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뉴턴의 이 아이디어의 어디가 그렇게 대단한 걸까요? 그걸 이해하기 위해 뉴턴의 질문과 답을 정리해 보죠.
질문: (사과는 떨어지는데) 달은 왜 안 떨어지는가?
답: (사과와 마찬가지로) 달도 떨어진다.
이쯤 되면 감이 오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시간을 돌려 고대인의 우주관으로 돌아가봅시다. 이들의 시각에서 세계는 천상계와 지상계, 둘로 나누어져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살펴봤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한 이유에는 종교적 이유도 있었지만 그것만은 아닙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우주를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파악했었다는 것이 핵심적인 이유가 됩니다. 우리가 사는 생활세계에서 파악하면 하늘과 지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사과와 달을 비교해 보죠. 둘의 운동은 전혀 달라 보입니다. 사과를 던지면 언젠가는 멈추죠. 반면 달은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입니다. 그러니 일상 경험에서 둘을 전혀 다른 대상으로 파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결론일 겁니다.
그러나 뉴턴의 추론은 이 자연스러운 결론을 거스릅니다. 자 보세요. 사과는 분명 지상계에 속한 물건이죠? 달은 천상계에 속한 대상이고. 그런데 여기서 둘 다 지구로 떨어진다는 것은 두 대상의 운동이 모두 뉴턴의 3법칙에 따른다는 뜻이 되는 겁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즉, 두 세계가 모두 하나의 법칙에 의해 지배된다는 것입니다. 두 개가 아니라! 이 혁신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은 너무나 큽니다. 그 역사적인 귀결에 대해서는 나중에 차차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겁니다. 지금은 생각 자체에 집중합니다. 뉴턴의 이 혁신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천상계와 지상계를 지배하는 법칙은 같다”
이것은 정말로 대단한 진전입니다. 예전에 아폴로 우주선을 타고 처음 달에 도착한 암스트롱이란 분이 달착륙을 인류의 자이언트 스탭이라고 하셨잖아요? 저는 이것이야말로 자이언트 스탭이 아닌가 합니다. 뉴턴의 이론은 세계가 하나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죠. 과학시대를 살고 있는 여러분에게 이 말은 크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뉴턴이 살던 시대는 아직 중세가 끝나지 않은 때였다는 것을 생각하세요. 여전히 기독교가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던 때, 모든 사람이 두 개의 세계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을 겁니다. 유럽인들은 천년이 넘는 기간을 그렇게 믿고 살았습니다. 당연히 뉴턴의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그렇게 믿고 살았을 겁니다. 여러분, 가장 생각해 내기 어려운 아이디어가 뭔지 아십니까? 뭔가 문제가 있다면 고민해서 답을 찾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물론 사실 그것도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더 어려운 것이 있어요. 정말 어려운 건 당연한 것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이게 어려운 이유는 문제 자체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연하게 생각하니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그러니 다른 아이디어를 내기도 어렵죠.
그러니까 지금 우리는 그런 당연한 생각 하나가 깨지는 사건을 보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세계가 하나라는 것이 당연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원래 당연한 게 아닙니다. 두 개의 세계가 하나의 세계로 관점을 바꾸게 된 역사적인 계기가 바로 뉴턴의 이 책 <프린키피아>인 것입니다. 그에 힘입어 과학 발전하면서 이 새로운 세계관이 전 세계로 퍼지게 되었고 우리도 그렇게 믿게 된 것이지요. 그러니 이 책이 얼마나 대단한 책인지 감이 오실 겁니다.
따라서 뉴턴의 <프린키피아>는 하나의 과학 이론을 제시했다는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습니다. 이 책을 제가 감히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인류가 세계에 대해서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완전히 바꿔 놓은 책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이 문제를 논한 프린키피아의 중요한 부분이 뉴턴이 책에 써놓은 ‘일반 주해(General Scholium)’입니다. 이 부분은 책의 초판에는 없는데요. 책을 출판하고 나서 사람들이 하도 어렵다고 난리를 치니까 뉴턴이 일종의 해설을 덧붙인 겁니다. 이 주해에는 세계와 과학에 대한 뉴턴의 생각이 압축되어 들어있습니다.
(이 부분의 내용은 건국대 이종필 교수님의 강의에 많은 것을 빚지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