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니 글쓰기 강사, 강연가 - 목소리를 잃다, 열심히 잘 산다는 것의 의미 [시간 거지의 비극]
결국 사고가 터졌다.
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니는 두 딸을 키우고 있다. 그렇다. 나는 시간 거지다. 아이들이 하원한 이후와 주말 동안은 '내 일'을 할 수 없다. 아이들이 등원한 시간만이 '오롯이 내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그렇기에 나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대중교통을 타는 동안, 남편 차에 앉아 있는 동안에도 독서하거나 글을 쓰고, 영상을 편집한다. 어렵게 얻은 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오늘, 큰일이 터졌다. 지난 10월부터 <출간 계약 작가를 넘어 강의 제안까지>라는 제목으로 '텀블벅' 홈페이지에서 PDF 전자책 및 이메일/줌 코칭 펀딩을 준비 중이다. 상세 페이지를 기획하고 제작하느라 새벽 4~5시에 일어나는 생활이 이어졌다. 크몽에서 50만 원, 100만 원 이상을 주면 상세페이지를 만들어준다는데, 그렇게 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내가 한 번은 스스로 해보고 싶어서 무리한 도전을 했다. (시간이 많으면 무리한 일은 아닙니다 ㅎㅎ)
아이들이 깨는 7시 반까지 일하고, 등원 준비를 마친 뒤 아이들이 각자 원에 있는 동안 또 일을 했다. 그리고 오후에는 하원 준비를 했다. 프리랜서라면 집에서 일하는 게 당연한데, 중간에 침대에 눕거나 소파에서 쉬지 그랬냐고? 아… 나는 그게 안 된다.
나는 한 번 마음먹으면 좀 독해진다. 그래서 집에서도 단 한 번도 소파에 앉지 않는다. 넷플릭스 시청? 밥 먹는 20분이면 족하다. 2024년은 내 인생에서 특히 독해진 해다. 최근 펀딩 준비를 하면서 독한 모드가 극에 달했다. 그러다 결국 어젯밤 목이 간질간질하더니, 오늘 아침…
"얘들아, 잘 잤니!"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마치 손톱이 칠판을 긁는 것처럼 듣기 거북한 소리가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한두 번의 삑사리는 봐줄 수 있지만, 여기저기서 삑사리가 연발하니 죽을 맛이었다.
'아… 안 돼… 내일 강의하러 가야 하는데…'
강사는 컨디션 관리, 그중에서도 목소리 관리가 기본 중의 기본이건만… 나는 그 기본조차 지키지 못했다. 몸도 마음도 일의 연장선상에 두고 달려오다 보니, 결국 내 몸이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일은 내가 컨디션이 좋아야 잘할 수 있는 것임에도, 나는 일을 핑계로 나를 돌보는 일을 게을리했다.
"애들 등원시키고 병원부터 가야겠다!"
남편과 함께 근처 병원으로 갔다. 38도 열까지 있는 통에 수액을 맞기로 했다. 감기에 좋은 수액을 맞으면서 약국에서 마시는 감기약도 샀다. 심지어 한 번도 안 마셔본 '마시는 링거'까지 샀다. 점심으로는 몸에 좋다는 낙지까지 먹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밤 10시까지 목 상태는 여전히 별로다. 아… 이래서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나온 거구나. 옛말은 99% 맞는다는데, 나는 또 그걸 어겼다. 일이 좋아서 무리했지만, 내 몸이 이제 30대가 아님을 뼈저리게 깨달은 하루였다.
쉬엄쉬엄해도 큰일 나지 않는데, 나는 왜 이렇게 달렸을까.
순간 최근에 읽은 <김미경의 딥마인드>가 떠올랐다. 내 몸을 망가뜨리면서까지 열심히 막살지 말고, 열심히 잘 살아야 한다는 그 메시지. 결국 오늘 하루 동안 96,000원을 썼다. 관리만 잘했더라면 나가지 않았을 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