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습을 바꾸자
나는 언제부터 인가 말을 잘하는 아이의 부모나 할머니의 육아 태도를 관찰하게 됐다. 내가 느낀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절대 아이를 혼자 두지 않는다. 같이 놀아주고, 아이도 엄마에게 같이 놀자고 한다. 귀찮아할 법도 한데, 다들 잘 놀아주는 엄마이다.
난 우리 아이가 혼자 집중해서 잘 노는 편이어서, 그런 점이 훌륭하게 보였다. 아이가 집중력이 좋네? 스스로 이런 것도 만드네? 이렇게 긍정적으로만 생각해왔다. 그런데 아이가 혼자서 놀다 보니 낯가림이 심하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주변에서 해주는 언어 자극도 별로 없다 보니 시기에 맞는 언어 발달이 느려지고 의사소통이 어려워졌던 것 같다. 나는 그걸 모르고 놓쳤다.
동네에서 가깝게 지내는 언니가 있다. 언니에게는 우리 아이보다 6개월 어린 아들이 있어 자주 만나서 노는 편이다. 언니, 그리고 언니의 어머니가 아이들과 놀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나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이 든다. 전에 한 번, 할머니께서 우리 아이에게 장면에 대한 설명을 끊임없이 해주며 TV를 같이 시청해주신 적이 있다. 심지어 그때 할머니는 언니의 둘째 아기도 돌보면서 입으로는 우리 아이와 놀아 주셨다.
그리고 내가 봐온 언니는 아이가 간단한 질문이나 왜?라고 물어보면 세세하게 설명해주었다. 나는 속으로 어차피 아이가 이해 못할 텐데 굉장히 자세하게 설명해준다고 느꼈다. 굳이 입 아프게 구구절절 대답해줄 필요가 있을까 나는 그렇게만 생각하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짧은 문장으로만 말해줬다. 애초에 우리 아이는 나에게 질문조차 한 적이 없다. 우리 아이보다 6개월 느린 언니네 아이는 우리 아이보다 훨씬 더 유창하게 대화를 한다. 이로써 내가 느낀 점은 무조건 아이 수준에 맞는 단어로만 말해주는 것도, 간단하고 짧게만 말해주는 것도 정답이 아닌 것 같다. 아이가 이해를 못 하더라도 많이 들려주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지금 첫째와 두 돌 지난 둘째 아이 모두에게 아기 언어에서 어른 언어로 바꿔서 말해주고 있다.
말 잘하는 아이들의 주 양육자를 보며 반성하고 배우고 본받고 있다. 그 뒤로 나도 아이가 영상물이나 TV를 볼 때, 옆에서 같이 보며 장면을 설명해준다. 그리고 같이 대사도 따라 해 보고, 실생활에서 비슷한 사물이나 모습을 찾아 직접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비슷한 주제의 책을 찾아서 읽어준다.
나는 영상물 시청을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물론 하루에 몇 시간씩 TV만 틀어주고 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시청 시간을 정해 놓고, 그 안에서는 아이가 보고 싶다고 하는 만화를 보여준다. 나름 단어도 배우고, 안전 관련 영상물을 보면서 상황 판단 능력이 생기기도 해서 보여 달라고 하면 막지는 않는다. 아이도 나처럼 하고 싶은 게 있을 테니까.
다만, 영상물을 보여줄 때에 부모가 옆에서 설명해주며 같이 보면, 아이 혼자서 보는 것보다 언어 발달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아이가 영상물을 볼 때, 같이 시청하며 옆에서 단어나 문장으로 장면에 대해 말해준다. 그럼 아이도 따라 말하고, 다음번에 또 같은 영상을 볼 때에 나에게 배운 단어와 문장을 말한다. 이제는 영상을 볼 때에도 내 옆에 와서 같이 보자고 한다. 그럼 내용을 말로 설명을 해주며 아이와 같이 보곤 한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본인이 시청했던 영상의 줄거리를 조금씩 말로 설명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