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생긴 혈전

by JMK


나와 아버지만 제외하고
모두들 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와 아버지만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점점 몸을 움직이지 못하셨고,
그러다 보니 나도 조금씩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그사이 아버지는
모든 음식을 갈아서만 드실 수 있었다.
식사 시간은 점점 길어졌고,
음식은 입안에 오래 머물렀다.

목 부분에 자극을 줘야만
그제야 음식을 인지하고 삼키셨다.
마치 ‘삼킨다는 감각’ 자체를
조금씩 잃어버린 사람처럼 보였다.


원래라면
2년간의 재활 이후

재활 치료는 하루 한 번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작년 머리 출혈 수술로 인해
아버지의 하루 두 번 재활은 연장되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더 버거운 일이라고 해야 할지
판단조차 흐려질 만큼
나는 지쳐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계속 나아가다 보니
의욕이 사라졌다.


2023년 10월 중순쯤이었다.

재활 치료를 위해 내려가셨던
물리치료실에서 호출이 왔다.
급히 내려가 보니
휠체어에 앉아 계신 아버지가
온몸에 힘을 준 채
덜덜 떨고 계셨다.

병실로 모시고 와
혈압과 산소포화도 등을 체크했지만
몸의 긴장은 풀리지 않았다.
체온은 올라가고,
산소포화도는 떨어졌으며,
결국 산소호흡기까지 연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도 나는
위험을 즉각 인지하지 못했다.

‘폐렴인가 보다.’
‘별일 아니겠지.’

그때 주치의 선생님이 말했다.
상급병원 응급실로 전원을 넣
구급차를 불렀으니
지금 바로 이동하라고 했다.


그 순간,
나는 잠시 엉뚱한 생각을 했다.

‘구급차 비용이 얼마나 나올까.’
‘내 차로 가도 되지 않나.’

너무 한심하고,
나쁜 생각이었다.


응급실에 도착한 아버지는
여러 검사를 받으셨다.
그리고 들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심장에 혈전이 생겼습니다.
오랫동안 누워 계시면서
심장의 펌프 기능이 약해졌고,
그로 인해 피가 제대로 순환하지 못해
혈전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이 혈전이
언제, 어디로 이동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뇌로 가면 뇌경색,
폐로 가면 폐색전증입니다.
위험한 상황입니다.”


그 순간,
아버지를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병실로 옮겨진 아버지는
이전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힘이 없었고,
식사도 하지 못하셨다.
하얀 수액 링거를 꽂은 채
눈을 감고 계셨다.

살은 눈에 띄게 빠졌고,
나는 무서웠다.


순환기 담당 선생님이 병실에 올 때마다
눈물을 참는 게 힘들었다.
그럼에도 선생님은
매일같이 말했다.
“괜찮을 겁니다.”

그 말 덕분에
나는 하루하루를 견딜 수 있었다.


아버지는
2주 동안
배에 혈전 용해제를 맞았다.

소리에도 거의 반응이 없었고,
눈을 감고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빠.”
“아버지.”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으셨다.

그때,
나는 조심스럽게 불렀다.

“덕조씨?”

아버지가 눈을 떴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놀라서
몇 번이고 다시 불렀다.
“덕조씨?”


덕조씨는
나와 눈을 맞추고 있었다.

자기 이름은
아직 잊지 않았다고,
아직 여기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이렇게 버텨주고 있었는데,
그동안 힘들다는 내색만 했던 내가
너무 미안해졌다.


2주간의 혈전 용해 치료는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혈전은 녹았고,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

이후에는
정기적인 심전도 검사와
연 1회의 심장 초음파로
지켜보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한 달 만에
우리는 다시

요양병원으로 돌아왔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한 달이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의 아버지는
나의 덕조씨가 되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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