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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Oct 03. 2023

시드니 4일 차의 주절주절

시드니 날씨가 이상합니다. 

1. 낄낄 분명 공항에서는 매일매일! 여행 기록을 해야지! 해놓고 현실은 4일 차가 되어서야 글을 쓴다. 이렇게 늦은 이유는 내 귀찮음 때문인가 혹은 즐길 게 너무 많아 하루 한 시간이 모자란 시드니 때문인가..? (변명인 거 다 암) 시드니의 저녁은 분명 조용하다고 했는데 가게 문만 빨리 닫을 뿐.. 거리에는 언제나 사람이 많았다. 이건 10월 2일이 시드니의 Labor Day 여서 더 그런 걸 수도 있다. 덕분에 밤늦게까지 오페라하우스에서, 달링하버에서 야경을 즐기는 시간을 보냈다. 아, 그리고 호텔 들어와서는 끙끙 앓았다. 


2. 공항에서부터 아팠던 게 도착 날 완전 절정을 찍고 (감기 걸리고 비행기를 타면 기압 때문에 귀가 먹먹해진다는 걸 첨 알았다.) 이제 좀 괜찮아졌다. 아프다 아프다 하면서도 할 건 다하고 (하버브리지 클라이밍, 블루 마운틴 선셋 투어 등등) 볼 건 다 봤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아팠나? 그래도 이제는 목소리도 많이 괜찮아졌고(원래 목소리가 아예 안 나왔었다) 기침도 많이 줄었다. 끌끌.. 낼모레면 끝나는 여행인데 이제야 괜찮아지다니.. 


3. 호주는 12년 전 정도에 가족여행으로 온 이후로는 처음이다. 12년 만에 온 시드니는 너무 새로웠다. 원래 오페라하우스 근처에 뭐가 이렇게 많았나..? 싶고 이렇게 높은 건물들이 많았었나 싶다. 덕분에 야경이 더 이뻐지긴 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내 기억 속에서 투박하던 시드니에서 이제는 반짝거리는 시드니로 바뀌었다. 아 예전에 갔던 뉴질랜드는 진짜 아무것도 없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좀 많이 바뀌었으려나? 궁금해진다. 


4. 원래 시드니 대학교를 방문할 생각은 없었는데 성윤 님의 추천으로 시드니 대학교를 다녀왔다. 도착하는 순간 'PhD program in university of sydney'를 찾아봤다. (눈 돌아가게도 PhD의 DS코스가 있었다. 덜덜) 대학교를 둘러보다가 문득 내 대학교가 생각났다. 사실 우리 학교도 이렇게 진짜 진짜 이뻤는데. 우리 학교도 나쁘지 않았는데 흑흑... 내년에는 유타를 한번 놀러 가야겠다. 겸사겸사 친구들도 볼 겸, 보드도 탈 겸.


5. 지금까지 총 3개의 호텔에 묵었다. 지금 묵고 있는 호텔이 3번째, 마지막 호텔인데 체크인을 하면서 호텔리어와 친해져서 방 업그레이드까지 받았다. (끌끌 체크인을 할 때 내 앞에서 체크인을 하던 기리보이를 봤는데 호텔리어와 기리보이 이야기를 하다가 친해졌다.) 무려 1 bedroom으로 지금 내 자취방보다 크다. 덕분에 내일, 내일모레는 호텔에서 스테이크를 구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지내왔던 호텔들이 다 나쁘지는 않았는데.. 지금 숙소의 방 업그레이드를 받았어도 2번째에 묵었던 호텔을 잊을 수 없다. 그 호텔은 다른 호텔 들보다 작았고 방에 침대, 책상만 있었을 뿐인데.. 그 호텔에 연결되어 있던 블루투스 스피커의 임팩트가 너무 컸다. 음질이 빵빵한 스피커가 화장실과 방 천장에 달려있었는데 스피커를 연결하고 노래를 틀고 침대에 누워있으면 정말 천국 같았다. (아, 이 호텔에 묵으면서 생각한 건데 누가 '호텔방 들어가는 순간 그 날씨, 습도 그리고 온도에 맞는(ㅋㅋ) 노래가 나오는 서비스'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호텔 체크인 하는 날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약 4시간 정도 침대에 누워서 노래만 들었던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시드니 방문하면 이 호텔은 꼭 다시 묵어보고 싶다.


6. 출발할 때 뭐 빠진 게 없나 싶었더니 여권보다 더 중요한 '에어팟'을 두고 왔었다. 헤드폰 챙긴다고 에어팟을 체대로 챙기지 못했었다. 불행하게도 헤드폰이 무거워서 오래 끼면 편두통이 와서 이번 여행동안에는 muzik is my life를 실천하지 못했다. 덕분에 오랜만에 여러 소리를 들었다. 사람들이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소리, 파도치는 소리, 버스킹 하는 소리, 가족들이 웃는 소리 등. 원래는 이런 소리들이 내 스트레스를 증폭시킨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버틸만했고 들을만했고 들으면서 더 평온해졌다. 에어팟 안 가지고 오길 잘한 것 같다. 그래도, 남은 여행을 내 맛대로 즐기기 위해 내일 애플 스토어를 갈 거다. 


7. 시드니 날씨가 이상하다. 어제는 분명 25도로 추워서 겉옷을 챙겨 입었는데 오늘은 또 36도로 올라가서 헥헥거리면서 다녔다. 덕분에 한국 가면 세탁소에 맡길 옷들이 산더미다. (는 아님) 한국은 지금 온도가 훅 떨어졌다고 하던데, 여기는 변덕스럽다. 아주 제멋대로 다. 덕분에 챙겨 온 옷 중에서 못 입은 옷도 한 바가지다. 그래도 다행인 건 똑같은 옷을 계속 입긴 하지만... 여름옷을 하나 챙겨 와서 옷을 새로 살 필요는 없었다는 거.. 옷장이 더 늘려지지는 않을 것 같다.  


8.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혼자 가는 여행을 조금 두려워했다. 오랜만에 하는 혼자여행이기도 하고 혼자서 이렇게 오래.. 여행한 적은 처음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혼자 여행했던 건 주로 4박 정도가 마지노선이었다.) 그래도 해보니까 뭐~ 별거 아니네? 싶다. 딱히 계획을 세우지 않고 그날그날 일어나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내가 보고 싶은 걸 보고, 아니면 호텔 방에서 늘어지게 쉬고, 길을 가다가 맘에 드는 카페를 찾으면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고. 혼자 와서 그런지 시드니 4일 차지만 '호주에 산지는 약 4년 정도 되었고, 이번 시드니 여행은 수도 없이 많이 온 한국 사람'처럼 지내고 있다. 아주 여유롭게. 덕분에 관광객들이 꼭 가는 스폿은 다 가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아주 행복한 여행을 하고 있다. 


9. 시드니 여행 중 가장 맘에 들지 않으면서도 맘에 드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술을 마트에서 사는 게 아닌 liquor store에서 사야 한다는 점. 술을 마트에서 팔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긴 했지만 이게 이렇게 귀찮을 줄은 몰랐다. 생각보다 마트와 bottle shop이 떨어져 있고 마감시간도 다르다. 그래도 술만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다 보니 처음 보는 술도 많아서 다양한 술을 접할 수 있어 재미있기는 하다. 후 다행히도 이번 숙소는 bottle shop이 가깝고, 늦게까지 한다. 


10. 시드니 4일 여행 중 (아직 더 남긴 했지만)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디냐고 물어본다면 '하버브리지 클라임'을 꼽겠다. 처음에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거라 걱정되기도 하고 가격도 센 편이어서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해보고 나니까 전. 혀 고민할게 아니었다. 브리지 위에서 봤던 시드니의 낮과 밤은 정말 눈물 나게 아름다웠고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알려줬다. 혹시라도 나중에 시드니에 여행 갈 사람이 있다면 하버브리지 클라이밍은 꼭꼭 하라고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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