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대학원 생활을 뒤돌아보며
대학원 졸업 후
작년 말에 대학원 관련 커뮤니티로 유명한 사이트에서 혹시 글을 연재해 줄 수 있겠냐는 제의가 왔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브런치에 써온 글을 보고 연락을 주셨는데, 저도 종종 이용하던 커뮤니티 관계자 분이 연락을 주시니 신기하면서도 기뻤습니다. 제 컨텐츠를 보다 많은 분들이 보고 반응을 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흔쾌히 수락을 했었죠. 하지만 첫 원고를 보내드렸을 때 사이트의 정책 변경으로 여러가지 제약 조건들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어 부득이하게 실제 연재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많이 아쉽긴 했지만 2년에 가까운 저의 기록이 어떠한 방향으로든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 그 사실 자체에 만족하고자 애썼습니다.
기고 요청을 받은 건 작년이었지만 실제로 기고를 시작하는 시기는 저의 학위심사 이후로 답변을 드렸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원고를 작성하고자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며 다짐했던 첫날의 영상을 다시 보았어요.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 맞는지 그 당시에 남겼던 이야기들이 어렴풋이 기억은 났지만 실제로 들어보니 완전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목소리나 말의 빠르기가 달랐던 탓도 있었겠지만요. 신기했던 건 대학원에 대해 졸업 후에 느끼고 있는 생각과 입학 전 남겼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학원 생활이 훈련 과정이라 느끼는 것도, 스스로가 다양한 것에 흥미가 많고 쉽게 질리는 편이라 그동안 해왔던 것을 하는 것이 직업적으로 더 좋은 선택이 될 거라는 것도,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큰 꿈이 딱히 없다는 것도 최근에서야 떠올렸던 생각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이미 다 그 영상에 남겨져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어쩌면 이미 대학원 생활에 대한 제 나름의 과정과 답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기에 감정적으로 꽤나 괴로운 시기를 겪었음에도 잘 견뎌내어 마무리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학원에서 겪은 경험들까지 예측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영상에서 드러났던 것처럼 저희 대학원 생활이 제 성향에 100% 적합하지는 않았거든요. 물론 세상에 저와 완벽히 맞는 조직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제가 있었던 연구실에 치명적인 병폐가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입니다. 그러나 사소하게라도 여전히 이해되지 않거나 괴로웠던 부분들이 있었음은 분명합니다. 대학원생이라는 신분으로서 그러한 일들 대부분에 침묵해야 했던 제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저에게 대학원 생활은 높은 기준을 가져야만 했던 연구와 학위를 통한 성취감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생활 자체가 즐겁지만은 않았던, 완전히 부정할 수도 긍정할 수도 없는 양면적인 감정으로 남아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이 감정을 한 가지로 정의하고자 애썼는데, 학위 심사가 한 달 정도 지난 지금은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많이 힘들었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이기에 지나치게 매몰될 필요는 없고, 끝내 원하는 경험과 결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 저의 대학원 생활은 충분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학원 입학 전과 졸업 후에 제가 크게 달라진 것은 연구에 대한 경험과 학위 딱 두 가지뿐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그것들이 전부인 게 당연하다 볼 수도 있겠지만, 평소 스스로에 대해 가졌던 생각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새로운 경험을 했음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아쉽게 느껴지네요. 어쩌면 저는 스스로를 이미 충분히 잘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그리고 앞으로 겪을 사회에서의 경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궁금하네요. 앞으로의 경험들은 저에게 어떤 변화로 다가올까요? 대학원에서의 경험처럼 저라는 사람 자체를 다시 확인하는 시기일까요, 아니면 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시기일까요?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