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이야기
얼마 전 허름한 곳에서 술 한 잔 하며 고기를 구워 먹는데, 옆 테이블을 치우시던 아주머니께서 실수로 쌈장 그릇을 날리셨고 하필 내 몸 전체에 묻었다. 놀란 아주머니는 물수건에 퐁퐁을 묻혀 뛰어와서 '아이고 어떡해'를 연발하며 닦으셨다.
나도 사람인지라 화가 났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니 화를 낼 필요는 없어 보였다. 세탁비를 받게 되면 사장이 주는 게 아닌 아주머니께서 물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어쩌면 몇 시간 고생하신 것이 날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스스로를 차분히 가라앉히고 괜찮다고 했다. 미안하다며 술 한 병을 서비스로 주셨다. 그 이후에도 뭔가 내 쪽을 신경 쓰시는 것 같아 오래 지나지 않아 나왔다. 그곳에서 나올 때 계산하면서 "일 하시면서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이모님 뵈러 또 올게요."하고 나왔고, 그제야 안도의 웃음을 지으셨던 것 같다.
내가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약자에게 강한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백화점에선 비싼 것을 잘 사면서 시장에선 조금이라도 더 깎으려는 이상한 의식구조를 싫어하는 한 사람일 뿐이다.
개인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인데 생각보다 많은 공감을 받아 여기에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