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업일치, 행복할까?

퇴사 후 레스토랑 창업, 다시 취업을 선택한 수아 님 이야기

by 김지윤

[아티클 한 눈에 보기]

퇴사하고 직접 레스토랑을 차리기까지의 과정

맛집 엑셀 리스트 만들던 내가 창업을 하기까지

‘맛있는 것이 세상을 구한다’는 좌우명의 비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불안함을 다스리는 방법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덕후가 세상을 구한다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이제는 무언가를 깊이 좋아하고 그걸 ‘자기 길’로까지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하지만 덕업일치는 행복한 만큼 불행해지기도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일’이 되기 때문에, 혹은 내가 사랑하는 만큼 그 일을 잘 해내지 못 할 때 자괴감을 느끼며 괴로워질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걸 좋아하고 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 일이 10년을 채우면서 이제는 무엇을 봐도 ‘글감’을 찾는 저 자신을 발견할 때 미묘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스텔러스 5번째 이야기는 퇴사 후 ‘소맥바’라는 팝업을 열었던 임수아 님을 주인공으로 모셨습니다.


1758003855035334.png 출처 : 임수아


현재 수아 님은 플라야라는 부동산 개발 스타트업에서 브랜드 디렉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본연이라는 레스토랑을 만들고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직접 소맥바라는 가게를 차려 창업을 경험한 후 다시 취업을 선택해 (어쩌면 비슷하게) 레스토랑의 전체적인 경험을 빚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수아 님을 처음 봤을 때는 소맥바에 도전하기 전이었습니다. 한 눈에 봐도 이 사람은 ‘먹는 것에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어느 지역이든 맛집을 통달하고 있고, 언제나 맛있는 걸 사들고 찾아오는 모습을 봤기 때문입니다. 맛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맛있는 레스토랑을 창업하고서 식음료(F&B) 업계로 커리어를 만드는 덕업일치의 정석이었습니다.

그의 덕업일치 일대기는 언제,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는 과정을 어떻고, 그 과정에서 덕업일치는 그 사람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까요?

“맛있는 것이 세상을 구한다”는 좌우명을 가진 수아 님의 스토리가 여러분에게도 업을 대하는 자세와 나 자신을 이해하고 성장시키는 여정에 실마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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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직접 레스토랑을 차리기까지의 과정


Q. 수아 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먼저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플라야라는 부동산 스타트업에서 브랜드 디렉터로 일하는 임수아입니다.

플라야는 브랜드를 직접 만들고 운영하며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하는 회사에요. 현재 레스토랑 ‘본연’과 프라이빗 멤버십 서비스가 대표적이에요! 저는 2년 전 이 회사에 합류해서 F&B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758003932424229.png 출처 : 임수아


Q. F&B 브랜드를 만드신다면 주로 레스토랑에 관한 일을 하시겠네요.

맞아요. 2023년 10월 입사했을 때 막 레스토랑 ‘본연’ 오픈을 준비하는 시점이었어요.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에 출연했던 배경준 셰프님(원투쓰리)과 함께 기획하고 본연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레스토랑 운영부터 결산까지 맡아서 진행하고 있어요.


Q. 레스토랑을 만드는 일이라니 신기하네요. 그 전에도 식당을 창업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22년 가을에 ‘소맥바’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한국의 소맥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컨셉의 팝업 식당(?)을 차리는 도전이었어요.

(소맥바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그 무렵 제가 F&B 분야를 좋아한지 10년이 넘은 시점이었어요. 이렇게 무언가를 좋아하다보면 한 번쯤 이 분야에서 무언가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잖아요. 마침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었고 그럼 한번 뭐라도 만들어볼까 고민하다가 결심했어요.


‘제대로 도전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앞으로 미련가지지 말고 확실하게 커리어를 정하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실패하자!’


그래서 소맥바라는 아이템을 기획했고, 부동산 찾는 것부터 인테리어, 식당 세팅, 운영, 서빙 그리고 폐업까지 모두 경험해봤어요.


1758004004244492.png 이태원에 있던 소맥바 모습. 출처 : 임수아


Q. ‘소맥’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니 독특합니다. 왜 ‘소맥’이어야 했을까요?

일단 해외 진출이 가능한 컨셉이면서도 함께 도전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을 골라야 한다고 봤어요. 그래야 지치지 않고 제대로 해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소맥을 골랐습니다.

일반적인 소맥 자체는 우리나라에서 경쟁력이 없어요. 다들 모두가 제조할 수 있는 ‘저렴한 술’로 인식하니까요. 하지만 해외의 관점에서 봤을 때 소맥은 (저마다 레시피가 다른) 칵테일처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300ml 크기의 글라스에 전통 소주를 활용해서 메뉴를 개발해보자고 제안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소맥바가 아니라 소’메이크(make)’바에요. 각자 소맥을 타는 비법이 있잖아요. 그 "탄다"를 Make로 해석했어요. ‘술을 제조한다’는 데 초점이 있어요.


Q. 그래서 소맥이군요. 실제로 레스토랑 창업을 해보니 어떠셨나요?

새로운 소맥을 만들어서 해외로도 알리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으니 외국인 손님들의 반응이 중요하다고 봤어요. 그래서 여러 입지 중에서 이태원에 2달간 부동산을 임대하기로 계약을 했죠. 헌데 오픈 일주일 전에 ‘이태원 참사’가 있었어요. 골목에 아무도 없었어요. 이미 부동산 계약이 끝난 상태라 위치를 바꿀 순 없었어요.

그래서 주변 인맥을 총동원해서 ‘소맥바에 오세요’라고 초대했어요. 목표가 실험에서 생존으로 바뀌었거든요. 다행히 소문이 잘 나서 많은 분들이 방문해주셨어요. 전통주 분야에서도 스타트업에서 일하던 젊은 친구들이 새로운 아이템을 시도한다고 긍정적으로 봐주셨고요. 정말 덕분에 무사히 소맥바 영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적자긴 했지만) 수 천만 원의 매출도 만들었고, 무엇보다 모르는 분들이 입소문만으로 매장에 방문해주시고 재방문한 분들도 정말 많았고요. 진귀한 경험을 했어요. F&B 분야의 A부터 Z까지 모두 경험해봤다는 점도 의미 있었고요. 함께 소맥바를 만든 파트너들과 싸우지 않고(!) 처음부터 다 소화했다는 데 의의가 있었습니다�


1758004147644577.png 소맥바에서 서빙을 하는 수아님의 모습. 출처 : 임수아


Q. 아무리 F&B 분야에 관심이 있대도 레스토랑 창업을 하는 건 다른 문제 같아요. 왜 이 분야에 제대로 도전해야 한다고 다짐하셨던 걸까요?

결국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며 뛰는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미식을 즐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제가 너무나 존경하는 분들과 이 업에서 무언가 작게라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전부터 제가 해온 일들이 돌이켜 보면 모두 F&B와 관련된 것들이더라고요. 첫 직장은 맛집 애플리케이션 에디터였고, 이후 트레바리에 입사했을 때도 (F&B 경험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이벤트 담당으로 일했어요. 맛집 컨시어지 서비스를 지향했던 ‘밥면빵’을 만들었을 때도 (스타트업의 사이드 프로젝트 성격을 띄지만) 결국 F&B 분야와 맞닿아 있었죠.

확실히 저는 사람, 커뮤니티, 문화에 관심이 많고, 그것을 잘하기 위해서는 그 중심에 늘 음식이 있다는 걸 배웠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F&B 업을 잘 모르면서 F&B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연결하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했거든요. 그럼 F&B에서 본격적으로 무언가 시도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지금은 또 생각이 달라졌어요ㅎㅎ)


Q. 이후 소맥바가 아니라 지금의 회사에 다시 취업을 하셨다는 점도 특별합니다. 왜 이런 결정을 내리셨던 걸까요?

소맥바 이후 이듬해에는 ‘소맥키트’를 만드는 시도를 했어요. 도쿄바나나처럼 한국에 방문했을 때 꼭 사야 하는 시그니처를 만들어 수출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로컬 기반으로 소맥키트를 개발하려고 준비했어요.

헌데 소맥키트는 (유통과 제작까지 부딪쳐야 하는) 또 다른 영역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지역에서 사업을 펼치기 위해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공장에 자주 방문해야 했는데 교통편이 여의치 않았어요. 유통업은 그 자체로 새로운 것 투성이였고요.

‘이대로 가는 게 맞을까’ 고민하던 중에 지인의 추천으로 플라야 대표님을 알게 됐어요. 감사하게도 논알콜에 관한 프로젝트를 협업할 기회가 생겼고, 이후에는 아예 입사 제안을 받았어요.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대표님의 꿈이 마침 제 고민 포인트와 맞닿아있는 회사라서 취업을 결정했습니다.


Q. 어떤 지점에서 수아 님의 고민과 플라야가 연결돼 있었나요?

그간 F&B 사업을 경험하면서 제가 많이 느꼈던 것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돈을 버는 사업구조가 기반이 되어야 하고, F&B로 돈을 벌려면 부동산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렇다 보니 회사를 통해 부동산에 관해 배울 수 있다면 제 시야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자 하기 어려운 시도들을 기반이 탄탄한 회사를 통해 해볼 수 있다는 점도 가치 있다고 봤고요. 일을 통해 배울 점이 명확했습니다.




맛집 엑셀 리스트 만들던 내가 창업을 하기까지


Q. 여러모로 F&B 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네요. 언제부터 ‘먹는 일’에 관심이 생기셨던 걸까요?

일단 어렸을 때부터 맛있는 걸 좋아했어요. 부모님 모두 맛있는 음식에 진심이세요. 명절에 잔치집처럼 음식을 넉넉히 만들어 먹는 걸 보고 자랐어요. (너무 어린 시절이라 제 기억에는 없지만) 조부모님께서 옛날에 농사를 지었는데, 제가 딸기 하우스에 들어가서 딸기를 따먹느라 나오질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기본적으로 먹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교 1학년 때는 곧바로 맛집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동아리 이름이 ‘혀’인데요� 제가 고3 때 인터넷에서 직접 ‘맛집 동아리’를 검색해서 이 동아리의 존재를 알아냈고, 나중에 대학에 들어가서 꼭 이 동아리에 들어가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있어요. 진짜로 대학에 입학한 후로 바로 맛집 동아리에 입문한 셈이죠.


Q. 이름이 매우 직관적이네요…ㅎㅎ 실제로 맛집 동아리에 들어가 보니 어땠나요?

동아리 선배님들 덕분에 맛집을 정말 많이 알게 됐어요. 그래서 ‘맛있는 걸 좋아하는 아이’에서 ‘맛집 많이 아는 애’로, 졸업 쯤에는 ‘먹는 것에 (좋은 의미로) 돌아있는 사람’으로 진화(?)할 수 있었어요. 2012년 경리단길, 연남동, 망원동, 익선동이 뜨는 걸 몸소 경험하면서 맛집을 빨리 알면 트렌드도 부동산도 빨리 접한다는 걸 배웠어요.


1758004465907884.png 맛있는 사진으로 가득한 수아님의 인스타그램 피드.


Q.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면 일종의 ‘덕업일치’ 경지에 오르는 것 같습니다. 맛집 동아리가 취업으로까지 이어졌던 걸까요?

나중에는 사람들이 저에게 맛집에 대해 자주 물어봤어요. 그래서 아예 질문 템플릿(!)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1)어디서 (2)누구랑 (3)몇 명이 (4)얼마의 예산으로 식사를 하는지 적어달라고 정했죠. 나중에는 엑셀 파일을 만들어서 지역별, 가격별 추천 순위를 정리해 친구들한테 공유해줬어요.

이 무렵이 대학교 3학년이었을 때였어요. 제 주전공이었던 경영학과에는 영 마음을 붙이지 못했어요. 그래서 복수전공으로 국어국문학과에 있는 스토리텔링학과 심화 전공을 열심히 들었어요. 그러다가 4학년 막학기에 ‘UI/UX 기초’라는 강의를 발견했어요. 사용자 경험(UX)이라는 표현이 왠지 끌려서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수강 신청을 했죠.

그 수업의 첫 강연자가 (제 첫 직장이었던) 맛집 어플리케이션 회사의 이사님이셨어요. ‘맛집 플랫폼’이라니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수업 끝나자마자 이사님을 찾아갔어요. “저 맛집 좋아해요!”라면서 맛집 엑셀 시트도 보여드렸죠. 한 30분 대화하고서 이사 님이 “내일 인턴 면접 볼래요?”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렇게 하루 만에 지원서를 써서 인턴이 됐어요.


Q. 맛집에 관한 에디터가 된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에디터로 일하면서 콘텐츠 사업개발(BD)를 같이 했어요. ‘남들은 콘텐츠로 어떻게 사업을 하는 걸까?’ 궁금했거든요. 단순히 마케팅의 소스로 쓰이는 콘텐츠가 아니라 직접 돈을 벌 수 있으면 어떨까?

그래서 콘텐츠에 관한 트레바리 모임에도 참석하고, 거기서 (현재 프로젝트썸원이라는 멤버십을 운영하는) 윤성원 님과 (현재는 강남언니에서 이사로 계시는) 현근 님을 알게 됐어요. 두 분 모두 ‘수아 님이 가진 콘텐츠는 대단하다’고 응원해주셨어요. 저는 맛집을 좋아하고 많이 아는 자체가 콘텐츠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용기를 얻어서 퇴사를 결심하게 됐어요.

이후 현근 님과 함께 '밥면빵'이라는 맛집 컨시어지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제로 베이스에서 서비스를 다 만들면서 디자이너, 개발자 님과 논의해서 서비스 배포하고 고객 응대까지 해보는 귀한 경험이었어요. 우리가 만든 서비스에 사람들이 결제를 한다는 게 엄청난 희열을 주더라고요. 무엇보다 팀원들이 좋아서 ‘좋은 팀’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1758004544898222.png 출처 : 임수아


하지만 밥면빵 서비스 규모가 커지면서 한 사람이 수동으로 운영할 수 없는 시점이 됐어요. ‘수아 님이 대표 할래요?’라고 제안을 받았지만 당시 저는 부담감이 앞서서 못 하겠다고 답했어요. 그래서 밥면빵 운영을 보조하면서 트레바리에 입사했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트레바리에서 이벤트를 여는 팀에 합류했습니다.


Q. 하지만 트레바리에 합류하실 때쯤 코로나19가 터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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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님의 커리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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