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히 늘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만 하다가 집과 가까운 곳에 발레아카데미가 있는 걸 발견하고 전화를 걸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큰 맘을 먹고 통화버튼을 눌렀습니다.
학원에 등록하고 싶다고 하면서 제가 처음 했던 말은
“저... 근데 제가 발레를 처음 배우거든요”였습니다.
발레를 처음 배운다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만, 기초도 모르는 제가 좀 창피한 것 같았거든요.
그다음으로는
“저... 근데, 제가 나이가 많아요”
그리고, 내가 얼마나 뻣뻣하고 유연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지, 자꾸 괜찮다고만 하는 선생님을 붙들고 허리를 굽히면 손끝이 무릎밖에 안 오는데 정말 괜찮은지 징징대기 시작했습니다.
걱정이 되시면 일단 와서 상담을 받아보라는 선생님과 날짜를 잡고 전화를 끊고 보니 저에게 처음 수강문의를 위해 전화하시는 분들이 떠올랐어요.
꽃을 배우고 싶다고 전화를 하시는 분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 두 가지가
‘제가 꽃을 처음 배우는데요’와 ‘근데, 제가 감각이 정말 없어서요’입니다
‘제가 나이가 많은데요’ 도 꽤 상위권 멘트입니다.
최근 들어 40대 초반부터 50대까지 꽃을 시작하려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시작이 늦다 보니 조심스러워지고, 걱정도 많아지는 게 당연하죠.
생각해보면 다른 일을 하다가 30대 초반에 꽃을 배우기 시작한 저도 그 당시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꽃을 처음 한다는 걱정을 들을 때마다 꽃이라는 게 학교 교과 과목에 있는 것도 아니니 모르는 게 너무나 당연한데, 왜 그러실까 가볍게 넘겼어요. 또 감각으로 따지면, 곰손 중에 곰손인 나도 하는데(아직도 저의 엄마는 제가 돈을 받고 수업을 하는 것에 큰 의구심을 갖고 계시거든요) 그런 걱정은 절대로 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려놓고, 맙소사, 제가 발레학원을 등록하면서 이 3종 세트를 그대로 따라 했네요.
이제 곧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타이즈에 짧은 랩스커트를 입고 통 거울 앞에 서보니 참 어색해 보입니다.
쁠리에, 바뜨망같이 처음 들어보는 발레 용어들에 머리가 어지럽고
앞사람 발만 보고 허둥지둥 따라가면서(오른쪽 왼쪽은 왜 그렇게 헷갈리는지 군대에 갔으면 고문관을 아주 따놓았을 텐데 정말이지 다행입니다.)
꽃을 시작하는 분들의 긴장된 마음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자꾸 괜찮을 거라고만 하지 말고,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자세히 알려드려야겠구나 다짐했고요.
뭐 그리 어려운 거 시키는 것도 아닌데 못해놓고 너무 어려워요 를 연발하는 우리들에게 선생님이 그러십니다.
여기 와서 몸을 움직이고, 숨도 차고, 땀도 좀 나고 그러면 일단은 충분하다고요. 그나마 운동이라도 됐으니까요. 발레를 처음 배우면서 내가 무슨 백조의 호수를 출 것도 아닌데 왜 그리 걱정을 했었나
조금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그래요, 시작은 늘 겁이 나고, 두려운 것이지만
시작이란 건 또 이렇게 사소한 것들로 출발합니다.
장미 가시를 다듬어보고, 줄기의 잎사귀를 정리하고, 꽃의 향기를 맡고, 새로운 소재들을 만지고 느껴보는 거
시작은 이렇게 단순해요. 시작이 어려운 건, 너무 먼 미래까지 상상하고,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도 모를 모든 걱정을 끌어모으는 내 마음 때문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