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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Dec 26. 2023

템플스테이를 다녀온 후 주절주절

3일 동안 도를 닦으면 천년을 깨우친다. 

1. 2023년 12월 23일~24일.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하면 특별하게 지내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탁월한 선택이었고, 1박 2일만으로도 많은 걸 배웠다. 신청하고 나서 갈까 말까 엄청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다녀오니 좋았다. 후후 굿 초이스. 


2.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리고 템플스테이를 하는 동안 '인연'이라는 단어를 참 많이 들었던 것 같다. 현재 내 인생의 한 부분을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꼭! 만났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인연 중 좋아하지 않는 인연도 있을 수밖에 없는 거라고. 그래도 특히나 마음이 더 많이 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인연은 다음 생에도 만날 사람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3.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회고를 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2023년을 되돌아봤을 때 나의 2023년이 완전하다.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템플스테이를 통해 2023년에 온점이 찍힌 것 같아 조금은 뿌듯했다. 


4. '~구나'라는 생각과 말을 많이 하라고 했다. 대신 이 '~구나'는 정말 사실에만 기반한 내용만 담으라고 하셨다. 판단을 넣지 말고. 예를 들어,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이걸 소음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아 지금 어디 쪽에서 소리가 나는구나'라는 생각에서 멈추라고.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생각과 말이 너무 부끄러워졌다. 


5. 감정에 솔직한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다만 그 감정을 계속 끌고 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만약 내가 슬픔을 느꼈다면 그 슬픔을 느낀 그 당시에 내 감정을 표현하되, 그 상황에서 벗어나게 되면 더 이상 생각하지 말라고. 


6. 일어난 일에 힘들어하지 말자.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고, 지금 일어나는 일은 다 나의 업이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이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야 해...라는 후회보다는 현재 일어난 일을 어떻게 하면 잘 받아들일 수 있는지 고민하는 일이다. 


7. 템플 스테이를 하면서 여러 프로그램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있던 자유시간에는 (전..이지만 믿고 싶지 않은) 직장동료가 선물해 준 책을 다 읽었다. 너무 신기하게도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많은 내용들이 내가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들었던 이야기와 동일했다. 이런 책이 나에게 필요한지 어떻게 알고... 진짜... 내가 보기엔 내 전 직장동료는 미래를 보는 사람인 것 같다. 나의 멋진 인연.


8.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행복하다는 건 더 큰 행운이다. 일상에서 조금 벗어나기 위해 템플스테이에 참가했지만 내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나 값진 건지 더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역시 떨어져 봐야 소중함을 더 안다.) 언제나 인연들이 함께해 줘서, 그리고 이 인연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너무 벅차다.


9. 2024년에는 좀 더 담백하게 살고자 한다. 만약 길게 갈 인연이 아니라면 빨리 떠나갈 거고, 길게 갈 인연이라면 더 함께하는 시간이 길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나 자체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한 해로. 이번 연도보다는 좀 더 무던하게. 이번 2024년도 그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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