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답답해서 찾아온 주절주절

거의 6개월 만이지만 임시저장은 자주 했었어요.

by 지니

1. 오랜만에 답답해서 찾아온 브런치.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아 지금 느꼈던 감정을 브런치에 쓰고 싶다, 혹은 글로 남기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기는 했는데 너무 바빠 자주 찾아오진 못했다. 번명인 거 다 알지만~ 그래도 내 우선순위에는 글쓰기가 한동안 없었던걸 우쯔케.. 우쯔카라고... 감정을 쌓고 또 쌓다 보니 이제는 펑! 하고 금방이라도 다른 방법으로 터져버릴 것 같아서 찾아왔다.


2. 최근? 은 아니지만 4개월 정도 전에 팀이동을 했다. 추석 지나고 나서 일주일? 정도 더 여행을 하고 나서 팀이동을 한 거니까 딱 만 4개월이 지났구나 싶다. 바뀐 팀은 이전과도 협업을 많이 했기 때문에 어색하거나 내가 아예 모르는 도메인의 팀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색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낯을 은근하게 가리는 나로서는 조금 힘든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팀을 바꾸면서 새로운 회사에 온 것 같은 생각이 들긴 해서 나름 리프레시도 되었다. 3개월 만에 이 프레시함을 잊긴 했지만..


3. 한 회사를 3년 넘게 다니다 보니 떠나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오늘은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입사하고 나서 꽤나 친하게 지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퇴사날이었다. 울지 않고 씩씩한 척했지만 사실은 조금은 슬펐다. 그리고 한 달 전, 두 달 전에도 함께 일해왔던 사람들이 떠나갔다. 그때는 같은 팀 사람이 떠나는 거다 보니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되면서 눈물이 많이 줄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여전히 나는 헤어짐에는 단단하지 않은 사람인가 보다.


4. 예전과는 너무 다른 나를 볼 때마다 기분이 이상하다. 2년 전? 3년 전만 해도 뒤쳐지기 싫어서 새로 나오는 논문을 읽는다거나, 블로그 글을 본다거나 혹은 콘퍼런스 발표 등을 열심히 참여했는데 지금은 '이 정도면 더 배울 게 없지 않나?', '대체 나는 언제까지 성장해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뇌 속에 달고 산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게 잘 못 되었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딱히 행동하는 것도 없다. 지쳤나? 싶다가도 이건 나에 대한 합리화잖아. 싶다가도 이 정도 살았으면 그만 열심히 해도 되지 않나 싶다. 근데 그러면서도 걱정한다. 어이없다.


5. 퇴사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지금 움직여야 하나?'라는 생각을 엄청나게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굳이?라는 결론이 난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나?라는 마음일 수도 있고 이 회사 내에서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서도 일 것 같다. 누군가 퇴사하면 진짜 엄청난 마음의 동요가 오지만 실제로 도전해보진 않았던 것 같다. 이번 2026년에는 동요되지만, 도전하지 않는 이유를 명확하게 정의해 봐야겠다.


6. 동생들이 다들 해외에 나가게 되어서 내가 정말 장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인 듯. 외동이면 이런 느낌일까? 를 너무나도 직접적으로 겪고 있다. 기계와 친하지 않은 부모님을 도와준다거나, 부모님이 서운하지 않을 만한 방문 타이밍을 찾는다거나, 그리고 부모님의 기념일을 혼자 챙긴다거나. 그래도 알아서 딱! 챙기려고 하고 있는데 내가 놓치는 부분이 종종 있긴 한가보다. 예전에는 부모님이 서운해하면 혼자 스트레스받아할 텐데 요즘은 오히려 더 죄송스럽다. 잘 챙기려고 노력해야지.


7. 근처에 봉은사가 있어서 요즘 생각이 많거나 요란스러울 때면 자주 찾아가게 된다. 템플스테이도 다니고 예전부터 절을 많이 접한 나는 향 냄새를 맡을 때마다 생각의 요란함이 조금 정리되는 느낌이다. 절을 갈 때마다 항상 비슷한 시간에 가게 되는데 갈 때마다 보는 사람들이 있다. 엄마와 함께 오는 남학생, 항상 108배를 하는 중년의 여성 그리고 부처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않아 무언갈 중얼거리는 젊은 여성. 이 들을 볼 때마다 절박함의 크기를 경험한다.


8. 오지 않을 것 같았던 2026년이 왔다. 사실 2025년 추석을 보내면서 더 큰 충격을 먹었는데,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연차 적게 쓰고 오래 놀 수 있는 년도'에 2025년이 있는 걸 보고 아~ 이때 내가 일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던 년도라는 걸 깨달으면서 큰 충격을 먹었다. 나도 벌써 이 정도 연차가 되었고, 이 정도 나이가 되었구나라는 걸 인지하면서 서글퍼졌다. 이제야 난 하고 싶은 게 더 많이 생겼는데, 벌써 이 나이가 되었을까. 그래도 이 시간만큼 내가 배운 게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너무 부정적이지만은 않게 생각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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