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연속
언어치료받기 직전 (38개월), 아이 언어 말하기 수준 : 차, 맘마, 기린, 사자, 코끼리, 악어, 바나나, 사과, 책, 공, 빼, 네 (대답), 영어 알파벳 A~Z, 영어 숫자 세기 1~6, Apple, Bus, Car 등
아이의 말이 느리다는 소견을 받은 후부터 이전보다 더 많이 말 붙이고 단어를 반복적으로 알려주면서 나온 결과이다. 관심 있어하는 단어 몇 가지는 말하게 됐다.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배우는 영어 특강 수업이 재미있는지, 집에 와서 영어 단어를 더 많이 말했다. 사실 이때 '우리 아들 영어 신동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한글보다 영어 발음이 따라 말하기에 쉬웠던 것 같다. 유아 영어 학원도 잠깐 알아봤었는데, 보내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모국어도 잘 못 하는데 영어를 배운다면…? 잠시 상상해 보았는데, 과연 나와 대화가 가능할까? 모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의사소통 자체가 불가할 것 같아서 영어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기로 했다.
아이가 조금씩 단어를 말하기 시작하면서 사실 살짝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직접 지도해서 말이 트일 수 있지 않을까? 기관 도움이 꼭 필요할까? 수십 번을 고민했다.
막상 치료 수업을 받기로 결심한 다음에도 내 결심에 확신이 들지 않은 이유, 반복되는 고민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비용이었다. 바우처나 실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남들은 쓰지 않는 비용인데, 우리 가계에서 지출되어야 한다는 게 너무나 아까웠다. 수업을 1개만 듣는 것도 아니고, 수업의 종류도 다양하며 1주일에 여러 번 들어야 효과적이라고 하니 한 달로 따지면 무시할 수 없는 꽤 큰돈이었다. 결정적으로 돈 때문에 치료 기관을 다니는 것에 대해 오랜 시간을 고민했었다.
게다가 남편은 언어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초반에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다. 서로 생각이 맞았다면 아마 더 빨리 언어 치료를 시작했을지 모른다. 나와 남편의 의견이 서로 달라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우리의 시간은 흘러갔다. 아이는 비슷한 어휘 수준에서 맴돌 뿐이었다. 결국 언어 치료 기관을 다닐까 말까 고민하는 나에게, 아이를 놓고 돈을 따질 때냐 다그치신 친정 엄마의 한 마디에 마음을 결정했다. 지금 돈이 아까워서 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언어 발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나중에는 몇 배의 비용과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 지금 빨리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