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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 Apr 23. 2018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 삶이 버거워질 때 공감과 사랑을 구하고 싶다면

참고. 드라마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줄거리
마음의 병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다룬 드라마. 2014년 SBS에서 방송됐으며 공효진(지해수 역), 조인성(장재열 역), 성동일(조동민 역), 이광수(박수광 역) 등이 연기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거짓말, '그들이 사는 세상', '라이브' 등을 쓴 노희경 작가와 '이 죽일놈의 사랑', '아이리스', '그들이 사는 세상', '라이브' 등을 연출한 김규태 PD의 작품. 노 작가와 김 PD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빠담빠담' 등도 함께 만들었다.
SBS '괜찮아 사랑이야' 공식 홈페이지


(이 글을 쓰기에 앞서 전 노희경 작가의 팬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글은 언제나 사심이 들어가고 특히나 블로그 글은 사심을 가득 담아 쓰는 글이라지만 글쓴이에 대한 정보는 글을 읽을 때 참고가 될 수 있으니까요.)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정신병이란 소재를 다룹니다.


정신병이란 단어가 갖는 사회적 의미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겐 어떻게 읽히실 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정신병이란 단어의 사회적 의미는 이상하고 불안하고 예외적인 다소 편견이 있는 용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희경 작가가 이 드라마를 쓰게 된 이유에서 '우리가 그간 쓸데없이 숨겨왔던, 다 안다고 하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우리 마음의 상처, 마음의 병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힌 것도 이같은 맥락이었을 겁니다. "이 드라마가 편견을 깼으면 한다. 가장 무서운 것이 편견이다. '또라이', '정신병자' 하면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또 다시 상처를 준다. 그 편견을 깨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제작발표회에서 말한 것처럼 말이죠. 


SBS '괜찮아 사랑이야' 공식 홈페이지 방송 클립 캡쳐본


노 작가의 작품에선 인간에 대한 사랑이 묻어납니다. 각 캐릭터를 깊게 사랑하고 그들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그들이 그런 감정을 느끼고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시청자가 그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죠.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이 위로받고 치유받을 수 있는 건 오로지 다른 인간을 통해서라고.


내가 왜 이 정신증을 갖게 됐나하는 것에 대한 변명, 아니 굳이 변명을 할 필요조차 없는 현대인이 가진 아픔과 고통을 시청자에게 절실히 이해해달라고 외치는 이야기 같죠. 고통 속에 있는 현대인들이 굳이 자신의 이상증세를 '변명'할 필요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 속에서 그들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감정을 갖도록 만든 것이 이 드라마의 특성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장재열이 조현병(정신분열병)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면서 포크로 자신을 찔렀던 형 장재범을 이해하는 장면은 인상적입니다. 형이 자신을 해치려하는 행위 속에서 자신을 죽일 생각이 없다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형에 대한 연민도 느끼죠. 정신과 의사인 조동민도 파악해 내지 못한 형과 동생의 심리적인 관계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합니다.


* 7회

SBS '괜찮아 사랑이야' 공식 홈페이지 방송 클립 영상 캡쳐본


○조동민// 니 형, 아주 위험한 놈이라는 거야. 자신한테 손해를 주거나 불리한 입장에선 사람들한테 서슴치 않고 복수를 하는 복수형 인격장애자야. 당장 경찰에 신고해.

●장재열// 형 지금, 교도소로 돌려보낼게요. 됐죠 그럼? 집안일이에요. 무관심해주세요. (생략) 내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했을땐 지금이 아니라 내 엄마가, 16살 어린 내가 의붓아버지한테 맞을때였어요. 그리고 19살 미성년자 내 형이 14년 전 분명한 정당방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절도 폭력전과가 있다는 이유로 정상참작, 상황참작 없이 11년 중형을 선고받았을 때에요.

○조동민// 감정적으로 대응하지마. 재범이, 니 생각보다 더 위험한 놈이야

●장재열// 만약 내 형이 진짜 위험한 사람이라면 3년 전 포크로 날 찔렀을때 어깨가 아니라 목을 찔렀겠죠. 이번에도 주사기가 아니라 칼이었겠죠.  안그래요? 그리고 내 형이 진짜 위험한 사람이라면 지금도 우리가 신고할 게 무서워 시키는대로... 저기서 애처럼 저렇게 앉아 빵이나 먹고 있진 않겠죠. 벌어지지도 않은 일 때문에 내 형을 평생 감옥에 썩게 할 순 없어요.


* 방송 클립 영상

http://programs.sbs.co.kr/drama/oklove/clip/52678/22000110339




이런 장면들은 노희경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요즘 방영되는 '라이브'에서도 마찬가지로 등장합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죠. 수십년간 경찰생활을 해온 오양촌(배성우 님)의 감정을 시청자들이 머리로 이해하는것이 아니라 장면들을 보며 그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오양촌은 수많은 범인을 잡아 추가 범죄를 막는 좋은 경찰이지만 아내 안장미에게는 나쁜 남편, 자녀들에게는 나쁜 아빠일 수밖에 없어 문득 자절감과 자괴감을 느끼죠. 안장미를 절절이 사랑하지만 잡을 수없고 딸 송이를 가슴깊이 사랑하지만 다정하게 대하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그렇게 밖에 행동하지 못하는 오양촌의 마음도 이해가 갈 뿐이죠. 거기에 고생하며 살아왔던 어머니에 대한 안쓰러움은 크고 어릴 적 폭력을 가하던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그를 괴롭게 하기도 하죠.


이러한 점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의 삶과 맞닿아 있어 더욱 큰 동질감을 형성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다시 드라마를 봐도 이해가 될 정도로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 즉 한국 사회의 삶과 죽음, 사랑, 인간, 관계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 방송 클립 영상2

http://program.tving.com/tvn/tvnlive/1/Vod/View/CLIP/EA_163891




'괜찮아 사랑이야'는 명대사가 많은 드라마입니다. 정신이상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깨는 대사들도 많죠. 하지만 제가 최고의 명대사로 꼽는 건 사랑을 논하는 장재열과 지해수의 대화입니다.


"너도 사랑 지상주의니?
사랑은 언제나 행복과 기쁨과 설렘과 용기만을 줄 거라고?"(지해수)

"고통과 원망과 아픔과 슬픔과 절망과 불행도 주겠지.
그리고 그것들을 이겨낼 힘도 더불어 주겠지. 그 정도는 돼야 사랑이지."(장재열)

삶이 고통스러워도 결국은 그 삶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사랑'일 거라고.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을 향해 던져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드라마는 큰 틀에서 로맨틱 코미디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노 작가 표현으로는 "로맨틱 코미디를 가장한 정극"이자 "로맨틱 코미디로 '포장'한 것"이죠. 추리소설작가 장재열과 정신과 의사 지해수가 사랑하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각 주인공이 갖고 있는 정신증과 발병 원인과 해결책을 삶 속에서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로맨틱 코미디라고는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보면 볼수록 눈물나고 진지해지고 깊어지는 감정의 유착이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SBS '괜찮아 사랑이야' 공식 홈페이지 방송 클립 영상 캡쳐본




추가로 노희경 작가의 팬으로서 느끼는 점은 작품이 갈수록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이해를 표현하는 방식이 세심해져간다는 겁니다. 캐릭터의 생각에 영향을 주는 과거 기억과 그 기억으로 인해 발생한 현재의 생각이 연결성이 높아지고 있죠. 그만큼 전개가 촘촘하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작가 스스로가 캐릭터를 이해하고자 열렬히 사랑♥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결과 '그들이 사는 세상(2008)'의 남자주인공 정지오보다 '괜찮아 사랑이야(2014)'의 장재열이 훨씬 더 깊고 세밀하게 묘사됐고 캐릭터의 사고도 연결성과 전개구조가 탄탄해진 듯 합니다. 또 최근 방영되는 '라이브'의 오양촌과 한정오라는 캐릭터에서 자연스러움을 겸비하게 됐구요.


덧붙여 노년의 삶에 무한한 애틋함과 사랑을 쏟는 시선도 갈수록 깊게 느껴집니다. 대표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부터 노인을 주목한 그는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나이 든 여배우의 모습을 조명하고 2016년 '황혼 청춘'들을 주인공으로 한 '디어 마이 프렌즈'를 쓰기도 했죠. 


라이브에서는 가정폭력을 자행했던 오양촌의 아버지(이순재 님)가 뒤늦게 죽어가는 아내를 간호하며 보이는 모습들이 시청자들에게 아련하고 안타까움을 느끼게 합니다. 인생은 그렇게 안타깝고 아련한 것이라고 알려주려는 듯 말이죠.


(지금까지 빠심으로 덧붙인 추가 평이었습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bigjhj/221259605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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