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
나는 같은 생각을 다른 날에 했다
시곗바늘은 분주히 각도를 넓혔으나
내 머릿속의 어떤 점은
동결된 채 제자리에 있었다
아침마다 주전자를 올렸다
김이 올랐다 사라지는 간격 속에서
사라진 것들이 남긴 습기를 보았다
컵은 비워진 뒤에도 뜨거웠고
손바닥은 그 델 듯한 부재(不在)를 기억했다
기억은 늘 이런 식이다
문이 닫힌 뒤에야 복도 끝에서 돌아와
현재의 표면을 눅눅하게 덥힌다
거리에는 눈이 없었으나
사람들은 얼음 위를 걷듯 뒷굽을 아꼈다
이미 한 번 미끄러진 적 있다는 몸짓으로
근육은 다음 장면을 미리 휘청이고 있었다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태도가
오히려 빙판의 형상을 완성하고 있었다
감각에 도달하지 못한 생각들은 휘발되지 않는다
다만 냄새를 바꾸어
다시 코끝으로 돌아올 뿐
밤이 깊어질수록
어제와 오늘의 경계는 묽어졌다
오늘이 어제를 밀어내지 못하고
어제가 오늘 속에 녹아든 채 굳어버린 시간
나는 같은 계단을 오른다
어제보다 조금 높이, 그러나 여전히 제자리에서
끊어지지 않는 것들은
대개 이름을 숨긴 채 흐른다
겨울의 외곽을 돌던 바람이
슬쩍 봄의 명찰을 빌려 차고 나타날 때까지
조용히, 그러나
계속되고 있었다
#眞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