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죽

by 수영

둘째가 어린이집에서 들고 온 개운죽 화병,

무심히 안방 선반에 둔다.


몇 달간 물도 안 갈아주고,

햇빛도 안보여주고,

그저 그렇게 툭 던져둔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위험한 것 하나 없지만

새로움도 도전도 없는 곳.


몇 달째 새순 하나 없이

처음 온 그대로다.

자라지도 않았지만

상처도 하나 없이.


안방 이불속에 숨어든

내 모습 같다.


힘든 것도 싫고,

상처받고 싶지도 않아

그저 툭 던져둔 나.


상처도 없지만,

새순도 없는 나.


언젠가 다시 나갈 수 있을까

뜨거운 태양 밑으로,

아픈 빗줄기 아래로.


그러면 내 마음에도

새순이 돋을까.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