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엉뚱발랄' 가벼운 연애소설을 느끼고 싶다면
드라마 <개인의취향> 줄거리
현실에 물들지 않은 엉뚱한 가구 디자이너와 동성애자인 척 하는 건축가의 동거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2010년 MBC에서 방송됐으며 손예진(박개인 역), 이민호(전진호 역), 김지석(한창렬 역), 왕지혜(김인희 역), 류승룡(최도빈 역) 등이 연기했다. 동명의 원작 소설을 쓴 이새인 작가와 김희주 작가가 극본을 썼으며 '밤이면밤마다', '투윅스' 등을 연출한 손형석 PD,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 '인수대비' 등을 연출한 노종찬PD의 작품.
드라마 '개인의 취향'은 손예진의, 손예진에 의한, 손예진을 위한 드라마입니다.
처음부터 다짜고짜 '드라마=손예진'이란 설명을 한 건 이 드라마의 특성 때문입니다. 극 자체가 손예진이 맡은 주인공 박개인의 외내형적인 변화를 통해 서사가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손예진이 돋보이기 때문이죠. 또, 손예진이 출연한 다른 드라마와는 다른 색다른 모습을 보이고 극을 중심에서 이끌어가기도 합니다.
요즘 손예진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연상녀의 여성스러움 극대화해 표현하고 있다면 개인의 취향 속 박개인은 털털한 성격이 강조된 역할입니다. 극 후반으로 갈수록 '여성스럽게' 변한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큰 줄기이긴 하지만요.
드라마 촬영 당시 손예진은 공식 홈페이지에 남긴 글에서 '처음으로 만화적인 엉뚱발랄 둔한 캐릭터로 연기하게 돼 재미있게 찍고 있다. 여자가 저래도 되나 싶은 모습에서 점점 여자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드릴 거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엉뚱발랄, 둔한 캐릭터. 박개인 역할을 연기했던 배우가 표현한 대로 이 드라마는 한 캐릭터가 주는 힘이 강합니다. 사실 박개인이 집(상고재) 안에서 입고 있는 후드티셔츠나 츄리닝 복장은 현실을 살아가는 여자들의 본 모습일 겁니다. 다른 드라마를 보면 현실과는 동떨어지게 집에서도 불편한 옷을 입는 경우가 많죠. 딱붙은 스키니 청바지를 입는다던가 잔뜩 꾸민 채 실크 재질의 원피스를 입거나 말이죠. 그에 비해 개인의 취향 속 박개인은 편안해 보입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다시 보는 이유는 손예진의 연기 스펙트럼 변화 때문입니다. 예뻐보이고 싶은 여배우가 역할을 위해 망가진 모습을 서슴없이 보여준 달까요. 다크써클을 짙게 칠하고 털털한 후드티셔츠의 모자부분을 귀에 꽂는 등 요상한 모습을 선보입니다. 물론 손예진이기에 그마저도 귀엽지만요.(사실 진짜 망가졌다고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ㅋㅋ)
이런 모습은 앞서 연기했던 연애시대의 은호(드라마 <연애시대>)와도 비슷합니다. 역할의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고 극의 분위기도 큰 차이가 있지만 여배우로서 예쁜 모습만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극에 맞춰 역할에 몰입하는 모습에서 손예진이란 배우의 진가가 드러나죠.
사실 '개인의 취향'은 스토리 만으로 재방을 즐겨할만한 드라마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다만 전반적인 스토리가 여자들이 기존에 '가졌다던' 환상을 토대로 진행됩니다. ('가졌다던'에 힘을 준 이유는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라고 얘기할 수만은 없기 때문입니다.) 츤데레 남자 주인공 전진호와의 사랑과 순박하기 그지없는 여자 주인공 박개인의 어리숙한 행동들로 풀어가는 스토리죠. 새로운 면을 찾아볼 순 없지만 연기력과 극을 이끌어나가는 씬들을 통해 로망을 일부 충족시켜주죠.
그렇게 보면 요즘 30대 여성들의 로망이라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비슷할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봐도 멋있는 남자, 하지만 어딘가 빈구석이 있어 모성애를 자극하는 남자와 연애를 한다는 것에 몰입하게 되는 드라마라는 점이 말입니다. 하지만 손예진이라는 배우가 맡은 역할과 남자주인공의 관계가 '개인의 취향'에서는 남자가 리드한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는 연상녀와 연하녀가 동등한 위치에서 사랑을 한다는 것에 있는 것 같네요.
http://tv.jtbc.joins.com/clip/pr10010757/pm10048066/vo10220993/view
드라마 개인의 취향은 조연 활용도가 높습니다. 배우 류승룡(최도빈 역), 조은지(이영선 역), 정성화(노상준 역)가 엉뚱발랄 로맨틱한 드라마 특성을 살리죠.
연기파 배우 류승룡은 사실 극의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조연이 아닌 주연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이긴 합니다. 표정이나 행동을 통해 동성애자이면서 미술관 관장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죠. 요새 드라마에서는 '올드한 씬'으로 취급받기 딱 좋은 연결고리형 씬에 주로 등장했던 조은지와 정성화의 코믹 케미도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