가 있진 않은지 너무 궁금했지만 침대에 누워 시선이 닿는 곳에 초음파실에서는 질문에 답을 해주지 않으며, 교수님과 진료에서 물어보라는 문구가 있어 꾹 참았다.
초음파를 끝낸 후 흉부 ct실로 이동하였다. 유방암은 림프절을 통해 전이가 잘 되는 암이다. 폐나 간, 뼈 등으로 전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흉부 엑스레이보다 정밀한 ct 촬영을 통해 폐나 간의 전이여부를 판단한다고 한다. ct를 찍기 위해선 또 조영제를 투입하여야 했고 지난번 유방 mri 촬영 때보다 왠지 더 굵은 것 같은 주삿바늘을 손목에 찔렀다. 윽 소리가 날 뻔했다.
30여 분의 대기 후 내 이름이 불렸고 ct 촬영실로 들었다. 촬영 자체는 길지 않았으나 조영제가 들어갈 때 느낌이 mri 때보단 확실히 강했다. 얼굴부터 배 아래까지 뜨끈해지는 열기가 느껴졌고 마치 소변을 눈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불쾌한 느낌이 이 느낌이 아닌가 싶었다.
해야 하는 모든 검사를 끝내고 귀가했고 이제는 일주일 뒤 교수님 진료에서 검사 결과를 듣고 수술 일정을 잡으면 된다. 3주 동안 정신없이 병원을 다니면서 여러 검사를 마치고 나니 내가 진짜 암이 걸리긴 했구나 다시 실감이 났다. 그러다 갑자기 머리는 스친 생각 하나. 암 진단받기 2주 전 예약한 코타키나발루 항공권이 생각났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아이들도 마침 영아기를 벗어나 해외여행을 갈 만한 나이가 되어 3년 전부터 매년 장거리 여행을 가고 있다. 다낭, 나트랑, 삿포로에 다녀왔고 제주도도 3번 다녀왔다. 올해는 4월 초에 코타키나발루를 가려고 티켓을 끊어둔 참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찾아온 암이라는 불청객 때문에 일정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지금 상황으론 내가 0 기기 때문에 수술+방사선(약 20회)을 하면 그 이후 병원에 자주 갈 일은 없지만 아무리 빨리 일정을 잡더라도 3월 말에 끝나고 그럼 치료가 끝나자마자 해외여행을 가게 되는 것인데, 과연 내 체력이 받쳐줄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혹시나 수술 후 병기가 0기에서 1기로 바뀔 수도 있고, 어쩌면 항암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4월이 문제가 아니라 상반기, 올해 전체가 일정이 불투명해지는 거다.
남편과 상의 끝에 4월 초 해외여행은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고, 우리는 아쉽지만 여행을 취소하기로 했다. 취소 수수료가 인당 8만 원, 우리는 친정엄마까지 5인 가족이었기 때문에 취소수수료만 총 40만 원. 돈도 여행도 아깝지만 건강해야 여행도 즐길 수 있으니 치료를 잘 받고 건강을 되찾은 후 가기로 결정했다.
수술 일정이 잡히면 항공권도 취소하기로 하고 검사 결과를 들을 날을 기다리며 약간은 초조한 마음으로, 그렇지만 대부분은 여느 때와 비슷하게 지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글에 나온 상황과 글을 쓰는 시점에는 몇 주의 간격이 있습니다. 수술은 2월 6일입니다. 다음 글은 수술 후에 쓰게 되겠네요. 글 읽는 모든 분들 진심으로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