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파주 해솔도서관에서 <찐따에서 작가, 강연가가 되기까지>라는 주제로 서른다섯 명의 청중과 90분간 교감했다. 질문이 쏟아지고, 손을 드는 사람들로 강연장은 가득 찼다. 글쓰기에 대한 그들의 관심과 열정이 느껴졌다.
"책을 출간하고 싶은데, 출간될 때까지 보이는 글(SNS에 글 발행)을 써야 할까요 아니면 책이 나올 때까지 공개하지 않는 게 좋을까요?"
"책 한 권을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 작가님처럼 강연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초고를 쓸 때 생각나는 대로 쓰라고 하셨는데, 나중에 퇴고할 때는 어디에 포커스를 맞춰서, 글의 주제를 어떻게 좁혀서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작가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요?"
"책을 출간하고 싶습니다. 원고를 출판사에 투고하고 싶은데 거절당할까 봐 두려움이 있어요. 출판사에서 좋아하는 책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등 진지하고 절실한 질문들 속에서 나는 스스로 더 깊이 고민하고, 진심을 다해 답을 내놓았다. 그들의 눈빛은 마치 내 이야기가 그들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담고 있었다.
질문은 끝없이 이어졌고, 어느새 30분을 더 넘기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열정에 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서님의 "이렇게 반응이 좋은 적은 처음이에요."라는 한마디는 특강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강연이 끝나고, 큰아이가 달려와 내 품에 안겼다. "엄마, 보고 싶었어요!"
고작 2시간 떨어져 있었는데, 보고 싶었다니. 세상 어떤 말보다 뭉클하고 달콤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강연하는 곳까지 아이들을 데려가는데, 큰아이가 부쩍 자란 듯한 느낌이 들어서일까. 오늘은 이렇게 묻고 싶었다.
"엄마가 일하는 데에 직접 와보니 어때?"
"좋아요!"
"좋아? 어떤 게 좋아?"
"엄마가 정말 멋져요!"
"그래? 어떤 모습이 멋져 보였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모습이 정말 멋져요!"
만 3세 아이의 한마디에 내 마음은 더욱 따뜻해졌다. 아이가 엄마의 일을 보고, '멋지다'라고 느낀다는 것. 그건 내가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삶이기도 했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것도,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아이들에게 가르침이 될 수 있다는 믿음. 아이가 말한 '멋짐'은 단순히 외형적인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이해했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늘 아이들에게 '산 교육'을 전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말로만 "이거 해라, 저거 해라"가 아닌, 직접 몸으로 보여주는 교육. 강연을 하고, 책을 쓰는 등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아이들 또한 배우기를 바란다. "엄마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는 삶을 살 수 있구나."라고 깨달아주기를. 오늘, 큰아이의 눈빛에서 본 건, 어쩌면 그 시작일지도 모른다.
큰아이의 "엄마, 멋져요!"라는 말 한마디가 내 안에 더 큰 결심을 심어줬다. 더 많은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욕망. 내가 쓴 글이, 내가 하는 말이 더 많은 이의 삶에 스며들고, 그들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그 길이 비록 오래 걸린다고 할지라도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강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가운 바람이 볼을 스치며 지나갔다. 하지만 그 바람 속에서 내 꿈은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쓰고, 강연할 것이다. 내가 전하는 말과 글이 누군가의 삶에 작은 변화의 씨앗이 되기를. 아이들은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며 자라날 것이다. 큰아이가 나를 보며 느꼈던 '멋짐'이, 아이 안에서도 피어나는 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