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소유할 수 없는 것을 향한 집착에서 벗어남이란 얼마나 힘든 것인가
스포일러 O
https://youtu.be/LNlrGhBpYjc? si=DP81 qv0 zneUlZWyW
꾸준히 무엇인가를 소비하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새롭고 신선한 영화의 등장이란 절대 빼먹지 않아야 하는 일 중에 하나다. 사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별로 볼 생각은 없었던 영화였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선 이미 개봉한 지 오래되었고 후기가 굉장히 갈리던 영화라고 들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기만 했었다. 안 그래도 바람 잘 날이 별로 없는 인생에 다른 바람을 넣고 싶지 않았었다.
그러다 최근 한국에 가있는 동안 좋아하는 교수님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이 영화의 개봉을 엄청 기대하고 계신다고 말씀해 주시는 것이다. "호불호가 갈린대도 이렇게 기대되는 영화를 만나고 기다리는 일이 기분 좋지 않니?"라는 교수님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 그 만남 이후로도 영화를 보지도 스포일러를 적극적으로 찾지도 않고 뜨뜻미지근하게 미루기만 했다. 뭔가 마음속에서 이건 아무 정보 없이 봐야 한다는 것을 느꼈던 것일 수도 있다.
https://youtu.be/Q-VOw3dc3WY?si=A8JtAwotzqPPZ3Ts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마가렛 퀄리, 데미 무어 배우들이 짧은 skit을 하고, 데미 무어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받고 나서야 드디어 영화관을 찾았다. (한 가지 변명을 더하자면 여긴 정말 영화값이 비싸다..) 운 좋게도 내가 아는 정상 가격으로 딱 1타임 상영하는 예술영화관을 찾았고, 당일 날 엄청난 귀찮음과 우울감을 떨쳐내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상영시간 2시간이 끝나고서 영화를 안 본 기간과 영화관 갈 때까지 모든 길이 다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메시지를 직구로 묵직이 던지면서 미친 영화라니 2025년 1월 최고의 영화로 생각 중이다.
외국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나와 공감포인트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경험이 포함되어 있다. 중간에 이해할 수 없는 곳에서 웃는 사람들과 나만 웃는 과정을 지나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간 이후에 옆자리 언어가 통하지 않는 타인과 '이 영화 미쳤지?'라는 표정과 제스처로 얼굴을 마주하는 뿌듯한 기분이라니.
물론 다들 공감하는 포인트는 있었다 - 엘리자베스의 불안함을 드러낸 거울 신. 영화의 장면과 음악이 합쳐져 내 신경까지 곤두서게 하고 슬퍼지게 만든 장면이었다. 그런 경험이 다들 한 번씩은 있는 거잖아? 극의 클라이맥스인 New Year's Eve 무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보며 실소를 숨길 수 없었다. 이 영화 어디까지 미친 거야? 사실 거기서 엘리자베스와 수의 이야기가 끝날 줄 알았는데, 이 영화는 더 멀리까지 관객을 데려가더라고. 이제 엘리자베스와 수라는 인격체들은 없고 Monstro Elisa-Sue로 제삼의 (욕망) 덩어리가 되어 결국 남은 것 없이 사라지며 끝나는 영화였다.
어떻게 보면 마무리가 임팩트가 약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지만, 곱씹을수록 이런 마지막이 관객인 내가 이 이야기와 잘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욕망 - 사랑받고 싶은,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은, 아름답고 싶은, 어리고 싶은, 더 나은 버전의 나이고 싶은 마음에 집착하는 것은 얼마나 무상한 일인지. 그리고 그 욕망을 버려야 함을 알면서도 함께 가지고 가는 내가 슬프면서도 위로받았는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에너지가 넘치는 영화를 참 좋아하는데, 이 지점에서 서브스턴스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긴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2시간 동안은 아무 생각 하지 못하게 강렬하게 몰아붙여준다. 상당히 충격적이지만 또 다른 영화를 누를 수 있는 에너지를 준 1월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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