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에서 시작된 박사 생활, 나를 충전시킨 하루
다시 런던에 도착했을 때, 설렘과 낯섦이 동시에 밀려왔다. 익숙하지만 오래 떨어져 있었던 도시. 나는 다시 이곳에 적응해나가야 했다. 짐을 풀고 정리하고 생활 필수용품들을 사는 일들까지... (많이 해봐서 익숙하지만 여전히 할때마다 너무 피곤한...)
이번 런던 생활의 시작은 학교 기숙사에서였다. 작은 개인 공간과, 주방은 여러 명이 함께 쓰는 쉐어 키친.
영국 박사과정은 정해진 수업이 없는 구조라, 대부분 교수 미팅이나 세미나, 포럼, 컨퍼런스 등에 개별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모든 스케줄과 타임라인을 혼자 계획해야한다. (이 부분이 힘든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다)
자연히 학교 친구들과 부딪힐 일이 적어져서, 처음엔 학교 안에서 지내는 선택이 오히려 잘한 일이 되었다.
학교 행사에 참여하고, 캠퍼스 내 친구들과 조금씩 연결될 기회를 만들 수 있었으니까.
작은 방에 짐을 다 풀고, 학교 행정 처리를 마친 어느 주말. 기분 전환이 필요한 시점 런던 시내로 향했다.
런던에서 15년 넘게 살아온 오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났다. 내가 런던에서 떠날즈음, 런던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했던친구라 자연스레 박사과정에 대해 물어봤다.
친구는 머쓱한 표정으로
"나 중간에 그만두게 되었어..."
더 이상 자세히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과정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난 초심을 잃지 않기로 다시 다짐했다...
횡단보도 앞에서 초록불이 켜지길 기다리는 나를 보더니,
"왜 이래, 그새 다 까먹었어? 여긴 런던이야."
차가 안 오니 그냥 건너자고 한다.
아, 맞다. 그랬지. 런던은 그런 도시였다.
겉으론 우아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그 안엔 빠르게 돌아가는 리듬과 에너지가 흐른다.
빨리 걷고, 빠르게 결정하고, 때론 기다리지 않고 건너는 도시.
그 질감이 낯설지만, 이상하게도 익숙하다.
그날 우리는 메릴본 하이스트리트를 걸으며 브런치를 먹고, 템즈강변을 따라 뚜벅뚜벅 웨스트민스터까지 걸어 런던아이도 보며 달콤한 아이스크림도 맛보았다.
런던에 왔으니 문화생활도 빠질 수 없지.
템즈강이 보이는 테이트 모던까지 걸어가 전시를 보고, 뷰를 감상하고, 칵테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온종일 여행객이 되어 런던을 느낀 하루.
날씨도 걷기 딱 좋은 날씨로 2만보 이상을 걸었다.
그 하루가 나를 완전히 충전시켜주었다.
아마 다음 한 주는 학교에만 박혀 있어도,
마음이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