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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Jan 02. 2024

2024년의 첫 번째 주절주절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 눈을 감았다 뜨니 2023년에서 2024년이 되었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아주머니들이 '내 나이 되면 시간이 더 빨리 가~'라는 말을 처음으로 실감한 2023년이었다. 내 2023년 돌려줘. 원래 1월 1일에는 가족들과 함께 해돋이를 보러 갔는데(그냥 집 앞 호수공원에서 해 뜨는 걸 보는 정도...) 이번 1월 1일에는 피곤함 이슈로 아침 해를 보지 못해서 그런지 아직 2024년이 온 것 같지 않다. 내일이라도 일찍 나가서 해 뜨는 걸 보고 와야겠다. 


2. 얼마 전 글또 분과 커피챗을 했다. 오랜만에 했던 커피챗에여서 내가 그분에게 도움이 되는 답을 잘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무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덕분에 나도 배워가는 시간을 가졌다. 새로운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복이다. 그리고 내 생각이 상대방의 생각과 동일하다는 걸 느낀다는 건 더더욱 큰 행복이다.


3. 어쩌다 엄마의 핸드폰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가 엄마에게 보낸 카톡을 보게 되었다.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그리고 감사하다고 적은 그 짧은 글에 오타가 엄마답지 않아 눈물이 났다. 그리고 그 카톡을 보낸 시간이 너무나도 늦은 새벽 4시라 더 아려왔다. '아벼지, 보고싶어다.' 


4. 벌써 연말 휴가가 끝이 났다. (내일이면 출근) 분명히 이 바로 전 글에는 이번 휴가가 남다르다고 이야기하면서 미래의 내가 울부짖을 거라는 글을 썼던 것 같은데, 역시 난 정확하다. 왜 벌써 1월 2일이 다가오고 있는지도 의문이고, 이 긴 휴가동안 과연 나는 무엇을 했는가라는 의문도 든다. 사실 머릿속에 이건 꼭 해야지!라고 세워났던 계획이 두 개 정도 있는데,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다. 괜찮다. 아무것도 안 하는 동안 아무것도 안 한 행복을 느꼈으니. 미래에 나에게 미리 미안할 뿐.


5. 그래도 변명을 해보자면 아~무 것도 안 한 건 아니다. 겨울에 좀 더 미쳐있었다. 휴가가 시작되었던 18일부터 오늘까지 거의 매일... 스키장을 다녀왔다. 깔깔... 휴가였지만 평소보다 더 더 바쁘게 살았고 피곤함 때문인지 혀에는 혓바늘이 아주 제대로 났다. 그래도 매일매일 간 덕분에 시즌을 처음 시작했을 때 마음먹었던 스위치 라이딩 + 360이 벌써 가능해졌다.(아~ 보여줄 수 없어서 너무 아쉽네~) 빨리 다른 목표를 찾아야겠다.

스키장_인증숏. jpg


6. 보드를 시작할 때는 내가 이렇게 보드에 빠질 줄은 몰랐다. 대학생 때는 눈이 많은 곳에서 지냈기도 하고, 겨울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보드를 시작하게 되었는데(원래는 스키를 탔지만 보다 보니 보드가 간지 나 보였음) 제일 처음에 탈 때는 아~ 이 발 두 개가 묶인걸 왜 타~ 너무 어려워~라는 생각이 더 컸다. 그래도 간지를 버릴 수 없었기 때문에(ㅋㅋㅋㅋ)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과장 조금 더 보태서 내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스포츠가 되었다. 보드 만을 위해서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보드 장비를 위해 적금도 들어보고, 보드 때문에 매일매일 스키장에도 출근해 봤다. 사실 근래에는 내가 너무 쳇바퀴 돌리는 듯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다시 보드를 타기 시작하니 내가 너무 좋아하고, 아직까지도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취미가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온몸이 너무 아프고 두 무릎에는 아주 큰 피멍들이 여러 개 있지만 이 피멍을 보면서, 그리고 아픈 몸을 느끼면서 기분이 좋은 건 그만큼 내가 보드에 미쳐서가 아닐까 싶다. 이 보드에 대한 열정이 언젠가는 없어질 테지만, 최대한 늦게 꺼졌으면 좋겠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니까.


7. 나의 2024년이 기대가 되면서도 두렵다. 2023년에는 배우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면, 2024년에는 이 배움을 활용할 일이 남았다. 직장이던, 보드를 타면서 든, 내 인생을 살아가면서든. 배움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할 테지만, 이 노력이 잘 흡수되지 않는다면 내가 느낄 상실감이 너무 두렵다. 나는 원래 못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니까. 


8. 특별한 날이 될 때마다 내가 살갑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새해라던가.. 크리스마스라던가 전 국민에게 특별한 날일 때마다 내가 먼저 연락하는 수보다 내가 먼저 연락을 받는 수가 많을 때마다 숨어버리고 싶다. 충분히 내가 먼저 연락할만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나에게 먼저 연락하게 만들었다는 게 너무 미안하다. 오늘 한번 더 다정하고, 살가운 사람이 되어야지 라는 다짐을 한다. 


9.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2024년에는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 행복을 조금씩 가져가서라도. 내 삶을 함께 해줘 너무 고마운 사람들에게 멀리서나마 새해 인사를 드린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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