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변했더니 아이가 변했다
왜 아이에게만 변화를 바랐을까? 내가 변하려고 노력하진 않았을까? 엄마가 변했더니 아이가 변했다!
첫째 아이는 내가 복직을 하면서부터 영상물을 많이 시청했다. 그동안 즐겨온 활동인데, 갑자기 영상물 시청을 중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바꾼 방법은, 영상물을 나와 같이 보면서 화면의 상황을 표현해주고, 주인공의 대사를 엄마가 한 번 더 말로 반복하는 것이다.
내가 설명해준 단어나 문장을 아이가 이해해서 따라 말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어휘력이 많이 좋아졌다. 너무 많이 영상을 본다 싶으면 장난감을 가지고 놀자고 제안하거나, 외출을 통해서 영상물 시청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아이가 점점 엄마와 어떤 활동을 하는 것에 재미를 느껴가고 있어, 다른 놀이를 하자고 설득하는 일이 예전보다는 많이 쉬워졌다.
나는 아이가 방을 어지럽히는 것이 너무 싫었다. 청소하기가 귀찮아서 장난감을 많이 사주지 않았고, 필기도구는 숨겨놓고 만지지 못하게 했다. 온 집안에 낙서를 하면 감당이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행동들이 아이를 느리게 만든 원인인 것 같다. 나의 잘못됨을 깨닫고, 내가 더 부지런한 엄마가 되자고 결심했다.
우선 대청소를 했다. 서랍장에 쌓여만 있던 유아 용품을 싹 정리했다. 이 안에 모든 잡동사니 물건들이 엉망으로 있었는데, 구분해서 수납공간에 착착 정리했다. 존재를 잊고 있던 유아용 장난감과 학습용 교구, 미술 도구도 꽤 많이 발견했다. 아이들 놀이 용품을 찾기 쉽게 분류해서 놓았더니, 이젠 서랍장을 열면 아이와 오늘 뭐 하고 놀지 놀잇감이 눈에 딱딱 들어온다.
거실은 장난감 놀이방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아이들은 장난감 방이 있어도 거실로 장난감을 들고 나와 놀았다. 어차피 내일 또 놀 거니까 게으름을 피워 청소하지 않았더니, 거실 베란다 창문 앞으로 장난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장난감 방에 방치되어 있던 책꽂이와 책을 거실로 이동했다. 장난감과 책의 위치를 옮겨 보기로 한 것이다. 책을 거의 보지 않았던 아이들에게 책이 가까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보지 않을까? 그래서 주로 활동 장소인 거실로 모든 유아용 책들을 옮겨왔다. 아이들 손에 닿기 좋아야 꺼내기 쉬울 것 같아 낮은 책꽂이에 책을 두었다. 확실히 아이들이 이전보다 책과 친해졌다. 나는 아이에게 책을 사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주로 선물 받거나 물려받은 책들인데, 지금은 책 구입하는 데에 재미를 느끼고 아이와 외출할 때 책 한 권씩 들고나가는 엄마가 되었다. 심지어 둘째 아이도 나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가져온다. 환경이 변하니까 아이들이 변했다.
책뿐만 아니라, 아이 손에 닿기 쉽게 가위, 풀, 색연필도 책상 위에 두었다. 청소가 너무 싫었던 나는 예전 같으면
“안돼! 지금 꺼내지 마!”
부정적인 반응으로 아이를 대했다면, 지금은
"하고 싶은 거 가져와 봐."
아이가 주체적으로 장난감과 놀이를 직접 선택해서 활동할 수 있도록 나부터 태도를 바꿨다. 서랍에서 찰흙, 물감, 가위 등 스스로 놀이 도구를 가져와서 동생과 함께 놀았다. 덕분에 2살 어린 동생도 형과 함께 활동하며 어휘력이 많이 늘고,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어제는 오리기 활동 책 한 권을 거의 다 만들었다. 완성한 작품을 바구니에 넣고 다니면서 곤충, 동물이 있다며 한 마리씩 소개해줬다.
올 초, 2주 동안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서만 있을 때에도, 며칠 지나자 아이가 나에게 밖에 나가자고 했다. 마스크를 거부하던 아이라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나갈 수 있다고 하니, 벗지 않고 잘 쓰고 밖에 나섰다.
이 또한 놀랄 만한 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