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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계영 Feb 18. 2016

자식들에게는 못 하는 말

“자식들한테는 못 하고 친구끼리만 할 수 있는 얘기들이 있어!”

“그게 어떤 건데요?”

“’요즘 내 손가락이 점점 얇아지네, 전에 우리 어머니 수발들 때 돌아가실 무렵 되니까 손가락이 무척 가늘어지시더라고. 요즘 내 손가락이 그래 … 피부도 많이 얇아졌고 …’ 이런 말들”

“안과 의사가 ‘할머니가 가끔 주시는 잡지 열심히 잘 보고 있습니다. 근데 그 깨알같은 글 다 읽고 나서 제게 말씀해 주신 것 같은데, 거의 뵈지도 않는 눈으로 이걸 어떻게 보셨을까 하는 마음에 무척 안쓰러워요 …’ 이런 말 하는 거”

“속 모르는 이웃이 ‘치아가 참 좋으시네요. 자녀들은 참 좋겠어요. 저희 어머니는 모두 틀니 하셨는데, 그거 하느라 비용이 만만치 않았거든요’ 할 때, ‘애들이야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겉으론 크게 달라 보이지 않으니 어머니 이(齒牙)는 별 탈 없는 줄 알겠지 … 치과의사만 알지’ 속으로 생각할 때”

빙긋이 웃으며 듣고 있으니 그런 말이 꽤 있으신가 보다.

실로 오랜만에 어머니와 둘이서만 점심을 했다. “밖에 나가서 먹으면 시끄럽고 맛도 어머니 밥만 못하니 집에서 해 주세요” 했던 터였다. 냉장고에 고이 챙겨 두신 굴비 몇 마리를 꺼내 만들어 주신 조기탕은 언제나 먹던 맛 그대로였다. 둘이 먹기엔 반찬을 너무 많이 펼치시는 바람에 두어 가지 외엔 손도 못 댔다. 그보단 어머니와의 대화가 더 맛있고 찡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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