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안팎에서 소통하는 교사'가 늘어나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
우리 학교 학생들은 군특성화 고등학교의 특성상 대부분 고등학교 입학 전에 진로를 정해서 오거나 1-2학년 재학 중에 자신의 진로를 거의 정하게 됩니다.
얼마 전, 3학년 학생이 제게 “선생님, 제가 부사관 시험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도와주실 수 있나요?”하고 물어보았고, 저는 흔쾌히 도와주기로 약속했습니다. 학생들이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제게 무언가 도움을 요청을 할때면 “NO.” 하는 법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 저 스스로 교사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하고, 또 교사의 인적성 평가에서도 합격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 학생과 함께 부사관 인적성 평가 기출 문제집을 하나 골라 그 중에 영어 영역을 맡아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공강 시간이나 학교가 끝난 후에, 그리고 주말에도 시간을 내어, 제한 시간 안에 문제를 풀고, 오답 및 문제 풀이를 계속해서 반복하면서 몸과 손이 자동적으로 반응하도록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여기에서 군부사관 및 장교 시험전형 중 공통으로 들어가는 인적성 검사는 군 간부로서 군에서의 환경에 적응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예진적(豫診的) 검사로서 치러지는 시험입니다. 적성검사는 군 간부 시험 응시자들의 적성을 검사하기 위한 자료로서, 각 개인의 능력이나 인격특성들이 군 간부로서 어울리는지 알아보기 위한 자료로서 사용됩니다.
사실 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그 학생에게도, 저에게도 참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에 대학 입시나 대기업 혹은 공기업 등등 인적성 평가를 하는 곳이 너무나도 많고, 또 그에 맞추어 인적성 평가 문제집은 물론 평가 대비 강의를 해주는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도 넘쳐나는 현실이 참 씁쓸하고 마음 아팠습니다. 인적성 검사는 말 그대로 내가 인격적으로 또 나의 적성이 그 분야에 맞는지를 평가하는 것인데, 그 평가를 준비하다 보면, 제한 시간 안에 몸과 손이 반응하도록 하는 기계적인 학습이며 암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미리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아 입학한 특성화 고등학교에서도 자신의 미래에 대해 또 다시 고민하고, 방황하고, 갈팡질팡하기 마련인데... 이렇게 준비된 평가로 준비된 사람인 것처럼 보여지는 것이 과연 정말로 올바른 교육인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설사 그 사람이 뽑혔다고 하더라도 그 마음이 열정이 초심이 오래오래 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고, 그 것이 우리 교사가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말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진짜 나를 모른 채, 공부의 목적이 무작정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서,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무엇이 되기 위해서가 된다면...
그 것을 가르치는 교사(교수)도 또한 그 것을 공부하는 학생도 또 그 직업을 가진 후에 그 일을 하면서도 행복이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우리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참 많지만, 내가 먼저 그 학생이 어떤 학생인지를 알아야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입출국 심사를 할 때 온 몸을 스캔하는 기계가 마치 우리 학생들을 또 우리의 참 모습을 다 비춰줄 수는 없을까? 하는 바보 같은 상상도 해 봅니다.
요즘같이 교사도 학생도 부모님도 힘들지 않은 사람 아무도 없는 이 세상에서 정말 가슴이 뛰고 심장이 뛰는 일을 하는 청년들이 있다면, 그래서 비록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꽉 찬 그런 젊은이들이 있다면, 교사로서 혹은 인생의 선배들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정말 필요한 조언과 진심이 담긴 이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학생들에게 수업 안팎에서 더 질문하고, 더 다가가고 더 소통하고 한계가 있는 인적성검사를 넘어 사람과 사람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그런 교사이고 싶습니다. 또 이런 교사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