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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Jan 22. 2024

눈이 아닌 비가 오는 겨울의 주절주절

내 겨울 돌려줘 제발

1. 한 달에 한번 꼭 만나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근래에 '코 삐뚤어지게 먹는 날'을 가졌다. 사실 나는 3차에 합류하느라 친구들이 이미 취한 후 만나긴 했지만 그날 나를 반겨주는 친구들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내가 오지 않을 것 같았다는 친구의 말과 함께 내가 와서 너무 행복하다는, 그리고 기분이 너무 좋다는 친구의 말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게 가령 술김에 이야기한 걸지라도. 나를 기다리던 두 친구들은 내가 올지 안 올지에 대해 내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둘은 내가 오지 않을 거라는 거에 표를 던졌다는 것도. (친구드라... 미안해....) 내가 친구들에게 이렇게까지 신경을 못썼나 싶어 너무 미안하기도 했고, 언제나 나를 기다려줘서 너무 고맙기도 했다. 그런 친구들 덕분에 평소보다 더 신난 하루를 보냈다. (다행스럽게도 이는 안 깨졌음.) 마치 20대처럼 주변 신경 안 쓰고 너무 신나게 놀았어서 아직까지 그날이 생생하다. 깔깔... 얘들아 나도 너네 만나면 행복해... 고마워 내 친구해죠서.


2. 진짜 너무 완벽한 악몽을 꿨다. 어제? 인가.. 엊그제인가 낮잠을 자다가 꾼 꿈인데 아직까지도 생생한걸 보니 이건 정말 완벽한 악몽이다. 귀신이 나온다거나, 괴물이 나온다거나 하는 꿈은 아니었다. 꿈에서 내가 요일과 시간을 착각해서 미팅, 커피챗을 놓쳤고.. 하필이면 그때 핸드폰도 없어서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나중에 알아채고 다시 확인해 보니 정말 정말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폭언을 퍼붓고 있었다. 나와 이전에 커피챗을 했던 사람도 사실은 너 그럴 줄 알았다는 디엠을 보내놓기도 했고, 나와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너는 역시 거품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정말 식은땀을 엄청나게 흘리고 일어나서, 낮잠을 자고 있는 지금이 일해야 하는 시간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급하게 핸드폰을 확인하기도 했다. 진짜 말도 안 되는 개꿈, 악몽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현실에서 진짜 일어날 수 있는 일 일 것 같아서 진짜 두 번 세 번 확인했던 것 같다. 악몽은 요즘 내가 겪는 스트레스를 투영한다던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미팅에 늦을 것 같아서 너무 두려웠다거나 내가 거품 같다는 생각을 했었거나 혹은 커피챗을 했던 나 자신은 별거 없는 사람이라는 걸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왜 그렇게 생각했지?라고 한번 정도 생각해보고 싶은데 자꾸만 악몽이 생각나서 기분이 진짜 이상하다. 이런 악몽을 꾼 적은 처음인 것 같은데 너무 현실적이어서 그런가, 이게 정말 현실이 될까 봐 두렵다. 


3.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을 찾았다. 최진영의 단 한 사람이라는 책인데 정말 책을 읽는 모든 순간에 몰입을 했다. 내가 지금 안 읽은 책 중에서 제일 얇길래 출근길에 편하게 읽으려고 챙긴 책인데 지하철을 타는 30여분 내내 내가 귀에 꼈던 에어팟에 아무런 노래도 안 나오고 있다는 걸 못 알아챌 정도로, 더 읽고 싶어서 개찰구를 빠져나오기 전에 잠깐 앉아 책을 읽을 정도로. 탄생과 죽음에 관해 약간의 판타지를 섞은 소설인데 호흡이 빠르기도 하고 소재 자체가 너무 특이해서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내일 출근할 때 한번 더 읽어야겠다. 


4. 팀원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할 때도 함께하긴 하지만... 그거보다는 좀 더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건 언제나 좀 더 친해지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 본인 집에 팀원들을 초대하면서 이런 시간을 가지게 해 준 리더의 큰 그림인 건가..? (나는 나가지만... 너네들은 더 친해져라...?) 업무로 만난 사람들에게 나의 민낯(진짜 민낯)을 보여준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도 이런 시간을 자주 가져서 그런지 이제는 서슴없이 오픈하게 되는 것 같다. 한 번씩 친구들이 내 팀원들에게 질투 아닌 질투를 하는데 이번에 제대로 이유를 알겠더라. 이만큼~ 서로 모여서~ 재미있게~ 말하는~ 팀두~ 없다~ 이 말이야~! 잠시 글의 힘을 빌려 팀원들에게 고맙다는 말 하고 싶다. 


5. 처음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감정을 느낄 테지만, 어떤 사람을 만나고 무서움 혹은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내 치부를 볼 수 있는 사람이라서, 그리고 그게 너무 부끄러워서 느끼는 게 아닐까. 그리고 이 감정이 신뢰라는 감정으로 바뀌게 되는 순간 어느 누구보다 편함을 느끼게 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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