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진기 Nov 08. 2015

월급쟁이 마인드와 전문성의 결여

“회사가 월급을 주는데, 당연히 시키는대로 해야지.”


나는 이말과 생각을 증오한다. 나도 회사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몇번 들었는데, 그 분은 후배에게 좋은 조언을 해주려는 의도였는지 몰라도, 나는 그 선배가 너무 안타까웠다. 그 말 속에는 본인은 회사가 시키는데로 해야지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즉, 여기가 아니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키는데로 안했다가 잘리면 어떻게 하지?”, “아직 우리아이 중학생인데……”, “우리 와이프에게는 뭐라고 하지?” 라는 물음표를 매일 몇십년간 등에 짊어지고 사는게 얼마나 고되고 힘들수 밖에 없을까?


월급쟁이 마인드로 길들어지는 직장인


공무원 등을 제외하면 ‘평생직장’의 시대에서 ‘평생직업’의 시대로 바뀐지 이미 오래되었다. 하지만, 본인의 적성을 알고, 그것에 맞춰 직장 내에서 커리어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위에서 언급한 선배처럼 회사에서 시키는데로 흘러가는 ‘월급쟁이 마인드’가 더 많은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잘못도 있겠지만 회사가 그런 방향으로 유도하는 탓도 크다. 입사할 때 부터 수많은 교육 등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갑을관계’라는 사회구조상 대기업의 명함이 본인의 실력이라고 쉽게 착각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에서 가만히, 묵묵하게 충성심을 보이면 안전하다는 믿음을 준다. 거대한 시스템 속에 한 부속품으로서 열심히 쓰여지면서 ‘가장 훌륭한 부품’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본인의 커리어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회사가 가라는 데로 군말없이 옮겨다닌다.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마치 주인에게 복종하는 애완견처럼 길들여지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무엇인가? 명예퇴직이나 정년을 채운 후 회사를 나오면서 사회라는 정글에 버려진다. 순환근무로 인해 전문성은 없고, 대기업이라는 간판이 벗겨진 후 깨닫는다. 아… 나는 그 동안 무얼 한거지? 마치 주인에게 버려진 유기견처럼 말이다.


회사가 생계를 책임져주는 시대는 IMF를 전후해서 끝났다. 이제는 본인이 살 길을 찾아가야 하는 시대이다. 정년보장 등으로 회사에 언제까지 기댈수는 없다. 평균수명도 더 길어졌을 뿐더러, 효율의 이름으로 전문성 없고 고연봉을 받는 늙은 임직원들은 명예퇴직, 구조조정 등으로 얼마든지 정글로 몰아낼 수 있다. KT, 수많은 삼성 계열사 및 국민은행  등 그 탄탄하고 안정적일 것 같았던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좋은 예가 아닌가?


월급쟁이에서 본인 커리어의 주최자로


내가 존경하고 닮고 싶은 故 구본형 소장은 아래와 같이 말씀하셨다.

“기업과 개인은 수직적 고용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협력관계 이며 성공을 위한 파트너이다. 자신을  1인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가장 안정적인 고용의 방법은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고용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부에서  ‘가장 자기다운 것’을 발견하고 계발하여 자신을 자본화 할 수 있어야 한다.”

구본형 소장님께서 말씀하신 것 처럼, 이제는 한 조직의 소속감을 가지고 충성을 하기보다는, 본인에게 충성을 해야 한다. 본인의 실력을 키워서 ‘여기가 아니라도 난 자신 있어’ 할수 있는 전문성과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 범용적인 전문성으로 무장해야 한다. 본인의 장점과 전문성을 기르는 인큐베이터로 회사를 활용해야 한다.


물론, 다른 일에 집중하라는 말이 아니다. 회사나 상사에게 밉보일까봐 아무 내색도 없이 회사가 보내는 부서로 가서 자신의 커리어를 흘려보내지 말라는 소리다. 당당하게 본인의 역량을 키워서 적성과 전문성을 쌓고 싶은 부서에 보내달라고, 아님 지금 이 부서에 남고 싶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회사일과 본인의 커리어를 연계시키고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소리다. 회사에 있을때는 당연히 치열하게 일하고 회사에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인사(Human Resource)의 역할

“Where do you see yourself in 5 years? 10 years?”

외국계 회사의 면접을 보면 자주 나오는 질문이고, 내가 좋아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 질문 속에는 “당신은 어떠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싶어요?” 라는, 본인의 적성과 열정에 대한 질문인 동시에, “이 회사에서 5년, 10년 계속 다니지 않을수도 있지 뭐……”의 Cool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임이 녹아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대기업에서는 잘 나오지 않고, 대답하기도 껄끄러운 질문이다. 5년후에 HR 전문가가 되어서 컨설팅회사에서 일하고싶다고 하는 사람을 한국 인사팀에서 뽑아줄지 굉장히 의문이다.


하지만, 한국 대기업들도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어야 한다. 회사도 수 많은 임직원의 생계를 정년까지 책임 못져주지 않는가? 임직원의 성향과 장단점을 파악해서 전문가로 육성 될 수 있도록 커리어 관리 및 교육을 해줘야한다. 물론, 그들이 떠나지 않도록 좋은 기업문화를 형성하고 경쟁사 대비 좋은 직원 가치 제안(Employee Value Proposition)을 제공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본인 커리어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음을 명심


앞에서 누차 말했듯이 ‘열심히 묵묵히 일하면 회사에서 책임지고 챙겨준다’ 라는 말은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지금 위에 앉아있는 경영진들의 세대까지는 그러했는지 몰라도 현재 대한민국은 시대가,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침몰하는 배에서 과감하게 뛰어내릴 용기와 야생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본인만의 무기를 갖춰야 한다.


결국 본인의 커리어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

<About 은진기>

저는 오랫동안 속삭이던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억대 연봉과 훌륭한 복지를 제공하던 안정적인 직장을 뿌리치고 나와 잡플래닛에서 커리어 컨설턴트로 활약 중입니다. 직장인과 기업의 발전과 행복에 기여하는 것을 Mission으로 삼고, 커리어, 기업문화와 HR을 주재로 Blog을 운영하며 국내외 미디어에 기고를 하고 있습니다. 외국계기업, 대기업, 컨설팅사, 스타트업 및 글로벌 헤드헌팅사에서 직접 격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실질적인 커리어 관련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커리어 방향 설정, 퇴사/이직 등의 고민, MBA/석사 관련 궁금증, 이력서/자소서 작성, 한국어/영어 면접 준비 및 직장생활 관련 고민 등, 커리어 관련 주제로 컨설팅을 원하시면 jinki.eun@jobplanet.com 또는 카톡(ID: jinkieun)으로 연락 주십시오. 


경력

-      현 Jobplanet 커리어 컨설턴트

-      전 Spring Professional(글로벌 헤드헌팅사) Senior Consultant

-      전 삼성화재 경영기획팀 과장, 인사팀 책임

-      전 Otsuka International 영문기자 및 사내홍보 사원

-      국내대기업, 외국계 기업, 중견기업 등, 30개국의 3,000명의 넘는 국내외 인력들에게 교육/컨설팅 진행

-      커리어, 이문화, 한국의 교육, 기업문화관련 강의 및 블로그 운영 www.jinkieun.com

학력

-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MBA (HR/전략Focus)

-      Rutgers University 사회학 학사 (심리학 부전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