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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계영 Feb 17. 2016

다름과 같음에 대해

언젠가 이후 사람들이 같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 것 같다. 얼핏 그건 매우 논리적이었다. 현재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런 ‘내’가 다른 ‘그/그녀’와 어떻게 달라질 수밖에 없었는지 그 ‘다름’의 원인들을 너무나 쉽게 나열할 수 있었다. 부모에게 물려 받은 DNA, 자라면서 접한 환경과 교육의 영향, 어른이 되면서 (달리 말하면, 거친 세상을 겪으면서) 마주친 다양한 사건들과 관계들, 나아가 그런 외부 자극을 만나 내가 한 선택과 결정들 … ‘나’를 그 ‘누구’가 아닌 바로 ‘나’로 만든, 아주 독특한 것들이 분명히 있었다.

그런 생각은, 그때 그가 왜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왜 나보다 ‘생각이 짧고 답답하게’만 보였는지, 혹은 왜 그렇게 ‘몰상식’했는지를 설명해 주는 것처럼 보였기에 안도했다. 한편으론 그런 ‘다를 수밖에 없음’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언젠가 (나이 들어 죽기 전까지?) 이걸 이해하게 되기 전에는 그 몰이해로 인해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불편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 단정하곤 했다. 그런 관점에서, 다행히 나는 그 ‘같지 않음’에 대한 인생의 진리 비슷한 이해를 소유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그리하여 나는 남보다 더 ‘쿨한’ 사람이었다.

나이를 더 먹다 보니, ‘독특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생겼다. 아니 이미 나랑은 좀 다르다고 생각했던 사람인데 좀더 경청해 보니 ‘그’와 ‘내’가 실은 같은 느낌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 누구와도 다른 눈썹과 헤어 스타일(헤어가 없는 것도 포함하여) 좀 희한하게 생긴 치아 구조와 귓불을 달고 있는 그가, 그런데 왠지 나와 비슷한 데가 많다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하나 하나 같은 게 하나도 없지만 하나처럼 보였다. 빼곡히 들어 선 들꽃처럼.

이젠 사람은 거의 비슷하다는 생각이 더 크다. 나와 그가 겪은 삶의 고단함이 비슷하고, 그에게 들이닥쳤던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내게도 닥쳤으며, 젊을 땐 꿈조차 꾼 적 없던, 나이듦이 드리운 그림자의 넓이 또한 별반 차이 없다. 다시 생각해 보니 ‘같지 않음’에 대한 나의 그 발견, 그래서 내가 더 쿨한 사람일지 모른다고 느끼게 했던 그 착각 또한 나름대로 모든 이에게 있었던 ‘비슷함’이었음을 이젠 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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