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내 욕심으로 시작한 드라마 일을 하며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비교하니,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아버지의 상태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나빠져 있었다.
그동안 힘든 생활 속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 오랜만에 마주한 아버지 안에서 또렷하게 보였다.
내 손을 잡고 의지하듯 조금씩 발걸음을 떼던 아버지는
그저 발을 땅에 붙인 채 겨우 서 있기만 했고,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시던 모습도 사라졌다.
눈은 초점을 잃었고, 식사량은 줄어들었다.
음식을 삼키지 않고 입안에 머금고만 계신 시간이 길어졌다.
정말로 ‘삼키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5개월 만에 다시 요양병원 생활로 돌아오니
이제는 낯선 사람이 된 듯, 나도 병원 생활이 버거웠다.
갑갑했다.
내 선택이었음에도,
아버지와 함께하기로 다시 결심한 순간부터 밀려오는 허탈감이 컸다.
“이제 내 삶은 정말 없어졌구나.”
그 상실감은 생각보다 깊었다.
나는 또다시 ‘보호자’로 불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직감했다.
고비가 왔구나!
재활에 목숨 걸듯 매달렸던 나는
어쩌면 마음속 어디에선가
아버지는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재활의 시간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만 하면서
“이것도 대단한 거야”라고 스스로 위안했다.
이제는 길게 가야 할 것 같으니,
힘 빼지 말자고 자신에게 말하며.
나는… 아버지를 조금씩 놓고 있었다.
그리고,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버지도 본인의 삶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