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킹맘지니 Oct 26. 2021

3차 병원? 3차 병원!

방사선사 병원 이야기 

나는 병원에서, 어떤 병원인가 하면 3차 병원이라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3차 병원의 뜻은 상급종합병원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병상수에 따라 병원이 결정되는데  100 병상 이상이면 종합병원, 500 병상 이상이면 상급종합병원이다. 나는 500 병상이 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2에서 이익준 역을 맡은 조정석 배우 가 3차 병원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병원에서 일하는 내가 너무 와닿았다. 무슨 말이었냐면 인턴인 윤복이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이었다.


"윤복아, 여기는 3차 병원이야, 환자가 여기까지 왔다는 건 더는 없다는 뜻이야.
 우리한테는 매일 있는 일이지만 환자들한텐 인생에서 가장 큰 일이고 가장 극적인 순간이야."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중 이익준 대사


슬기로운 의사생활 2 중에서



물론 나는 의사들처럼 그런 극적인 순간에 환자들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중대한 질병을 진단받고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한 work up 검사들을 혹은 follow up 하기 위해 만나는 곳에 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work up이란 어떤 치료를 할지 전반적인 계획을 세우기 위해 추가적인 검사들을 하는 것, 그리고  follow up이란 그런 치료들이 끝나 계속 주기적인 관찰을 위해 검사하는 그곳에 내가 일하고 있다.


 나는 그곳에서  CS( customer satisfaction, 고객만족)을 담당하고 있다. 담당하고 있다는 말이 웃긴다마는 CS를 직원들에게 교육시키고 붐업시키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어찌해서 내가 이 일을 맡게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으나, 공부를 하고 교육을 시키다 보니


내가 하는 일은 일상적인 것과 비일상적인 것의 만남이다. 


그런데 내가 조정석 배우의 대사를 듣고 또 많은 것을 잊고 일하고 있구나 싶었다. 3차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 극적인 순간에 그들을 만난다는 것! 바로 그것 말이다.


그런 극적인 순간이 나에게도 혹은 누구나에게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그들을 대하는 것이 너무 일상적이지 않기를, 나의 말 한마디가 함부로 뱉어내지 않기를, 나는 오늘도 환자를 대하면서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포항에서 올라온 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