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안고서 신청란에 들어갔다가, 이 질문을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발행하고 싶으신가요?
나는 왜, 어떤 글을 쓰고 싶어서 브런치에 가입하게 된 것일까?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을까?
처음에는 막연히 책 읽기가 좋아서 나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네 집에 가면 책장부터 훑어볼 정도로 나는 책에 관심이 많았다.
그 많은 책들 중 내가 정말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책은 따로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 어머니께서 사 오신 해리포터 전집과 학교 도서관 구석에 꽂혀있던 <완전한 세계> 시리즈였다.
두 책을 읽고 책에 대한 나의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전에는 손가락 두께가 넘어가는 책들을 기피하던 나는, 좋은 책은 오히려 한 장, 한 장이 너무나도 아쉽게 느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환상의 세계에 입문하고 200 장 짜리 책쯤은 우스워진 나에게 이런 생각이 찾아왔다.
'과연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나도 사람들에게 좋은 충격을 주는 책을 써보고 싶었다. 대부분의 나의 친구들이 아직 독서의 매력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느낀 책의 매력을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글로써 논리적으로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이 부러워졌다. 솔직히 나는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편이 아니다. 좋은 생각은 많지만 그 내용들이 어떤 구조를 갖춰서 전달되는 게 아니라, 한 번에 서로 비집고 나와 엉망진창이 되기 일쑤다. 머릿속에서는 완벽했던 문장들이 잘 전달되지 않으니, 답답한 마음에 말을 더듬게 되고 결국 화가 나게 된다.
또한 나는 간단한 얘기를 빙빙 돌려 얘기하는 버릇이 있다. "두괄식으로 얘기하는 연습을 해." 종종 듣는 이야기이지만 장황한 서론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말을 꺼내기가 힘들다.
글로 쓰는 것은 다르다.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고치고, 또 고칠 수 있다. 엉망진창인 초고도 다시 읽으며 수정하다 보면 점차 깔끔해진다. 만약 내가 글로써 말을 잘할 수 있게 된다면, 나중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당당히 입 밖으로도 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내가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이렇게나 많다.
하지만 왜 꼭 브런치여야 하는 걸까?
글이라는 것은 꼭 브런치만이 아니더라도 쓸 수 있다. 자기 전에 일기를 쓰는 것, 과제를 하며 남기는 간단한 메모들, 그리고 공책에 끄적이는 작은 이야기들. 그러나 내가 그렇게 써온 글들은 모두 나를 위한 글들이었다.
글을 쓰고 싶은 첫 번째 이유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남들을 위한 글을 쓰고 싶었다. 사람들의 가슴에 콕 박혀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 매력적인 글을 쓰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
나는 그 중요한 것을 잊고 수년이 지나 다시 펜을 잡고, 혹은 노트북 앞에 앉아, 종이와 화면만 멍하니 바라보면서 글 쓰는 법을 잊어버렸다며 푸념했다. 그런 나에게 브런치는 다시 글을 쓰기 위한 최적의 플랫폼으로 다가왔다.
브런치에서 작가가 되면 나를 위한 글만을 쓸 수는 없을 것이다. 독자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내 글을 읽은 독자들이 자신들의 일상에 어떤 즐거움이나 여운을 하나쯤은 가져가게 하기 위해 치열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어느 날 나는 남을 위한, 동시에 나를 위한 글을 쓰고 있지는 않을까? 아직은 스스로 작가라고 부르기도 민망하지만 계속 글을 올리다 보면 나의 글과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의 삶에 조그만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글을 써보고자 한다.
3년 전 브런치 작가 신청 때 제출했던 글입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글을 작성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