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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 Mar 02. 2023

[손글씨클럽] 면세점 여자들/ 10. 술벗과 술값

*손글씨클럽: 손모가지 걸고 글쓰는 클럽



 암묵적으로 남자 직원들만 가는 2차 자리는 가도 가도 낯설기만 했다. 접대라는게 뭔지 구영은 처음에 잘 몰랐다. 구영이 생각하기에 굳이 필요한 자리가 아님에도 만들어지는 자리가 '접대 자리'였다. 누가 누구를 접대하는 것인가. 법인카드가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접대했다. 그곳에선 모든것이 가능했다. 쿠폰을 끊듯 미리 결제를 해두고 갔다. 그곳엔 모두가 원하는 술벗이 있었다. 밤에도 가고 낮에도 갔다. 심지어 점심시간까지 가는 모습을 보고 구영은 할 말을 잃었다. 사람들은 그 술벗에게 한 번 만나면 헤어나오기 힘든 매력이 있다고 했다. 


 팀장은 거래처를 접대하고 구영은 그곳에 있는 모두의 비위를 맞춰야 했다. 하면 할수록 구역질이 났다. 그날도 취한 팀장을 집까지 데려다 주는 길이였다. 발길질 한 번이 주먹질 한 번이 두 번, 세 번이 되었던 시간이었다. 다음날 팀장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미안하다고 지나가듯 한마디 했던가.


 구영은 더 이상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가벼운 술버릇 이거니 했는데 술에 취한 팀장의 공격성은 가면 갈수록 심해졌다. 거듭되는 폭행. 인사팀에 그 사실을 알리자 팀장은 전근 발령을 받았다. 그런데 그게 다였다.


 전근을 간 팀장을 마주친 순간 구영은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아무일도 없다는 듯, 전혀 기억나지 않다는 듯 말끔한 얼굴로 웃고있었다. 더 이상 그와 같은 곳에 속해있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그들의 술벗과 술값을 위해 일하고 싶지 않았다. 그날 구영은 퇴사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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