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재능이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타고난 능력, 남다른 감각, 그 자체로 빛나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보며 우리는 감탄하고 부러워한다. 오늘, 내가 만난 한 아이는 그 생각을 조금 다르게 보게 만들었다.
초등 글쓰기 수업이 있던 오늘, 첫 시간인 만큼 아이들에게 자기소개 겸 '꿈'을 물었다. 6학년 여자아이의 차례가 됐다. "우리 친구는 꿈이 뭐예요?"라고 묻자, 아이는 망설임 없이 "그림책 작가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우와, 그림을 잘 그리나 보네!"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의 답변은 예상과는 달랐다.
"아니요, 잘 그리는지 못 그리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그리는 게 즐거워요."
즐거움. 그림을 잘 그리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는 그저 그리는 행위 자체가 좋았다.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아이가 언젠가 그림을 기가 막히게 그리게 될 거라는 걸. 왜냐하면 재능을 가진 사람보다 더 무서운 건, 바로 즐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즐기는 사람은 시간을 잊는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에도, 해가 떠오르는 아침에도, 그저 그 일이 좋아서 반복한다. 좋아서 하니 실패에 연연하지 않는다. 잘하든 못하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과정 자체가 재미있으니까. 아이는 그림 그리기로 무한한 즐거움을 얻고 있었다. 나는 이 아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그림 그리기에 능숙해질 거라 확신했다.
재능은 빠르게 타오르는 불꽃과 같다. 순간적으로 빛나고 눈부시지만, 금방 사그라들 수 있다. 그러나 즐기는 사람은 그 불꽃을 지속적으로 피워낼 나무를 모으는 사람과 같다. 천천히 모아 불을 지피고, 그 불을 오래도록 유지한다. 차곡차곡 쌓인 시간은 실력으로 변하고, 그 과정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들과 비교해 뒤처진다는 이유로 일찍 포기한다. 하지만 즐기는 사람은 다르다. 그들은 비교하지 않는다.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즐거움', 자체로 충분하다. 즐거움이 그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즐기는 사람은 가장 무섭다. 그들은 꾸준하다. 반복해서 노력하는 데에도 지치지 않는다. 결국에는 남들보다 한발 앞서 나가게 된다. 재능은 단 한순간의 빛일 수 있지만, 즐거움은 평생을 관통하는 빛이다. 그 빛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그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10명의 어린이와 즐거운 시간 :)
"잘하는 건 모르겠지만, 그리는 게 즐거워요." 이 한 마디가 가진 힘을 잊지 말자. 얼마나 잘하는지, 얼마나 재능이 있는지에 집착하기보다는, 그 일을 얼마나 즐길 수 있는지에 더 집중해야 한다. 그 순간, 우리의 잠재력은 진정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당신이 무엇을 하든, 그것이 글쓰기이든, 그림 그리기이든, 혹은 기타 어떤 것이든,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가? 그 대답이 '예'라면, 이미 당신은 가장 무서운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