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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열매 Oct 15. 2023

협동조합에서 '협동' 찾기


종종 찾아가곤 한 동네 디저트 카페에 두어 달 임시휴업이란 안내가 붙어있었어요. 다시 돌아오시길 기다렸는데 영업을 종료하신다는 글을 SNS에서 봤습니다. 오르막 골목길에 작은 카페가 생긴 뒤로 괜히 동네를 더 애정하게 됐는데 말이죠. 사장님 혼자 5년여를 한 자리를 지켜오셨단 생각을 하니 참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싶어요. 함께하는 동료가 있었다면 달랐을까요? 글쎄요. ‘따로, 또 같이’란 이야길 많이 하지만 쉽지 않아요. 느슨하게 둘 사이를 오가는 일이 가능할까요?


호혜와 연대에 의미를 두고 어떤 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런데 가끔 일을 위한 '도구'로 내가 단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묻게 될 때가 있습니다. 참 이상해요. 일을 위해 모였고, 그 일의 일부를 하고 있는데 말이죠. 협업에서 저는 무엇을 기대하길래 물음을 갖게 되는 것일까요? 


여느 일터에서고 조직 안팎에서 협업 혹은 협력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집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으니까요. 협업을 밟아가는 지난한 과정을 말해 무엇할까요. 수많은 회의와 그 회의에서 비롯된 계획들을 실천하는 실행 과정이 필요합니다. 


협업은 말 그대로 모두 함께 힘을 합쳐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과 만들어야 할 결과물이 명확히 규정되고, 그에 적절한 사람을 배치하고,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다음 과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결과를 내고 또 이를 통해 다음 결과를 만들어 최종 목표를 달성해야 해요. 소위 말하는 베스트 프랙틱스를 함께 찾아가야 하는 거죠. 그리고 그 베스트 프랙틱스를 만들어야 하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이해, 배려가 필요합니다. 협업의 실행 과정에서 지치는 경우도 많을 텐데요, 이를 버티게 하는 것 역시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이해, 배려가 아닐까 생각해요. 


얼마 전, 300개의 짧은 글로 이루어진 <300개의 단상>이란 책을 읽었어요. 여백이 가득한 얇은 책이었는데요,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습니다.


“꽃병처럼, 마음도 깨지는 건 처음 한 번이다. 그다음에는 이미 가 있는 금들을 이겨낼 수 없을 뿐이고.” 9쪽
“모든 사람은 자기 삶의 어떤 부분인가를 누구의 삶에나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표준이라고 여긴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35쪽


함께 하는 일에 있어 소통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단 이야길 많이 합니다. 근데 그게 참 어려워요. 같은 언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음에도 내용의 오해 등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그 무엇이 분명 존재합니다. 사람마다 언어를 인식하는 체계가 다르기 때문일까요?


세대, 젠더 등의 다름은 경험의 차이를 가져오고 이는 소통을 어렵게 하는 이유로 손꼽힙니다.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사람마다 몸과 마음은 각기 다르고, 이 다름은 같은 상황도 다르게 감각하게 해요. ‘나’와 ‘너’라는 존재 자체가 소통을 어렵게 하는 기본값 아닐까요? 아, 그러니 애당초 좋은 소통이란 불가능하단 이야길 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나'와 '너'가 아닌 '우리'의 대화에선 서로의 ‘다름’을 전제해야 한다는 건데요. 그러니까, 우리의 대화는 서로의 생각과 감정에 변화를 가져오려는 노력의 일부일 수 있으니까요. 그 과정에 좀 더 노력을 쏟아보는 거죠. 


규모가 작고 영세한 사회적경제 기업들에게 협력은 중요한 사업 전략입니다. 사실 사회적경제 기업들만이 아니라 대기업, 중소기업 등 모두가 협력을 합니다.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관계는 경쟁, 거래, 협력의 세 가지로 크게 구분됩니다. 협력은 기업이 상호이익을 위해 서로 돕는 것으로 기업이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자원 확보, 비용 절감, 위험관리, 혁신역량 제고 등 기업 경쟁력 강화가 근본적인 목적입니다. 기업 간 협력의 발전과정은 5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비용을 절감하고 보완적 자원을 획득해 이익을 확보하려는 기업의 전략을 단계별 발전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경쟁적인 시장 환경에서 경제적 이익 추구를 위한 단순거래 단계
- 반복거래 단계로 빈번한 거래를 통해 상호 간의 신뢰와 신용 축적
- 영속성에 대한 암묵적 기대 속에 자연스럽게 상호 의존하게 되는 장기적 관계
- 공식적 협약 체결에 의한 구체적 협력활동 형성으로 상호 이득을 추구하는 협력기반 파트너십
- 장기적,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서로 결합하는 전략적 제휴 또는 합작투자


협동조합의 협동은 어디가 좀 다를까요? 협동조합의 7가지 원칙 중 6번째 원칙은 협동조합 사이의 협동(Cooperation among Cooperatives)입니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 발간한 협동조합 원칙에 관한 안내서는 협동조합 사이의 협동을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제6원칙은 간헐적 협업이 아니라 지속적 협력에 대한 것이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 비슷한 일을 한다는 면에서 협업(collaboration)과 비슷하지만, 협동(co-operation)은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헌신과 장기적인 참여를 의미한다. (중략) 자조는 협동조합운동을 지탱하는 기술이며, 협동조합 사이의 협동을 통한 상호 자조는 국가적, 국제적으로 경제 영역 내에서 협동조합기업 섹터 확장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 협동조합 사이의 협동은 단지 특정 협동조합의 이익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호자조 정신을 기반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과 분배가 이루어지고, 협동조합이 속한 모든 지역사회에 최선의 이익을 주는 경제를 창출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이해됩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협동조합 사이의 협동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물론 사회적경제 기업은 '협동'해야 하는 기업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막상 협동조합 사이의 다양한 협동의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 아쉬움과 답답함을 느낄 때 <협동조합 사이의 협동 분류와 발전요인 분석을 위한 탐색적 연구>라는 논문을 만났습니다. 


논문은 3개 사례를 연구해 협동조합 사이의 협동을 협동의 목적(사회/정치적 차원, 경제적 차원), 영역과 조정 메커니즘에 따라 분류하고 그 분류 방식에 따라 가능한 활동과 조직 형태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사례 조직은 연합회와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법인 형태 내에서 각기 협동의 유인(수수료 인하, 수주 및 계약 협상력 강화, 협동조합 간 협력 및 지원 체계 강화, 회원들의 판로 개척, 사회적경제 기업 인식 제고 및 입지 강화 등)을 가지고 협동의 사례를 만들어 갑니다. 사례 조직들은 협동조합 사이의 실질적이고 활발한 협업을 통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장해 갑니다.


논문을 통해 협동조합 형태의 기업이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하는 데 있어 또 혁신과 성장의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협동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도를 보면서 협동을 한다는 게 참 중요하단 생각을 다시금 해요. 한번 해본 경험은 그다음 단계의 인사이트를 줄 테니까요. 협동에서 나온 좋은 것들을 수렴해서 발전시키는 과정을 계속 거치다 보면 각 조직마다의 오리지널 협동(?)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뉴스레터를 받아보시는 분들이 부쩍 늘었어요, 비레터 덕분입니다. 더 많은 분을 만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그동안 주변 분들에게 <오늘의논문>을 알리며 구독을 부탁드렸어요. 사회적 경제라는 좁지만 깊은 섹터에서 알음알음 연결된 분들에게 이야길 건네왔죠. 사회적경제, 호혜와 연대, 사회적 가치, 협동운동 등 조금은 낯설지만,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시도들의 확장 가능성을 계속 탐색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확장의 기회를 만나게 되자 움츠러들었어요. 괜찮은 이야길 잘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나 싶어 말이죠. 그래도 참 좋은(!) 사회적경제를 잘 표현해 보겠습니다. 


<오늘의논문>은 사회적경제를 때론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과 연결 짓는 시도를 합니다. 정신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세상의 여러 이야기와 사회적경제를 수평적으로 펼치고 연결해보려 해요. 욕심을 낸다면, 그렇게 함께 사회적경제와 나의 생활을 연결시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8월부터 격주로 발행 중인 <오늘의 논문> 뉴스레터의 내용을 다시 싣고 있습니다. 구독은 아래 링크에서 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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