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에 관하여

by 진경


어느 순간부터

너는 살아 있음에 대해

말하지 않게 되었다


말은 항상

상태를 늦게 따라온다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다만 벽시계 속 톱니바퀴처럼

멈추지 않았다


너는 그 작동에

적절한 반응을

끝내 찾지 못했다


존재는 처음부터

과했다


이 과잉 앞에서

우리는 결정을 불러낸다

—결정이

정리를 대신해 줄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그러나 선택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되돌릴 수 없다는 성질을

사태에 남길뿐이다


너는 여러 번

입을 다물었고

그 침묵은

방 안의 먼지처럼

천천히 쌓여

너를 포함했다


세계는

너를 필요로 하지 않았지만

배제하지도 않았다

너는 늘

어중간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여기서

말하려 했던 것이 있었지만

그것은

문장으로 오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의미는 한 번

멈춘다)


신의 부재는

해결이 아니라

빈 액자가 되었고

액자는

질문을 제거하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이 사라질 자리를

끝없이 확보한다


죽음은

앞에 놓인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의 선택들이

서로를 지워갈 때

책장 뒤편에 쌓이는

먼지 같은 것


삶은

의미를 향해 가는 과정이 아니라

의미가 끝내

도착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에 가깝다


너는 아직

여기에 남아 있지만

이 남아 있음은

어떤 설명도 요구하지 않는다


실존은

견디는 문제가 아니라

빠져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늦게 이해하는

상태다


#眞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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