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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친니 Apr 03. 2021

언어 치료 시작하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하다

 10개월 정도의 고민 끝에, 언어 발달 센터에 다니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내 마음이 언어 치료에 대해 확신이 들고, 100% 그 방법이 옳다고 동의한 것은 아니다. 가정에서의 노력으로 아이가 좋아지길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으니까, 더 이상은 미루면 안 되니까, 나에게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른 차선책이라고 받아들였다. 언어 발달 치료 센터에 다닌다는 것이 나에게는 내가 엄마로서 자격이 부족하고 0점짜리라고 인정하는 것만 같았다.


 남편은 언어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이었지만, 내가 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니까 마지못해 받아보라고 했다. 하지만 언제든 큰 성과가 없고 아이가 거부하면 그만두기로 약속했다.


 나의 마음은 이랬다 저랬다 했다. 마음은 조급하고 걱정이 되면서도 아이를 보면 또 그다지 절망적이진 않았다. 그렇다고 불안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어떤 날은 우리 아이가 다른 문제가 있는 거면 어떡하나 쓸 데 없는 상상과 걱정으로 머리가 아팠다가, 또 어떤 날은 아이가 많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거라는 믿음과 확신이 들기도 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내 마음은 바뀌었다.




 19년 8월 말, 본격적인 언어 치료에 앞서 아이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언어 발달 검사가 이루어졌다. 아이의 나이에 맞는 36개월 이상의 검사지로 진행했는데, 우리 아이는 나이에 맞는 검사 자체가 불가능했다. 질문에 대한 이해도 못 하고, 대답도 당연히 하지 못했다. 결국 훨씬 낮은 개월 수의 검사지로 재평가를 시행했고, 결과는 언어 이해나 표현 부분에서 현재 나이보다 21~24개월 뒤쳐진다는 결과표를 받았다.


 2019년 9월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아침 9시부터 언어, 놀이, 감각통합 등의 세 가지 치료 수업을 듣기로 했다. 수업은 한 날에 몰아서 듣는 것보다 여러 날에 나누어서 듣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둘째 아이도 있고, 집에서 거리가 있는 발달 치료 기관에 자주 오는 것은 내가 금방 지칠 것이 뻔했다. 대신 금요일 하루는 어린이집을 결석하고 온전히 나와 첫째 아이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고, 난 금요일만큼은 아이에게만 집중하기로 했다.


 치료 수업은 40분 수업에 10분 상담, 우리 아이는 오전 9시부터 11시 반까지 3번의 수업과 3번의 피드백을 받았다. 40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데, 우리 아이는 낯가림이 있는 성격이었음에도 교실에 들어가서 수업을 잘 들었다.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줄 알았는데, 스스로 교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언어 치료를 결심하기 까지가 시간이 걸렸지, 결심한 순간부터 나는 조급한 엄마가 되었다. 보통 언어치료라 하면 2~3년 꾸준히 받을 각오로 임하라고 하는데, 나는 6개월 안에 굵고 짧게 끝내고 싶었다. 그래서 언어 치료를 받기 시작하고 한 두 달은, 왜 우리 아이는 치료를 받아도 빨리 말이 늘지 않지?라는 걱정만 커져갔다. 돈은 돈 대로 들고, 아이의 피드백은 긍정적이지 않으니 더욱더 조급해지기만 했다. 어떻게 해야 말이 늘까? 매일 반복되는 고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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