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다시 찾은 평온 - 기숙사 스트레스 탈출기

기숙사 스트레스 끝에, 첼시로 이사하다

by 지니인런던

예전에 런던에서 살았던 경험 덕분일까. 새로운 영국 생활에도 나름 빠르게 적응했고, 박사과정도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었다.

영국의 박사과정은 수업이 따로 없고, 정해진 마감 기한 안에 오롯이 나만의 리서치 프로젝트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루틴을 만들어 게으르지 않도록 다잡았다. 밤 12시 전에 자고 아침 7시에 일어나는 일정. 이 규칙을 지키며 집중력을 유지하려 애썼다.


하지만 2개월쯤 지나, 기숙사에 새로 들어온 인도인 석사생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로 소음이 심각해졌다.


기숙사는 ensuite 구조라 개인 방과 욕실은 있지만, 총 6명의 여자 학우들과 복도와 주방을 함께 사용한다. 나만 박사과정이고 나머지는 석사생이나 교환학생. 처음엔 괜찮았지만, 그 학생은 매일 밤 9시 넘어서부터 요리를 하며 크게 노래를 틀고 친구들을 초대해 주방을 마치 파티장처럼 사용했다. 어떤 날은 새벽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나는 자정까지 참았지만, 새벽 3시에 복도에서 떠드는 소리에 결국 폭발했다. 조용히 해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했지만, 효과는 하루뿐이었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점점 쌓여갔다. 눈 밑 다크서클이 깊어지고, 수면 부족으로 하루가 무기력해졌다.


기숙사 규정상 밤 11시 이후 소음을 내면 안 되기에, 학교 시큐리티에 연락해 조치를 요청했고, 그나마 잠시 조용해지긴 했다.


처음 두 달은 나름 괜찮았는데, 정말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말이 맞았다. 결국 세 달 넘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다, 5개월 차에 이사를 결심했다.


예전에 런던에서 일할 때 배터시 파크(Battersea Park) 근처에 살았던 경험이 떠올랐다. 슬론스퀘어와도 가까웠던 안전하고 익숙한 동네. 그래서 그 주변을 중심으로 알아보던 중, 첼시(Chelsea) 인근의 한 아파트를 찾았다.


투 베드·투 배스 구조에 금융업에 종사하는 아시안 여성 집주인과 플랫쉐어를 하는 집. 조용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분이고, 주중에는 바쁘게 일하시다 집에 오면 나처럼 평온한 시간을 즐기신다고 했다.


런던에서 플랫쉐어를 할 땐 꼭 직접 뷰잉(viewing)을 해야 한다. 부동산 커뮤니티를 보면 사기도 많다. 다행히 이 집은 믿음가는 집주인과의 거래, 무엇보다 발코니에서 템즈강변이 내려다보이는 곳이라, 첫 방문 때부터 마음이 편해졌다.


물론 다른 지역보다 비싼 동네긴 하지만, ‘누구와’ 사느냐, 그리고 ‘얼마나 안전하냐’는 그만큼 중요한 기준이었다.

괜찮은 플랫메이트를 만난다면, 혼자 살 때보다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주방같은 공간은 공유하지만 서로의 생활을 존중하는 사람이 함께라면, 그 자체로도 런던 생활의 큰 복이다.


다시 짐을 싸고 옮기고 정리하는 일은 분명 고되지만, 기숙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이사 생각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이사를 하고 나서는 짐 정리에 꼬박 삼 일이 걸렸다.
박스 하나하나를 열고, 새로운 공간에 내 물건들을 자리잡게 하는 그 과정이 고되면서도 묘하게 치유 같았다.
모든 걸 마친 날, 노트북을 켜고 마신 커피 한 잔은 그 어떤 디저트보다 달콤했다.
비로소, 나만의 평온이 시작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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